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계산으로 뇌 깊숙한 곳도 ‘선명하게’...고가 장비 한계 넘었다
살아있는 뇌 깊숙한 곳을 선명하게 관찰하려면 고가의 장비가 필수라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물리 기반으로 한 AI 계산 알고리즘을 활용해 추가적인 광학 측정 장비 없이도 흐릿한 이미지를 또렷하게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뇌과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강익성 교수가 UC 버클리 나지(Na Ji)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신경장 모델(neural fields, 3차원 공간의 구조를 연속적으로 표현해 이미지와 형태를 동시에 복원하는 신경망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생체 내부를 관찰하는 현미경의 이미지 왜곡을 정밀하게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이 활용한 ‘이광자 형광 현미경(two-photon fluorescence microscopy, 두 개의 약한 빛을 동시에 사용해 생체 깊은 곳 특정 지점만 선택적으로 빛나게 하는 기술)’은 살아있는 생체 조직 깊은 곳을 관찰할 수 있는 핵심 장비다. 그러나 빛이 두꺼운 조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휘고 흩어지면서, 마치 물속에서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듯 이미지가 흐릿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광학 수차(optical aberration, 빛이 왜곡돼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라고 한다.
기존에는 이러한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파면 센서(wavefront sensor, 빛이 얼마나 휘어졌는지를 측정하는 장치)와 같은 복잡하고 값비싼 하드웨어 장비를 추가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와 달리, 이미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만을 이용해 빛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역으로 계산하고 이를 바로잡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즉, 흐릿한 사진을 보고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것처럼, 추가 장비 없이도 선명한 이미지를 되살리는 방식이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신경장 모델 기반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빛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왜곡 과정을 추적해, 생체 조직에 의한 광학 수차뿐 아니라 생체의 미세한 움직임, 현미경의 기계적 오차까지 동시에 보정하는 통합 기술을 구현한다.
그 결과, 별도의 광학 측정·보정 장비 없이도 생체 조직 깊은 곳에서 고해상도·고대비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더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기존 한계를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연구 장비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정밀한 뇌 관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익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생체 내부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향후 현미경이 스스로 최적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지능형 광학 이미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방법론 학술지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4월 13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Adaptive optical correction for in vivo two-photon fluorescence microscopy with neural fields, DOI: 10.1038/s41592-026-03053-6
※ 주저자: 강익성(KAIST, 공동교신저자 겸 제1저자), 나지 교수(UC Berkeley, 공동교신저자)
차세대 신소재 설계 가속할 ‘AFM 활용 로드맵’ 제시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더욱 작고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수준에서 전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다루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외부 전기 없이도 스스로 전기적 상태를 유지하는 강유전체(Ferroelectrics) 소재는 차세대 메모리와 센서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그 크기가 매우 작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이하 AFM) 기반 강유전체 연구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조작 방법론과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나노 세계에서 전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AFM의 새로운 활용 전략을 제시하며 차세대 신소재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강유전체는 자석처럼 전기적 극성(분극)을 가지며, 이를 활용하면 전력이 끊겨도 정보가 유지되는 메모리나 정밀 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소자의 초소형화가 진행되면서 나노 단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물리 현상이 전체 소자의 성능을 좌우하게 되었고,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AFM을 활용해 나노 수준에서 물질을 관찰하고 직접 조작할 수 있는 통합 분석 체계를 제시했다. AFM은 매우 미세한 탐침을 이용해 표면을 스캔하며 원자 수준의 정보를 읽어내는 장치로, 나노 세계의 ‘눈’이자 ‘손’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시료 표면을 미세한 탐침으로 스캔해 원자 수준의 물리·전기적 특성을 측정하는 AFM을 기반으로, 압전반응 힘 현미경(PFM, 전기-기계적 반응 측정), 켈빈 탐침 힘 현미경(KPFM, 표면 전위 상태 측정), 전도성 현미경(C-AFM, 전류 흐름 측정) 등 다양한 분석 기술을 하나로 묶어 소재의 구조와 전하 분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현미경의 탐침을 이용해 전기적 자극을 가함으로써 나노 수준에서 데이터 도메인을 직접 설계하고 조작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AFM은 나노 크기의 아주 작은 영역에 전기 자극이나 압력을 직접 가해 물질의 성질을 바꾸고 조절할 수 있다. 즉,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원하는 형태로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해왔음을 본 논문을 통해 정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AFM이 이황화몰리브덴(MoS₂)과 같은 이차원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물질과 초박막 하프늄지르코늄산화물(HfZrO₂ 계열)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성능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됨을 강조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기술 발전 방향으로 고속 원자간력 현미경(High-speed AFM)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려운 복잡한 나노 구조를 빠르게 이해하고, 더 좋은 소재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AFM이 단순한 관찰 장비를 넘어 신소재를 설계하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공정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인공지능과 결합한 분석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및 에너지 소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연규 박사과정과 박건우 석·박사통합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영국 왕립화학회(The Royal Society of Chemistry)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재료화학 저널 C(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C)’의 전면 표지 논문으로 2월 26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Atomic Force Microscopy for Ferroelectric Materials Research
DOI: https://pubs.rsc.org/en/content/articlehtml/2026/tc/d5tc03998c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다각도-멀티스케일 데이터 융합형 리튬이차전지 설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향후 나노 소재 연구의 통합적인 지침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전도 비밀 밝힐 극저온 ‘전자 질서’ 양자현상 포착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초전도 현상을 비롯한 물질 내부 양자현상의 비밀은 전자들이 언제 함께 움직이고, 언제 흩어지는지에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전자들이 질서를 만들고 깨뜨리는 순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양용수·이성빈·양희준·김용관 교수팀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양자물질 내부에서 전하밀도파(Charge Density Wave)*가 형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공간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전하밀도파: 특별한 양자물질을 매우 낮은 온도로 식혔을 때 전자들이 마치 군무를 추듯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며 이루는 줄무늬 또는 그물 무늬 같은 패턴
초전도 상태는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가 100% 흐르는 상태로, 아주 낮은 온도에서 특정한 물질에서만 나타난다. (-)전하를 띠는 전자들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서로 밀어내지만, 초전도 상태의 전자들은 놀랍게도 둘씩 짝을 이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성질은 MRI 병원 검사 기계와 자기부상열차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전하들이 서로 강하게 얽혀 만들어내는 특별한 양자상태는 양자컴퓨터와 같은 차세대 양자기술의 기반이 된다.
초전도 현상을 비롯한 극저온 양자현상을 양자컴퓨터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질 속 전자들을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극저온 환경에서 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전하밀도파의 무늬 패턴은 어떻게 생기고 사라지는지 직접 관측하기 어려워 많은 부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진은 액체헬륨으로 냉각한 특수 전자현미경과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4D-STEM)을 이용해 전자 무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물이 얼면서 얼음 결정이 자라는 모습을 초고배율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물 대신 약 –253℃의 극저온에서 전자들이 배열되는 모습을 관찰했고, 카메라 대신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까지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을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연구 결과, 전자 무늬는 물질 전체에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영역에서는 선명한 무늬가 보이지만, 바로 옆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마치 호수가 한 번에 얼지 않고, 얼음과 물이 섞여 있는 모습과 같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물질 내부의 아주 미세한 변형(strain)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눈으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작은 압력이나 뒤틀림이 전자 무늬의 형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반대로 일부 영역에서는 온도가 올라가도 전자 무늬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작은 섬처럼 고립된 ‘양자 질서’가 고온에서도 유지되는 모습으로,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결과다.
연구팀은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를 냈다. 전하밀도파 전자 무늬를 이루는 전자들이 서로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주는지를 세계 최초로 정량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무늬가 있다, 없다’를 넘어서 전자 질서가 어떻게 연결되고 유지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양자물질 연구에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한 성과로 평가된다.
전하밀도파와 초전도 상태는 때로는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를 돕는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고온 초전도체 연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즉, 전자 무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을 알게 되면 초전도 전류가 더 잘 흐르는 재료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양용수 교수는 “그동안은 이론이나 간접 측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극저온에서의 전자 질서와 양자상태의 미세한 변화를 이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양자물질의 숨겨진 질서를 밝혀냄으로써 미래 양자기술의 재료 개발을 가속할 중요한 돌파구”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홍석조·오재환·박제민 연구원(KAIST)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물리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2026년 1월 6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Spatial correlations of charge density wave order across the transition in 2H-NbSe₂, DOI: https://doi.org/10.1103/776d-dnmf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머리카락 굵기의 200만분의 1 진동까지 본다. 초고속 광계측 기술 개발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정원 교수 연구팀이 초고속 광학 기술을 이용해 원자힘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e)의 나노 현미경 바늘이 보이는 복잡한 운동을 머리카락 굵기의 약 2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30피코미터(pm) 수준의 열잡음 진동부터 머리카락 굵기의 약 1/3에 해당하는 20마이크로미터(μm) 수준의 큰 비선형 진동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나용진 박사(現 삼성전자)가 제1저자로 참여하고 POSTECH 서준호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이루어진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hotoniX 10월 6일 字에 게재됐다. (논문명: Frequency comb-based time-domain tracking of AFM cantilever dynamics from picometre-scale noise to micron-scale nonlinear motion)
최근 나노·마이크로 스케일 기계소자의 복잡한 동역학을 정밀하게 계측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으나, 기존 기술은 감도, 선형성, 측정 대역폭 사이의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열잡음과 같은 초미세 진동과 큰 진폭의 운동을 동시에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펨토초(femtosecond, 10-15초) 레이저 펄스와 전기광학 샘플링기술을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AFM에서 사용되는 나노현미경 바늘(탐침, cantilever)의 약 30피코미터(pm, 10-12미터) 수준의 열잡음 진동부터 20마이크로미터(μm, 10-6미터) 규모의 큰 비선형 운동까지 단일 장비로 계측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모드 결합(mode coupling), 분기(bifurcation), 과도(transient) 운동 같은 기존에는 규명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동역학 현상을 실시간으로 포착했으며, 탐침을 다중 모드로 구동해 모드 형상(mode shape)을 복원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나노기계소자의 정밀 계측 및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향후 AFM 바늘의 성능 향상과 고해상도 힘 센싱, 나노소재와 소자 특성 분석의 정밀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비선형 및 과도 동역학의 실시간 규명을 통해 생화학적 센싱, 정밀 계측, 나노역학 연구 전반에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원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기술로는 볼 수 없었던 탐침의 복잡한 동역학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AFM과 나노센서 기술의 정밀성과 응용 범위를 크게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준호 POSTECH 교수는 “본 연구의 광대역 초정밀 광계측 기술은 펄스 기반 광역학계 양자기술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차세대 메모리의 비밀을 풀다
차세대 메모리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저항 메모리(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 ReRAM)’는 빠른 속도와 데이터 보존 능력, 단순한 구조 덕분에 기존 메모리를 대체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진이 이 메모리 작동 원리를 밝혀내 앞으로 고성능·고신뢰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핵심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박상희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정밀하게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현미경*을 하나로 결합한 ‘다중모드 주사 탐침 현미경(Multi-modal SPM)’을 활용해, 산화물 박막 내부에 전자가 흐르는 통로와 산소 이온의 움직임, 그리고 표면 전위(재료표면에 전하의 분포)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류 변화와 산소 결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여러 종류 현미경: 전류 흐름을 보는 전도성 원자간력 현미경(Conductive atomic force microscopy, C-AFM), 산소 이온 움직임을 보는 전기화학적 변형률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 전위 변화를 보는 켈빈 탐침 힘 현미경(Kelvin probe force microscopy, KPFM)
이 특별한 장비로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2) 박막에 전기 신호를 주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을 직접 구현해서 전류가 달라지는 이유가 산소 결함 분포의 변화 때문임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산소 결함이 많아지면 전자의 이동 통로가 넓어져 전류가 잘 흐르고, 반대로 흩어지면 전류가 차단되는 등, 전류의 흐름이 산소 결함의 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산화물 내의 산소 결함 분포가 메모리의 켜짐(on)/꺼짐(off) 상태를 결정한다는 점을 정밀하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지점의 분포에 국한되지 않고, 수 마이크로미터(µm2) 크기의 넓은 영역에서 전기 신호를 인가한 뒤, 변화된 전류 흐름, 산소 이온의 움직임, 표면 전위 분포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메모리의 저항이 바뀌는 과정이 단순히 산소 결함 때문만이 아니라 전자들의 움직임(전자적 거동)과도 긴밀히 얽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메모리를 ‘지우는 과정(소거 과정)’에서 산소 이온이 주입되면,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꺼진 상태(고저항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곧 메모리 소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원리으로 향후 안정적인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범 교수는 “다중모드 현미경을 통해 산소 결함, 이온, 전자의 공간적 상관관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이러한 분석 기법이 다양한 금속 산화물 기반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연구와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공채원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에서 발간하는 신소재·화학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7월 20일 자로 출판됐다.
※ 논문 제목: Spatially Correlated Oxygen Vacancies, Electrons and Conducting Paths in TiO2 Thin Films
※ DOI: https://pubs.acs.org/doi/full/10.1021/acsami.5c10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왜 식물이 스스로 공격하나? 유전 충돌 비밀 밝혀
고유의 면역 시스템을 지닌 식물은 때때로 자신의 단백질 구조를 병원균으로 오인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서로 다른 품종 간 교배 후, 후손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스스로 고사하는‘잡종 괴사(hybrid necrosis)’현상은 오랫동안 식물학자와 농업 연구자들에게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 여겨져 왔다. 이에 KAIST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진은 식물 자가면역 반응의 유발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사전에 예측·회피할 수 있는 신개념 품종 개량 전략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 송지준 교수 연구팀이 국립싱가포르대학(NUS), 옥스퍼드대학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활용, 식물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단백질 복합체‘DM3’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물 잡종 간 교배 시 면역 수용체의 비정상적 반응으로 발생하는‘잡종 괴사(hybrid necrosis)’의 원인을 ‘단백질 구조의 결함’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단백질(DM3)은 원래 식물의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인데, ‘위험 조합(DANGEROUS MIX, DM)’이라 불리는 특정 단백질 조합에서 DM3 단백질의 구조가 망가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DM3의 변이체 중 하나는 ‘DM3Col-0’ 변이체는 6개의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결합하며 정상으로 인식되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에 반해 또 다른 ‘DM3Hh-0’변이체는 6개 단백질 간의 결합이 제대로 안되어 식물은 이를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식하고 면역 경보를 울리며 자가 면역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해당 구조를 원자 해상도의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통해 시각화했으며, 면역 유도 능력은 DM3 단백질의 효소 기능 때문이 아닌, ‘단백질 결합력의 차이’때문임을 밝혀냈다.
이는 식물이 ‘외부 병원균’뿐만 아니라‘내부 단백질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경우에도 이를 병균으로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연구는 서로 다른 품종의 식물을 교배하면서 유전자가 섞이고 단백질 구조가 변할 경우, 식물 면역계가 얼마나 민감하게 변화하며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며, 자연교배 및 품종개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충돌(Genetic Incompatibility)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였다.
제1 저자인 김기정 박사는 “국제적 연구 협력을 통해 구조생화학, 유전학, 세포생물학적 실험을 망라해 완성도 높은 연구로 자가면역현상을 이용, 식물 면역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외부 병원균뿐 아니라 자기 단백질의 구조적 이상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식물 생명공학 및 작물 교배 전략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반의 구조 분석이 유전자 간 상호작용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준 교수와 옥스퍼드대 최은영 교수가 공동 책임저자로, 생명과학과 김기정 박사(現 취리히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과 국립싱가폴 대학 웨이린 완(Wei-Lin Wan)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김나윤 박사과정 학생이 제2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분자 세포(Molecular Cell)' 7월 17일 자에 출판됐다.
※논문명: Structural determinants of DANGEROUS MIX 3, an alpha/beta hydrolase that triggers NLR-mediated genetic incompatibility in plants
※DOI: https://doi.org/10.1016/j.molcel.2025.06.021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그랜드챌린지 30(Grand Challenge 30)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6밀리초에 단백질 반응 순간 포착 성공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신약 개발을 위해 단백질 상호 작용 및 효소-기질 반응 등 마이크로초(micro-second)~밀리초(milli-second)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KAIST 연구진이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생화학 반응의 변화를 수 밀리초 수준에서 정지시키고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 화학과 강진영 교수와 물리학과 이원희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초고속 생화학 반응 연구를 위한 ‘패릴렌(parylene)’* 기반 박막 미세유체 혼합-분사 장치’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패릴렌: 단백질 반응을 초고속으로 관찰하기 위한 미세유체(microfluidics) 장치를 만드는 핵심 재료로 수 마이크로미터의 얇은 박막형태로 스프레이 제작이 가능하게 만든 소재임
이번 연구는 기존에 제시됐던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이하 TRCEM, Time-resolved cryo-electron microscopy) 기법의 한계를 극복해 기존 대비 시료 소모량을 1/3 수준으로 줄이면서 분석가능한 최소 반응시간을 기존 기술 대비 수십 배 향상하여 6밀리초(1,000분의 6초)까지 단축했다.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 복합체의 반응 중간 상태를 초저온에서 빠르게 냉동해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로 최근 특별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적인 초저온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짧은시간 존재하고 사라지는 반응 중간체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TRCEM 기법이 개발됐으나, 기존 기술은 많은 시료 소비와 제한된 시간 해상도 등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박막 패릴렌 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혼합-분사장치를 개발했다.
본 장치는 시료의 양을 기존 대비 1/3 수준으로 줄여 실질적인 연구의 어려움을 개선했으며, 미세유체역학 소자 내에서 반응 개시에 드는 시료 혼합 시간을 0.5밀리초로 줄여 전체 반응시간을 6밀리초까지 줄였다. 연구팀은 또한 소자의 일체형 설계를 통해 실험의 정밀도와 재현성을 향상했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TRCEM 기법을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었으며, 구조 생물학 및 신약 개발, 효소 반응연구, 바이오 센서 개발 등 다양한 생명과학 및 의약 분야에서 패럴린 박막 소자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원희 교수는 “연구팀은 앞으로 이를 활용한 생화학 반응 연구와 더 빠른 반응 분석을 위한 성능 향상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황혜랑 연구원이 제 1저자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5년 1월 28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Integrated Parylene-Based Thin-Film Microfluidic Device for Time-Resolved Cryo-Electron Microscopy, doi.org/10.1002/adfm.202418224).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CELINE 컨소시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탄산음료의 치아 부식 예방 방법 과학적 규명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가 치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나노기술로 영상화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했던 한국 연구진이 이번에는 동일한 음료로부터 치아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화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팀이 화학과 변혜령 교수팀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소아치과학교실 및 구강미생물학교실과 협업하여 은다이아민플루오라이드(SDF)*가 치아 표면에 불소 함유 방어막을 형성시켜서 콜라의 부식 작용을 효과적으로 막는 메커니즘을 나노기술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은다이아민플로오라이드(SDF): 치과에서 사용되는 약제로, 주로 충치(우식증) 치료와 예방을 위해 사용됨. SDF는 충치 부위를 강화하고, 세균 성장을 억제하며, 충치의 진행을 멈추는 데 효과적임.
연구팀은 치아 에나멜의 표면 형상과 기계적 특성을 원자간력 현미경(AFM)을 활용해서 나노 단위에서 분석하고, SDF 처리로 형성된 나노피막의 화학적 특성을 엑스선 광전자 분광법(XPS)*과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FTIR)*을 활용해서 분석했다.
*엑스선 광전자 분광법(XPS): 물질 표면의 화학적 조성과 전자 구조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표면 분석 기술임.
*적외선 분광법(FTIR): 물질이 적외선(IR) 빛을 흡수하거나 통과시키는 특성을 분석하여, 분자의 화학 구조와 조성을 파악하는 분석 방법임.
그 결과, 콜라에 노출된 치아가 SDF 처리 여부에 따라 표면 조도 및 탄성계수 변화에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SDF를 도포한 치아는 부식으로 인한 표면 거칠기 변화가 최소화되고(64 nm에서 70 nm), 탄성계수도 높은 수준(215 GPa에서 205 GPa)을 유지한 것을 발견했다.
이는 SDF가 플루오로아파타이트(fluoroapatite)* 피막을 형성하고, 이 피막이 보호층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플로오로아파타이트: Ca₅(PO₄)₃F (칼슘 플루오로인산염)의 화학식을 가진 인산염 무기물로 자연적으로 존재하거나 생물학적/인공적으로 생성될 수 있고, 치아와 뼈의 구조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
서울대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이 기술은 어린이와 성인의 치아 부식 예방 및 치아 강화에 활용될 수 있으며, 비용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한 치과 치료법이다”라고 전망했다.
홍승범 교수는 “치아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치과 영역에서 초기 치아 부식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기존의 외과적 치료가 아닌, SDF의 간단한 도포만으로 치아 부식을 예방하고 강화할 수 있어 통증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강조했다.
신소재공학과 아디티 사하(Aditi Saha)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에 11월 7일 자 출판되었다. (논문 제목: Nanoscale Study on Noninvasive Prevention of Dental Erosion of Enamel by Silver Diamine Fluoride), 관련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미래 반도체 소재 나노 분석 정확도 획기적 향상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도 관찰할 수 있는 초정밀 현미경으로 특수 전자소자를 측정할 때 발생하던 오차의 원인이 밝혀졌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그동안 측정 대상 물질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오차가, 실제로는 현미경 탐침 끝부분과 물질 표면 사이의 극미세 공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메모리 소자, 센서 등에 활용되는 나노 소재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관련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버클리 대학 레인 마틴(Lane W. Martin) 교수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주사탐침현미경 측정의 최대 난제였던 신호 정확도를 저해하는 핵심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현미경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에 존재하는 비접촉 유전 간극이 측정 오차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냈다. 이 간극은 측정환경에서 쉽게 변조되거나 오염물질로 채워져 있어 전기적 측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물과 같은 고유전율 유체를 이용해 이 간극을 채우는 방법을 고안, 나노스케일 분극 전환 전압 측정의 정밀도를 8배 이상 향상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대칭 커패시터 구조에서 얻은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값을 얻을 수 있어, 강유전체 박막의 특성 분석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위아래 전기적 특성이 정렬된 리튬 니오베이트(PPLN, 광학 및 전자 소자에 사용되는 특수 결정) 물질에 물을 매개체로 사용했을 때, 기존보다 월등히 높은 정밀도의 압전 반응력 현미경(PFM, 물질의 미세 전기적 특성을 관찰하는 특수 현미경) 측정에 성공했다.
물로 제어된 유전 간극에서는 다른 분극 신호 간의 비대칭성이 4% 이하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물 분자가 표면 전하를 중화시켜 정전기력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마치 건조한 겨울철에 발생하는 정전기를 물로 없앨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발견은 미세 탐침을 활용한 나노스케일 측정 기술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연구이며, 강유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재료의 전기적 특성 분석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소재공학과 엄성문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김연규 박사과정이 공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2일 자 출판되었다. (논문 제목: Unveiling the Nanoscale Dielectric Gap and Its Influence on Ferroelectric Polarization Switching in Scanning Probe Microscopy)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KAIST 글로벌 특이점 사업의 지원 및 미국 연구진과의 국제공동 연구를 통해 수행되었다.
순수한 입방정 얼음 제작에 성공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이 기존에 만들기 어려웠던 입방정 얼음을 선택적으로 형성시키는 데에 성공하며, 입방정 얼음의 형성 조건 및 얼음의 상전이를 원자단위에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얼음은 다양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20여 가지 이상의 구조를 갖는 대표적인 동질이상 물질이다. 일반적인 자연환경에서는 육각형의 구조를 갖는 육방정의 얼음이 관찰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다른 구조를 갖는 얼음이 육방정 얼음과는 다른 물리적, 화학적, 기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고압이나 초저온이 필요했기에 육방정과 다른 구조를 갖는 얼음을 형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육 교수 연구팀은 소량의 수분이 존재하는 고진공 환경의 투과전자현미경 내부에서 극저온 환경을 모사해 얼음이 형성되는 것을 원자 단위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관찰을 통해 얼음이 초기에는 준안정적인 입방정 상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순수한 입방정 얼음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이러한 입방정 얼음은 불안정하여 에너지를 받으면 쉽게 안정적인 육방정 얼음으로 전이된다는 것 또한 밝혔다.
연구팀은 얼음 형성시 얼음 입자의 크기에 따라 얼음의 상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을 밝혀냈다. 높은 온도에서 형성된 얼음의 경우 입자의 크기가 크게 분포하며 대부분 육방정상과 입방정상을 같이 지니는 복합상 얼음이 형성되며, 형성 초기 단계의 작은 얼음 입자의 경우 순수한 입방정상으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복합 상 얼음의 경우 얼음이 에너지를 받아 녹는 과정에서 준안정적인 입방정상이 안정적인 육방정상으로 상전이가 일어나며, 이는 얼음 내의 결함의 이동을 통해 낮은 에너지에서도 손쉽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사실은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얼음의 구조와 동적 행동을 원자단위에서 상세히 분석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입방정상이 육방정상으로의 상전이 현상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육종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반적인 대기 중에서 왜 육방정의 얼음이 형성되는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면서 근본적인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우주에서 물의 흔적 조사나 사각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박지수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Nano Letters' 2024년 9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명: Phase Transition of Cubic Ice to Hexagonal Ice During Growth and Decomposition).
화학물질 없이 식각하는 반도체 기술 최초 개발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의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유전체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 혹은 작은 물리적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로 활용되는 등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도체의 핵심 소자가 되는 강유전체를 화학물질없이 식각할 수 있는 연구를 성공해 화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가 제네바 대학교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강유전체 표면의 비대칭 마멸*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찰 및 규명했고, 이를 활용해 혁신적인 나노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마멸: 물체 표면의 재료가 점진적으로 손실 또는 제거되는 현상
**나노 패터닝 기술: 나노스케일로 소재의 표면에 정밀한 패턴을 생성하여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사용되는 기술
연구팀은 강유전체 소재의 표면 특성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이들은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을 활용해 다양한 강유전체의 트라이볼로지(Tribology, 마찰 및 마모) 현상을 관찰했고, 강유전체의 전기적인 분극* 방향에 따라 마찰되거나 마모되는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그림 1) 아울러, 이러한 분극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트라이볼로지의 원인으로 변전 효과(Flexoelectric effect)*에 주목했다.
*전기적 분극(electric dipole): 자석의 북극과 남극처럼 전기적으로 양극과 음극이 있는 것을 의미함
*변전 효과: 물질이 휘어졌을 때 분극이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거시 규모에서 물질을 구부렸을 때 유도되는 분극의 크기가 매우 작아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물질이 나노스케일로 미세화될 경우, 매우 큰 변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많은 연구자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강유전체의 트라이볼로지 특성이 나노 단위에서 강한 응력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변전 효과로 인해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 방향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트라이볼로지 특성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강유전체 트라이볼로지 현상을 소재의 나노 패터닝에 응용했다.
이러한 패터닝 방식은 기존의 반도체 패터닝 방식과는 다르게 화학 물질 및 고비용의 리소그래피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기존 공정 대비 매우 빠르게 나노 구조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조성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강유전체 비대칭 트라이볼로지를 관찰하고 규명한 데 의의가 있고, 이러한 분극에 민감한 트라이볼로지 비대칭성이 다양한 화학적 구성 및 결정 구조를 가진 강유전체에서 널리 적용될 수 있어 많은 후속 연구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교신저자로 본 연구를 공동 지도한 제네바 대학교 파루치(Paruch) 교수는 “변전 효과를 통해 강유전체의 도메인이 분극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표면 특성을 나타내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다양하고 유용한 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번 연구가 앞으로 뻗어나갈 분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연구를 이끈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패터닝 기술은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패터닝 공정과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대면적 나노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2020R1A2C2012078, NRF-2022K1A4A7A04095892, RS-2023-00247245), KAIST 글로벌특이점 사업의 지원 및 스위스, 스페인 연구진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9일 자 출판됐다. (논문 제목: Switchable tribology of ferroelectrics)
알츠하이머 발병 과정을 관찰하다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섬유 단백질의 초기 불안정한 움직임과 같은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실시간 관찰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발병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연구팀과 함께 그래핀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아밀로이드 섬유 단백질의 실시간 거동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단분자 관찰 기술(single-molecule technique)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단분자 관찰 기술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법을 말한다. 생체 과정에서 수반되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접힘, 조립 과정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기술이다. 현재까지 단분자 관찰 기술로는 특정 분자를 식별하기 위한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하거나, 단백질을 급속 냉동시켜 움직임을 고정해 분자 구조를 해석하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법이 활용 돼왔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단백질을 특별한 전처리 없이 분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었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물질을 얼리지 않고 상온 상태에서 관찰하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얇은 투과막을 이용해 액체를 감싸 전자현미경 내에서 물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두꺼운 투과 막에 의한 분해능 저하와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 변성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였다.
육종민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을 이용해 막에 의한 분해능 저하와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 변성 문제를 해결하며, 단백질의 거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그래핀 액상 셀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그림 1]
이번 연구에서 투과 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고 있어 분자 수준 관찰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자빔에 의한 단백질의 산화를 방지하는 산화 방지 역할을 해 기존 대비 40배 가량 변성을 억제해 단백질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전자현미경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섬유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발현되는 분자 불안정성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그림 2]
이 전자현미경 기술은 온전한 단백질의 다양한 거동들을 분자 수준에서 관찰을 가능하게 하므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단백질의 감염 과정,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응집 거동 등과 같이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의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 교수는 "현미경 기술의 발전은 생명과학 및 공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분자 단위의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면 단백질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질환의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 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졸업생 박정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11월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논문명 : Single-Molecule Graphene Liquid Cell Electron Microscopy for Instability of Intermediate Amyloid Fibrils).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MIST) (NRF-2022R1A2C2008929)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MIST)(NRF-2021M3H4A6A02050365)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