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문집 연구원, 이성빈 교수 〉
우리 대학 물리학과 이성빈 교수 연구팀이 두 겹으로 비스듬하게 겹쳐 있는 뒤틀린 이중 층 그래핀의 무아레 무늬(나노 물결 무늬)에서 새로운 고차-위상학적 양자 상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 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2차원 물질의 무아레 구조를 연구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어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물리학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론적 발견과 증명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
박문집 연구원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1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편집자 추천(editors’ suggestion) 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 Higher-Order Topological Insulator in Twisted Bilayer Graphene)
또한, 매달 전체 물리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를 소개하는 ‘네이처 리뷰 피직스 (Nature Review Physics)’ 연구 하이라이트(research highlight)에 11월 14일 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사명: Fantastic beasts)
프랑스어로 물결이라는 뜻의 무아레(moiré)는 두 격자구조를 비스듬히 겹쳐 놓았을 때 물결이 일렁이듯이 나타나는 간섭무늬를 말한다. 모기장이 겹쳐 있는 부위에 햇빛이 비치면 물결무늬가 발생하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다.
무아레 무늬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나노 물질 두 겹을 비스듬하게 올려놓았을 때도 나타난다. 이때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는 그래핀 격자의 주기를 수십에서 수만 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러한 원리로 뒤틀림 각도에 따라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가 되기도 하고 전기 저항이 아예 없는 초전도체가 되기도 하는 등 물성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 특히 마법의 각도(magic angle)라고 불리는 1.1도 부근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발견돼 이를 설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차-위상학적 절연체 상태는 새롭게 발견된 위상학적 절연체 중 하나이다. 기존 위상 절연체는 원래 물질보다 한 차원 낮은 경계면이 금속성을 띠는 특성을 갖지만, 고차-위상 절연체는 두 차원 낮은 경계가 금속성을 갖는다.
2차원 표면(surface) 물질을 예로 들면 위상 절연체의 경우 1차원 모서리(edge)에서 금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고차-위상 절연체에서는 두 차원 낮은 0차원의 특정 끝부분(corner)에서 전자 상태가 된다.
이 2차원 물질 고차-위상학적 절연체의 존재는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어 이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는 이러한 2차원 물질의 위상학적 양자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명확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의 단위 격자당 탄소 원자의 개수가 수천에서 수만 개에 달해 전자의 움직임을 풀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탄소 기반의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정확히 기술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전산 능력의 대용량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가정해 적용하는 근사방법들에 의존해야만 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이 교수 연구팀은 근사방법이 아닌 그래핀 이중 층의 무아레 무늬에서 나타나는 탄소 구조가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몇 가지의 정확한 공간 대칭성을 가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이중 층 그래핀이 절연체라면, 이 이중 층 그래핀은 반드시 고차-위상학적 절연체 상태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는 그래핀 이중 층이 가지는 회전 대칭성과 무아레 대칭 이동성이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항상 성립하는 것을 활용하는 원리이다.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어떠한 근사방법에도 의존하지 않고 규명했다는 의의가 있다.
박문집 연구원은 “격자구조의 대칭성만을 이용해 이중 층 그래핀의 위상학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기술했다는 의의가 있다”라며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이 이차원 고차-위상학적 절연체의 새로운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스타트업 펀딩, BK21,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그림 설명
그림1. 뒤틀어진 그래핀 이중층의 모서리에서 나타나는 고차 위상학적 양자상

그림2. 두 층의 뒤틀어진 벌집모양 격자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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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