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속 ‘스커미온’ 형성 원리 규명… AI 전력 문제 해결 단서
자석 속 전자 스핀이 소용돌이처럼 배열된 ‘스커미온(skyrmion)’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핵심 구조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특수한 물리 조건 없이도 자석의 기본적인 물리 작용만으로 스커미온이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다양한 자성 물질에서 스커미온 구현 가능성을 넓혀 기존보다 수십~수백 배 높은 정보 저장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소자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김세권 교수 연구팀이 자성과 격자의 결합(자기-탄성 결합)만으로 소용돌이형 자성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석 속 스핀(전자들이 가지는 작은 자석 성질)과 격자 변형(원자 배열이 미세하게 뒤틀리는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용만으로도 소용돌이 모양의 자성 구조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특히 자성 물질 내부에서 나타나는 소용돌이형 스핀 구조인 스커미온은 크기가 매우 작고 안정성이 높아 초고밀도·저전력 정보소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스커미온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결정 구조의 비대칭성이나 강한 스핀-궤도 결합과 같은 특정한 물리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자성 물질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자기-탄성 결합(magnetoelastic coupling)’만으로도 스커미온과 반스커미온이 번갈아 배열된 구조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자기-탄성 결합은 자성(스핀)과 원자 배열의 변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으로, 거의 모든 자성체에서 나타나는 기본적인 물리적 성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합이 충분히 강해지면 원래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던 자성의 기본 상태(바닥상태)가 스스로 불안정해지며 새로운 소용돌이형 질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핀의 기울어짐과 격자 왜곡이 동시에 발생하며 스커미온과 반스커미온이 번갈아 배열된 ‘카이랄 스핀 구조’가 형성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김세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한 특수 상호작용이 없어도 스커미온 같은 자성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특히 최근 연구가 활발한 2차원 자성 물질(원자 두께 수준의 매우 얇은 자성 물질)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구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춘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2월 11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Magnetoelastic Coupling-Driven Chiral Spin Textures: A Skyrmion-Antiskyrmion-like Array, DOI: https://doi.org/10.1103/5csz-pw7x
※ 주저자: 고경춘(KAIST 물리학과 박사) 제1저자, 김세권 교수(KAIST 물리학과)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과학자 유치사업 플러스(브레인풀 플러스),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닫힌 계면을 갖는 구조체의 보편적 이동 특성 규명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황찬용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경환 박사 공동연구팀이 자기 스커미온의 전류 구동 현상을 이용해 닫힌 계면을 갖는 구조체가 형태를 유지한 채 이동할 때의 보편 특성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자기 스커미온(magnetic skyrmion)은 수 nm 수준의 자성체 박막, 즉 얇은 자석 내부에 존재하는 소용돌이 모양 혹은 방사형의 스핀 구조를 갖는, 2차원 공간상의 안정한 원형 구조체이다. 이 구조체는 위상학(topology)적 원리에 의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안정성을 갖고, 크기가 수십 nm 수준으로 작으며 전류를 흘려 주면 수~수백 m/s의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의 하드 디스크를 대체할 고속, 고집적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음에 주목되어 왔다. 따라서 보다 정밀한 자기 스커미온 기반 소자를 만들기 위해 자기 스커미온의 속도와 가해 준 전류량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연구 과제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비자성체/강자성체/산화물 3중층 구조의 소자에서 연구팀의 독자 기술인 자기장 변화 방식으로 자기 스커미온을 대량 생성, 크립(creep) 운동 영역(스커미온의 속도가 박막의 무작위적 결함과 열적 효과에 영향을 받는 영역)에서의 자기 스커미온 속도-전류밀도 관계를 분석했다. 두 연구팀은 약 70만 개 이상의 빠르고 느린 자기 스커미온의 이동 궤적을 추적, 분석하여 이동 속도-전류밀도 간의 스케일링 법칙을 찾아냈다. 그 결과 자기 스커미온은 2차원 공간상의 구조체임에도 불구하고 1차원 공간상에서 주로 나타나는 ‘호핑(hopping)’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차원에서 움직이는 선을 원형으로 말아 놓을 경우 운동 법칙이 전혀 달라짐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보편성 부류(universality class, 같은 스케일링 법칙을 공유하는 집단)의 구분 기준으로 계면의 열리고 닫힘, 즉 ‘구조적 위상(structural topology)’이 존재함을 제안했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송무준, 유무진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박민규 박사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본 연구는, KAIST(김갑진 교수 연구팀), KRISS(황찬용 박사 연구팀), KIST(김경환 박사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테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32.1)’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돼 10월 6일 게재됐다. (논문명: Universal Hopping Motion Protected by Structural Topology)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크립 영역에서의 자기 스커미온의 전류에 의한 거동 특성을 실험적으로 밝혀내고, 이것이 닫힌 계면을 갖는 구조체의 보편 특성임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자기 스커미온 기반 메모리 및 컴퓨팅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이며, 다양한 분야의 닫힌 계면 구조를 갖는 구조체의 거동 특성을 분석하는 기반 이론으로써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