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 미래 식량안보의 숨은 위험 밝혀
“미래 식량 부족의 원인은 농지 부족이 아니라 농업 인력 부족일 수 있다."
저출산과 농촌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KAIST·국제 공동연구진이 농업 노동력 감소를 미래 식량안보(Food Security,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능력) 분석에 반영한 새로운 데이터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 미래에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농업 인력 부족이 농지 활용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은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임) 연구팀이 KI 기후-환경-에너지 연구소 전해원 교수(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니클라스 포셀(Nicklas Forsell) 교수, 일본 동경대학교 타이칸 오키(Taikan Oki)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농업 인력 감소가 미래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연구는 주로 "얼마나 많은 농지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기후와 토양이 농사에 적합한지, 앞으로 식량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를 계산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농지가 있어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저출산과 도시 집중 현상이 나타나면서 농촌 인구가 줄고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농업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미래 식량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미래 사회와 기후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국제 시나리오 체계인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공통 사회경제 경로)와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대표 농도경로)를 결합한 5개 미래 시나리오를 활용해 분석을 수행했다. SSP는 인구 증가, 경제 성장, 기술 발전 등 사회 변화의 방향을 가정한 시나리오이고, RCP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미래 기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보여주는 시나리오다.
연구팀은 이러한 미래 전망에 농업 노동력 변수를 새롭게 반영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과 식량 수요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측했다면, 이번 연구는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의 수까지 함께 고려했다. 즉, 농지와 기후 조건이 충분하더라도 농업 인력이 부족하면 식량 생산이 제한될 수 있다는 현실을 모델에 반영한 것이다.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더 뚜렷했다. 미래에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농업 인력 부족 때문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나 토양보다 농업 인력 부족이 더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특히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미래에도 농업 인력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은 1인당 경작 가능 면적을 증가시킨다.하지만 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오히려 농촌 인구 감소는 가속화돼 노동력이 줄고 농지 활용이 더 제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될 경우 선진국에서는 농업 인력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일부 저소득 국가에서는 농업 인구가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는 이주 정책 역시 식량안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와 토지뿐 아니라 사람의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미래 식량 문제를 분석했다"며 "저출산과 농촌 기피같은 현실적인 사회 문제가 미래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이홍탁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하고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가 교신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6월 1일자 게재되었다. 아울러 이 연구는 학술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동일 학술지의 'News & Views' 논평("Farming needs more hands"; https://doi.org/10.1038/s41893-026-01841-8)에서 별도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해당 논평은 이 연구를 "얼마나 많은 땅이 있는가"라는 기존 질문을 "그 땅을 경작할 사람과 노동자당 생산성이 충분한가로 전환한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 논문명: Agricultural Workforce as a Potential Bottleneck of Future Cropland Availability, DOI: https://doi.org/10.1038/s41893-026-01824-9
※ 주저자: 이홍탁(KAIST, 제1저자), Nicklas Forsell(KAIST), Taikan Oki(동경대학교), 전해원(KAIST), 김형준(KAIST,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AI기반미래기후기술개발원천연구사업, 해외우수과학자유치사업, Plus 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기후적응의 역설 규명...“또 다른 불평등 부를 수도”
도시공원 조성, 습지 복원 등 녹지와 수공간을 활용하는 ‘그린-블루 적응(Green-Blue Adaptation·녹지·수공간 기반 기후적응)’은 기후 위기 시대 도시의 홍수·폭염 피해를 줄이는 대표적 기후적응 전략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 대학과 국제연구진이 이러한 기후적응 정책이 역설적으로 집값 상승과 인구 유입을 촉진해 기존 저소득층 주민의 거주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대륙 규모 데이터로 처음 입증했다.
우리 대학은 AI미래학과 김승겸 교수 연구팀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도시를 분석해 기후적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배제 압력을 유발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역설(Gentrification Paradox·환경 개선이 오히려 원주민 밀려남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내 5,503개 행정단위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의 변화를 추적했다. 위성영상 분석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해 그린-블루 적응이 실제 도시와 주민 삶에 미친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기후적응 정책이 환경 개선 효과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과 인구 이동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정책 효과의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정책 시행 전후 변화를 비교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통계 기법)을 적용해 그린-블루 적응이 도시 변화에 미친 영향을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기후적응과 젠트리피케이션 간 인과관계를 규명한 첫 대륙 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석 결과, 기후적응 시설이 조성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Composite Gentrification Index·주택가격·인구 유입·지역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지표)가 평균 약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으며, 외부 인구 유입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후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 역설적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고 기존 공동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기후적응을 단순한 인프라 구축의 문제가 아니라, 혜택과 부담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분배 문제’로 바라봐야 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앞으로의 기후 정책이 녹지와 수공간 확충에 그치지 않고, 토지 소유권 보호와 공공주택 공급,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대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겸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불러와 기존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의 기후 정책은 환경 개선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주거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조혜민 박사과정생, 북경대 우롱펑(Longfeng Wu) 교수, 뉴욕상하이대학 관청허(ChengHe Guan) 교수가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4월 13일 게재됐다.
※ 논문명 : The gentrification paradox of green-blue adaptation in African cities, https://www.nature.com/articles/s44284-026-00432-0
※ 저자 정보 :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 제1 저자 및 교신저자), 조혜민 (한국과학기술원, 제2 저자), Longfeng Wu (북경대, 제 3저자), ChengHe Guan (뉴욕상하이대, 공동 교신)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AI기반 미래기후기술개발 원천연구사업의 ‘AI기반 기후-인간 상호영향 차세대 통합평가모델 개발’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