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더 잘 붙고 분해 속도 조절 가능한 젤 소재 개발
상처 치료용 드레싱은 더 잘 붙고, 약물 전달 패치는 더 정교해질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식물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활용해 해조류 기반 하이드로겔(Hydrogel·물을 다량 함유하면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젤 소재)의 강도를 5배 이상 높이고 접착성과 분해 속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탄닌산(Tannic Acid)을 활용해 해조류 유래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고 분해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하이드로겔은 콘택트렌즈, 여드름 패치, 마스크팩, 상처 치료용 드레싱 등에 사용되는 수분 함량이 높은 젤 소재다. 피부에 밀착되면서도 약물이나 유효성분을 머금고 있을 수 있어 약물전달체(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재), 창상피복재(상처를 보호하고 치유를 돕는 의료용 드레싱), 조직공학용 지지체(인공 조직 재생을 돕는 구조체),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하이드로겔 소재 가운데 ‘카파-카라기난(κ-Carrageenan)’에 주목했다. 카파-카라기난은 우뭇가사리 등 붉은 해조류(홍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고분자로, 젤리나 소스의 점도를 높이고 형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친숙한 식품 소재다.
하지만 카파-카라기난으로 만든 하이드로겔은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파-카라기난 분자에는 황산기(Sulfate Group)라는 구조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같은 극의 자석끼리 서로 밀어내듯 분자 간 반발력을 만들어 촘촘한 구조 형성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하이드로겔의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거나 분해 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산기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찾는 데 주목했다. 그 결과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폴리페놀인 탄닌산(Tannic Acid)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이나 병해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천연 성분으로, 여러 물질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탄닌산은 여러 개의 결합 부위(갈롤기)를 갖고 있어 카파-카라기난의 황산기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분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이 하이드로겔 구조를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 기존에는 하이드로겔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졌던 황산기가 오히려 탄닌산과 결합하는 핵심 부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기존에는 ‘약점’으로 여겨졌던 구조가 탄닌산을 만나면서 하이드로겔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탄닌산을 첨가한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의 저장탄성률(Storage Modulus·젤의 단단함과 탄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약 1,632Pa로, 순수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약 294Pa)보다 5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하이드로겔이 외부 압력이나 변형에도 더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나 약물전달 패치의 내구성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탄닌산이 첨가되는 시점과 관계없이 이미 형성된 하이드로겔의 내부 그물망 구조(겔 네트워크)까지 안정적으로 강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탄닌산이 여러 지점에서 분자들을 연결해 하이드로겔의 내부 구조를 지속적으로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빠른 분해성과 강한 접착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탄닌산이 첨가된 하이드로겔은 인체의 위·장 환경을 모사한 실험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해되면서도 피부와 거친 표면에는 강하게 부착됐다. 이는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 사용 중에는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역할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분해될 수 있고, 약물전달 패치가 원하는 시간 동안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화학 합성 과정 없이 식품 등급의 천연 성분만으로 하이드로겔의 강도, 접착성, 분해 속도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식품·기능성 식품용 캡슐 및 코팅 소재, 피부 밀착형 화장품 및 스킨케어 제품, 창상피복재, 약물전달 패치, 조직공학용 지지체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 유래 소재만으로도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 분해 거동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식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분야에서 보다 안전하고 단순한 방식의 천연 고분자 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과 양한열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체모사 분야 국제학술지 ‘Biomimetics(바이오미메틱스)’에 4월 21일 게재됐다.
※ 논문명: Adhesive κ-Carrageenan Hydrogels by Polyphenol Intervention, DOI: 10.3390/biomimetics11040290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 팩토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폴리페놀 코팅 기술로 탈모 예방 가능성 입증
탈모는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겪고 있는 문제로 심리적·사회적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KAIST 연구진이 천연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탄닌산이 탈모 예방에 기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연구를 통해 탄닌산이 단순한 코팅제가 아니라, 탈모를 완화시키는 ‘접착 중재자(adhesion mediator)’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우리 대학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탄닌산 기반 코팅 기술을 활용해 탈모 완화 기능성 성분을 서서히 방출하는 새로운 탈모 예방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탈모에는 안드로겐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 AGA) 및 휴지기 탈모(telogen effluvium, TE)가 있는데 유전적, 호르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현재까지도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인 미녹시딜(minoxidil)과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 는 일정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적인 사용이 필요하고, 체질에 따라 효능이 다르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일부 사용자는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해신 교수 연구팀은 탄닌산이 모발의 주요 단백질인 케라틴과 강하게 결합해 모발 표면에 지속적으로 부착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이를 활용해 특정 기능성 성분을 제어된 방식으로 방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살리실산(salicylic acid, SCA), 니아신아마이드(niacinamide, N), 덱스판테놀(dexpanthenol, DAL) 등 탈모 완화 기능성 성분을 포함한 조합을 개발하고, 이를 ‘스캔달(SCANDAL)’이라 명명했다. 연구 결과, 탄닌산과 결합된 스캔달 복합체는 수분과 접촉하면 점진적으로 방출되며, 모발 표면을 따라 모낭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굿모나의원(원장: 이건민) 연구팀은 탄닌산/스캔달 복합체가 포함된 샴푸를 12명의 탈모 환자에게 7일간 적용한 결과, 임상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탈모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실험 결과, 평균적으로 56.2%의 모발 탈락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며, 최대 90.2%까지 탈모가 감소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탄닌산이 모발 표면에서 스캔달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서서히 방출되면서 모낭까지 전달되는 방식이 탈모 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해신 교수는 “천연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탄닌산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지며,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이 있어 생체 접착제(bioadhesive)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도 피부 및 단백질 코팅 소재로 활용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 연구는 모발과의 결합 및 탈모 완화 성분 전달을 위한 최초 사례로 교원창업기업 폴리페놀팩토리(주)를 통해 제품화한 ‘그래비티 (Grabity)’샴푸에 적용하였다. 앞으로도 끊어지는 얇은 헤어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샴푸, 곱슬머리를 펴 주는 제품 등 더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른 제품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학과 김은우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이해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 인터페이스Advanced Materials Interfaces’ 1월 6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Leveraging Multifaceted Polyphenol Interactions: An Approach for Hair Loss Mitigation) DOI: 10.1002/admi.202400851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 창업 기업인 폴리페놀팩토리(주)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모발 이식에 적용가능한 생체친화적 접착제 개발
우리 대학 화학과 서명은 교수와 이해신 교수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이 와인의 떫은맛 성분인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친화적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탄닌산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접착력과 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면 떫은맛을 느끼는 이유는 탄닌산이 혀에 붙기 때문이다. 물에 녹는 고분자와 탄닌산을 섞으면 마치 젤리와 같이 끈적이는 작은 액체 방울을 말하는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가 가라앉는 경우가 생기는데, 몸에 쓸 수 있는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사용하면 독성이 낮은 의료용 접착제로 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코아세르베이트는 근본적으로 액체에 가까워 큰 힘을 버틸 수 없어 접착력을 향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조합해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접착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이하 PEG)과 폴리락틱산(polylactic acid, 이하 PLA)은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 사용을 허가받은 물질이다. 안약, 크림 등에 많이 사용되는 PEG가 물에 잘 녹는 반면, 젖산(lactic acid)에서 유래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PLA는 물에 녹지 않는다. 이들을 서로 연결한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를 만들고 물에 넣으면, 물에 녹지 않는 PLA 블록이 뭉쳐 미셀(micelle)을 만들고 PEG 블록이 그 표면을 감싸게 된다. 미셀과 탄닌산이 섞여 만들어지는 코아세르베이트는 단단한 PLA 성분으로 인하여 고체처럼 거동하며, PEG 대비 천 배 넘게 향상된 탄성 계수(elastic modulus)를 보여 접착 시 훨씬 강한 힘도 버틸 수 있다.
연구팀은 나아가 마치 금속을 열처리하듯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물성이 백 배 이상 더욱 향상되는 것을 관찰했고, 이는 정렬된 미셀들과 탄닌산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차 견고해지기 때문임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피부 자극이 적고 체내에서 잘 분해되는 소재 특성을 이용, 모발의 끝에 이 접착제를 발라 피부에 심는 동물실험을 통해 모발 이식용 접착제로서 응용 가능성을 보였다. 탄닌산을 비롯한 폴리페놀의 접착력과 저독성에 주목해 의료용 접착제, 지혈제, 갈변 샴푸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해 온 KAIST 이해신 교수는 모낭을 옮겨심는 기존의 모발 이식 방식이 여러 번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대학 화학과 서명은 교수 연구팀의 박종민 박사(現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와 이해신 교수 연구팀의 박은숙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고 우리 대학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과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이 협업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 Au(JACS Au)'에 8월 22일 字로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Biodegradable Block Copolymer–Tannic Acid Glue)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보호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사업, 한국화학연구원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