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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신성철 "70년대 도전 ‘반도체 강국’만들어…지금은 AI에 씨 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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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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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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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70년대 도전 ‘반도체 강국’만들어…지금은 AI에 씨 뿌려야”

산업화의 태동기 이끈 KAIST, 4차 산업혁명 역시 선도할 것
'비전 2031' 학문·기술·경제 가치 창출… 핵심 인력 인큐베이터
내년 AI 연구원 출범·AI 대학원 유치… 예산·인력 확대 등 필수
혁신·협업·스피드 삼박자 갖춘 '한국형 성공 방정식' 만들어야


신성철 총장 이미지

DT 초대석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70년대, 일본이 독주하던 반도체 산업에 국가적으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올인했다. 당시 무모한 도전이란 지적도 많았지만, 이같은 노력이 오늘날 반도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부산업으로 커갈수 있는 토대가 됐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범 국가적인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라도 범 국가적으로 AI(인공지능)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형태의 융합산업이 커 갈 수 있도록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신성철 KAIST 총장(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대한민국이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인 AI 분야에서 빨리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 총장은 "47년 전 KAIST가 대한민국 산업화 태동기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국가적 사명감 및 애국심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태동기인 지금, KAIST는 AI분야의 고급 두뇌를 키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또다시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KAIST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특히 KAIST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와 국민의 지지, 비전 실현을 위한 내부 구성원의 미션(Mission)·꿈(Vision)·열정(Passion) 등 'MVP 정신'이 요구된다고 신 총장은 덧붙였다.신총장은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는 '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했고,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아이돌 등 '한류'라는 문화적 가치를 통해 우리의 가치와 국격을 높이고 있다"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국가의 국운이 결정될 정도로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KAIST는 1971년 개교 이후 그동안 1만2400여 명의 박사를 포함한 6만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대학, 연구소, 기업, 정부기관에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력 중 23%가 KAIST 졸업생이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산업의 경우 박사급 인력 4명 중 1명이 KAIST 출신이다.

미래 신산업 발굴과 인재양성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신 총장을 만나 4차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와 KAIST의 비전을 들어봤다.

신성철 총장 사진

대담=최경섭 ICT과학부장

- KAIST가 출범한지 47년이 지났다. KAIST의 달라진 위상과 과제들을 지적해 주신다면.

"KAIST는 국내에서 '국민의 대학'이고, 해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WEF(세계경제포럼)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청하는 대학이 KAIST다. 1971년 설립돼 올해 47주년이다. 반 세기가 다 돼 간다. 이제는 '국내 선도대학'이 아닌 '세계 선도대학'으로 '퀀텀 점프'할 시기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야 하고, 정부와 동문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KAIST는 세계 대학 톱 10위에 속하는 '월드 리딩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 MIT나, 영국 옥스퍼드대 등과 비교해 역사나 규모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세계적으로 단기간에 가장 성공한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최빈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KAIST를 벤치마킹 하려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KAIST 출신 첫 총장으로, '만약 우리나라에 KAIST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KAIST가 국내 대표 대학에서 세계적 수준의 '월드리딩 대학'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규모를 키워야 한다. 현재 KAIST의 교수 정원은 650명이다. 세계적인 대학은 평균 1000명이 넘는다. 그 다음이 예산이다. 미국 MIT는 우리 예산의 4.5배에 달한다. 올해 KAIST 총 예산은 8000억원이다. 이중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25%에 불과하다. 최근 대학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경우 전체 예산이 3조원에 달하고, 이중 정부로부터 50% 이상을 지원받는다. 교수도 2000명이나 된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도 더 많이 유치해야 한다. 대학 평가에서 KAIST가 수월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이유가 바로 외국인 교수와 학생이 적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 대학은 보통 외국인 교수 비중이 50%, 외국인 학생은 30% 수준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외국인 교수 10.7%, 외국인 학생은 6.3%에 머물러 있다. 장기적으로 각각 30%, 2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KAIST 출신 첫 동문 총장이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텐데.

"KAIST는 대학원으로 출발했다. 제가 입학했을 당시 우수한 학생이 많이 들어왔다. 학생 수는 150명 수준으로 작은 학교였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누가 코피를 더 많이 쏟았냐"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다들 열심히 공부했다. 설립 47년 중 2004년부터 13년간은 외부인사가 총장을 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을 시작으로 세계적 석학인 서남표 총장, 강성모 총장이 잇따라 KAIST를 이끌었다. 이들의 영향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KAIST를 더 알릴 수 있었고, 국제화도 추진할 수 있었다. KAIST 졸업생이면서 22년 동안 교수를 지낸 제가 총장에 임명돼 많은 애착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부적으로 동문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후원의 밤 행사에서 KAIST 출신인 차기철 인바디 대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임형규 SK텔레콤 고문 등 세 분이 거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동문들이 학교에 애착을 가지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 신년하례식에는 1000명이 참석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개교 이후 처음으로 '발전·후원의 밤' 행사도 열었다.

"국민들이 KAIST를 키워 줬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대학내에 '기부'라는 새로운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달 26일 그간 KAIST에 발전기금을 쾌척한 기부자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앞으로 기부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발전기금 조성 20년 만에 처음으로 행사를 마련했다. KAIST의 고액 기부자를 보면 KAIST와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KAIST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액의 독지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부 이후에 또다른 기부자를 연결해 줄 정도다. 이들은 한결같이 'KAIST가 국가의 희망이다. 나라를 먹여 살려달라'라는 뜻을 갖고 기부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산업현장에서는 AI 인력이 부족하다 하고, 대학에서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가를 적시에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AI 전문인력의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다. AI 전문가와 기술력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지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력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생태계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보자. 1970년대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일본 후지쯔 회장이 '후진국에서 무슨 반도체를 하냐'고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강국이 됐고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을 떠받치는 국부산업이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올라서는데에는 KAIST 역할도 컸다고 자부한다. KAIST에서 유능한 반도체 전문가들이 배출되면서 시장을 이끈 것이다. 삼성전자의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 박성욱 하이닉스반도체 부회장 등이 KAIST 출신이고, 반도체 산업에서 대략 25% 가량이 KAIST 졸업생이다. 반도체 처럼 KAIST가 앞으로 AI 전문가 산출의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AI연구원'을 출범시키고, AI와 관련 있는 교수 150명을 연구원에 참여시킬 것이다. 연구원은 AI 기반의 융합연구에 주력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AI대학원'도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 MIT는 1조원을 투자해 별도의 AI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가 불안하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 취약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4차산업혁명 시대, 범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 성공 방정식에 혁신, 협업, 스피드 등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담아야 한다. 첫째는 혁신에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혁신'과 세계 최고이거나 최초, 유일한 연구개발을 하는 '연구혁신', 이같은 연구를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사업화 혁신'이 중요하다. 둘째는 협업이다. 산·학·연·민·관·정 협업과 글로벌 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셋째는, 스피드다. 4차 산업혁명의 최종 승자는 '누가 빨리 선점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발빠른 창업과 거버넌스 효율화, 신속한 규제개혁 등이 추진돼야 한다. 이같은 혁신, 협업, 속도의 변수를 극대화한다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최근 카풀 공유 논란에서 보듯, 융합형 신산업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규제가 큰 걸림돌이다. 신진국에 비해 규제개혁이 너무 더뎌 신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 규제는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체제다. 이제는 안 되는 건 빼놓고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네거티브 규제체제로의 전환이 아직 요원하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KAIST 내에서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드론 규제 때문에 연구를 위한 군집드론도 날릴 수 없다. 무인자율자동차 역시 캠퍼스 밖으로 나가면 불법이기 때문에 캠퍼스에서만 운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연구개발 작업에도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자동차 분야의 경쟁력을 무인자율차에서 되찾기 위해 전국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가 소신을 갖고 규제를 풀어야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AI 기술발전 속도가 놀랍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미리 전망해 주신다면.

"창의력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답보해야 하는 것이다. 창의력이 있어야 AI와 경쟁할 수 있다. 앞으로 30년 후면 로보 사피엔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펴낸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보면 2045년 무렵에 AI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소위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2045년보다 더 빨리 특이점이 올 것으로 본다. 결국 미래에는 인간이 도저히 AI로봇을 이길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KAIST는 새로운 과학기술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을 선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존재가치를 다시한번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KAIST는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가치, 기술적 가치,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하고 인류 문명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대학이어야 한다."

-노벨상이 발표된 지난 10월, 올해도 국내 과학기술 체계나 대학의 연구개발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단순 주입식 중심의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학이 싱가포르 난양공대다. 대학 평가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이 대학 총장의 임기는 5년+5년으로, 10년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처음 뽑을 때 제대로 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단 총장에 선임되면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대학 경영에 있어 어떠한 간섭과 통제도 받지 않고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의 발전방향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 사립대의 경우도 총장 임기가 없다. 2016년 총장에서 물러난 존 헤네시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을 만난 적이 있었다. 헤너시 총장은 총 16년간 총장을 지냈다. 그에게 '그만 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내가 더 이상 대학을 위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대학도 제대로 검증된 총장을 뽑아 자율권을 주고, 임기에 구애됨이 없이 마음껏 리더십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 줘야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교육혁신도 마찬가지다. 4차산업혁명 시대,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처럼 입시위주의 교육체계, 대학에 자율성이 부여되지 못한 구조에서는 힘들다. 창의력은 남들이 하지 하는 것에 도전해 나만의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다음은 소통능력을 지닌 인재다. 초연결 사회에서 소통은 과학자이자 리더로서의 기본 자질이다. 배려 정신도 갖춰야 한다. 리더가 배려정신을 발휘해야 그 사회는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공을 뛰어넘는 다학제, 초학제 간 융복합 지식과 자신의 강점을 토대로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협업 마인드, 윤리의식 등도 키워줘야 한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사진 =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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