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도 터치스크린·로봇손 원격제어… 시각 보조, 가상현실 활용 기대
가상현실과 로봇 원격제어, 의료·재활 보조기기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손에 착용해 촉각만으로 방향과 움직임 정보를 전달하는 '웨어러블 햅틱(착용형 촉각 인터페이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장치는 대부분 장치 자체의 위치와 방향을 기준으로 촉각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손이나 손가락 자세가 바뀌면 "위·아래·좌·우"의 의미가 흔들려 사용자가 방향을 일관되게 해석하기 어려웠다. 예컨대 "위쪽"으로 느꼈던 신호가 손을 90도 돌리면 더 이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 식이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오일권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가락 관절을 기준으로 방향성 촉각 신호를 전달해 손 자세가 변해도 방향 정보가 일관되게 유지되는 착용형 소프트 햅틱 링 'PIHR(Pose-Independent Haptic Ring)'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PIHR은 손가락 첫 마디 관절(손등과 손가락이 만나는 MCP 관절)을 원점으로 삼아 촉각 신호를 매핑하는 장치다. 신호의 의미를 '장치 기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손가락 관절 기준'으로 고정해, 손을 어떻게 돌리든 같은 자극이 같은 해부학적 방향을 뜻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햅틱 장치가 장치 중심 좌표계에 기반해 단순한 상·하·좌·우 신호를 보냈다면, PIHR은 MCP 관절을 중심으로 한 구면 좌표계 기반 촉각 매핑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굽힘(flexion·손가락을 안으로 굽힘), 폄(extension·펴기), 벌림(abduction·옆으로 벌림), 모음(adduction·다시 모음)이라는 네 가지 해부학적 방향을 손 자세 변화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전달한다. 기존 방식으로 이런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별도의 자세 센서와 실시간 좌표 변환이 필요해 시스템이 복잡해지는데, PIHR은 신호의 기준 자체를 관절에 고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소했다.
좁은 링 안에서 충분한 촉각 출력을 얻는 것도 관건이었다. 연구팀은 구불구불한 격자 형태의 형상기억합금(SMA·Shape Memory Alloy, 열을 가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금속) 액추에이터 구조를 최적화하고, 면적 밀도(AD)와 단위 밀도(UD)를 기준으로 설계를 비교했다. 그 결과 'AD61–UD4' 형상이 힘 출력·변위·응답 속도 사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성능을 보였다. 최종 액추에이터는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4개 채널로 구성되며, 전기적 가열로 각 채널이 선택적으로 수축하면서 손가락 피부에 국소적인 수직 압입 자극을 전달한다. 이렇게 만든 액추에이터는 1.0암페어 전류에서 약 0.44초 만에 최대 1.3뉴턴의 힘을 내, 실시간 촉각 상호작용에 적합한 응답 속도를 보였다. 자체 무게 대비 힘 출력(질량당 84.2N/g)도 기존에 보고된 SMA 웨어러블 햅틱 장치보다 크게 높았으며, 반복 구동 시에도 피부 접촉 온도가 생체 적합 범위에 머물러 착용 안전성을 확보했다.
방향 인식 성능 검증을 위한 사용자 평가도 진행됐다. 1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사전 훈련 없이 손 자세가 계속 바뀌는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네 방향 촉각 신호에 대해 전체 79.2%의 인식 정확도를 기록했다. 이는 무작위로 찍었을 때의 확률(25%)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수치로, 관절 중심 햅틱 매핑이 자세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직관적인 방향 인식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응용 가능성도 두 가지 시연으로 확인했다. 눈을 가린 사용자가 손가락에서 전달되는 관절 중심 방향 신호만으로 터치스크린의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연주하고 화면을 넘겼으며, 로봇 손을 원격제어해 주사기로 액체 양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는 정밀 작업도 수행했다. 이는 PIHR이 단순한 접촉 알림을 넘어, 사용자의 손가락 움직임을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착용형 햅틱 인터페이스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일권 교수는 "PIHR은 신호의 기준을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의 손가락 관절에 두었다는 점에서 기존 착용형 햅틱과 차별화된다"라며 "시각 보조, 가상현실, 로봇 원격제어 등 시각 정보가 제한된 다양한 환경에서 직관적인 방향 안내 기술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현수 석사과정이 제1저자로, 오일권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스몰 스트럭처스(Small Structures)' 2026년 6월 발행 제7권 6호에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당 호의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됐다.
※ 논문명: Pose-Independent Soft Haptic Ring for Joint-Centered Directional Guidance via Multichannel Shape Memory Alloy Actuators
※ DOI: https://doi.org/10.1002/sstr.202600017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RS-2024-00345241), 미래개척융합과학기술개발사업(RS-2023-00302525),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RS-2025-25441263),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nnoCORE 프로그램(N10260002)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모터 없이 1초 이내 굽혀지는 로봇손 구동기술 나왔다
우주 구조물과 로봇 팔에는 가볍고 반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동 장치가 필요하지만, 기존 모터 기반 시스템은 무겁고 구조가 복잡해 한계가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1초 이내에 빠르게 작동하면서도 모터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 기반 구동 기술을 개발해, 로봇 팔과 우주 구조물 등 차세대 로봇·우주 장비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이 별도의 복잡한 기계장치 없이도 열과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해 스스로 형태를 바꾸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가역적 자가 변형(Self-shape change)’이 가능한 ‘양방향(Two-way) 형상 기억물질 기반 하이브리드 스마트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 SMA)과 형상기억고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를 결합해 두 소재의 장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복합재 액추에이터를 설계했다. 형상기억합금은 열을 가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금속 소재이며, 형상기억고분자는 열이나 외부 자극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고분자 소재다.
기존 형상기억 소재는 한 번 변형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거나(단방향, One-way),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금속 합금과 고분자 소재는 강도가 달라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원래 형태로 정확히 복원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소재와 구조를 함께 개선했다. 먼저 형상기억고분자의 화학 조성을 조절하고 탄소섬유로 보강해 소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한 액추에이터에 줄자처럼 휘어지는 ‘테이프 스프링(Tape spring)’ 형태의 구조를 적용했다. 이 구조는 변형 과정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스냅-스루(Snap-through)’ 현상을 만들어 움직임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준다.
그 결과, 개발된 액추에이터는 열을 가하면 굽혀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다시 펴지는 완전한 양방향 구동을 구현했다. 또한 기존 기술보다 변형 범위가 크게 늘어나 거의 100%에 가까운 초기 형상 복원률을 보였으며,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속도도 크게 향상돼 복잡한 제어 없이도 반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형상기억 액추에이터는 양방향 변형이 가능하면서도 1초 이내의 빠른 변형 속도(Sub-second actuation)와 높은 전개 정확도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형상기억 소재 기반 구동 기술의 실용 가능성을 크게 높인 성과로 평가된다.
김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재의 물성적 한계를 독창적인 구조 설계를 통해 극복하고, 형상기억 액추에이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결과”라며 “향후 반복적인 그리핑 동작이 필요한 로봇 손(Gripper)이나 우주용 전개 구조물(Deployable structure)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다정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와일리(Wiley)사가 발행하는 ‘어드벤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6년 1월 19일자 온라인 게재되었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6년 3월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Front Cover로 채택되었다.
※ 논문명 : Two-Way Shape Memory Alloy and Polymer Composite Hybrid Smart Actuator With High Speed, Accuracy, and Reversible Deformation,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8863
※ 저자 정보 : 강다정 (KAIST, 제1 저자), 박성연 (KAIST, 공저자), Yitro Samuel Aditya (KAIST, 공저자), 이하은 (KAIST, 공저자), 김원빈(KAIST, 공저자), 배상윤 (KAIST, 공저자), 김성수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 (과제번호 RS-2024-00450477), 한국연구재단-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과제번호 RS-2023-0026046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로봇 손의 미끄럼 막아주는 인공 피부 개발
우리대학 기계공학과 박형순, 김택수 교수 연구팀이 사람 손바닥 피부의 기계적 특성을 모사, 로봇 손의 조작성능을 높여줄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의수나 산업용 집게, 산업용 로봇손 등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물체 조작 능력이나 작업능력을 향상시킬 유용한 말단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기존 기능성 인공피부가 주로 미관상 기능이나 감각기능 재현에 초점을 두었던데 반해, 이번에 개발된 인공피부는 구조 그 자체로 조작기능 향상에 기여하기에 복잡한 제어알고리즘이나 추가적인 동작 없이 간단히 부착하는 것만으로 조작성능 향상을 도울 수 있다.
연구팀은 손바닥 피부를 물리적 장벽이자 다양한 감각을 수용하는 기관으로만 보지 않고, 임의의 모양의 물체에 밀착되도록 변형되면서 물체를 안정적으로 고정한다는 점에서 손의 조작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주목했다.
이에 손바닥 피부를 겉 피부층, 피하지방층, 근육층으로 구조화하여 각 특성을 분석, 피하 지방층의 비대칭적인 물리적 특성이 기능적 장점을 만들어 내는 핵심요소임을 알아냈다. 부드러운 지방조직과 질긴 섬유질 조직이 복합되어 누름에 유연하면서도 비틀림이나 당김에 의한 변형에 대해서는 강인하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손바닥처럼 말랑한 다공성 라텍스 및 실리콘을 이용해 손바닥 피부와 동일한 비선형적·비대칭적 물리적 특성을 지니는 3중층 인공피부를 제작했다. 기공들이 누름에 대해서는 쉽게 압축되어 물체의 형상에 맞게 쉽게 변형되도록 하는 한편, 기공 사이사이 질긴 라텍스 격벽이 비틀림이나 당김에 강하게 저항함으로써 대상 물체를 견고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3중층 인공피부를 부착한 로봇 손은 기존 실리콘 소재의 단일층 인공피부를 부착한 로봇 손 대비 물체를 고정할 수 있는 작업 안정성과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조작성이 3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향후 나사처럼 작은 물체나 계란처럼 쉽게 깨질 수 있는 매끄러운 물체 등 조작대상의 크기나 단단함, 표면특성을 고려하여 인공피부의 질감, 두께, 형상을 조절하는 등 용도에 맞는 최적의 피부구조를 설계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반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닉암메카트로 닉스융합연구사업 및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신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속표지 논문으로 5월 8일 선공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