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1천만 뉴스 댓글서 ‘외국발 여론 흔들기’ 찾는 AI 기술 개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온라인 갈등 뒤에 조직적인 여론 개입이 숨어 있다면 어떨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20년간 축적된 1억 1,000만 건의 뉴스 댓글을 AI로 분석해,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으로 의심되는 흔적과 그 판단 근거까지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단장 겸임), 오혜연 교수 공동연구팀이 막스플랑크 연구소 토르스텐 홀츠 교수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온라인 뉴스 댓글에서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으로 의심되는 패턴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그 판단 근거까지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특정 세력이 댓글이나 게시물을 조직적으로 확산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활동을 ‘온라인 영향력 공작’이라고 한다. 기존 AI 탐지 기술은 특정 계정을 의심 계정으로 분류하더라도 “왜 이 계정을 의심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앞서 식별한 외국 연계 계정 70개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계정들과 연관되거나 같은 기사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작성한 계정들을 추적해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네이버 뉴스에 작성된 약 1억 1,000만 건의 댓글을 분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AI는 댓글을 단계적으로 분석한다. 먼저 작성자가 외국과 연계됐다고 의심할 만한 표현이나 맥락이 있는지를 살피고, 이어 도덕적 비난이나 맹목적 찬양처럼 사회적 양극화를 키울 수 있는 감정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감정이 어느 국가나 대상을 향하는지 파악한다.
특히 이번 기술의 핵심은 AI가 단순히 ‘의심스럽다’는 결과만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판단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된 댓글 속 표현을 함께 제시해 사람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계정의 활동 빈도와 활동 기간, 다른 의심 계정과의 활동 연관성 등 다양한 행동 패턴을 함께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네이버 뉴스 이용자 약 400만 명 가운데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이 의심되는 계정 2만 3,998개를 식별했다. 분석 과정에서는 이들 의심 계정의 활동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도 발견됐다. 특정 정치 진영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보다는 한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는 방향의 메시지가 두드러진 것이다.
실제로 대중의 호응을 많이 얻은 상위 10개 표적 가운데 7개가 국내 유명 정치인으로 나타났다.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집중되지 않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전·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 정당 등이 폭넓게 대상이 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외국 연계 영향력 활동을 단순히 ‘어느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가’의 관점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정 진영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기존의 정치적 갈등을 자극해 사회적 불신과 양극화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온라인 영향력 활동을 계정 단위의 단순 분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떤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지를 AI가 찾아내고 그 판단 근거까지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선거 또는 국가적 위기처럼 사회적 관심과 갈등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에 활용될 수 있다. 포털과 모니터링 기관이 대규모 댓글 가운데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계정이나 메시지를 AI로 선별하고, 전문가가 AI가 제시한 근거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연구팀은 AI가 의심 계정을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제재하는 방식보다 전문가의 판단을 지원하는 ‘설명 가능한 콘텐츠 관리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교수는 “2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심 계정들은 외국을 직접 찬양하기보다 한국과 국내 정치인을 비난하며 갈등을 키우는 패턴을 보였다”며 “선거 등 사회적 갈등이 높아지는 시기에 우선 검토해야 할 메시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혜연 교수는 “AI가 댓글의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갈등을 유발하는 감정과 계정의 조직적인 행동 패턴까지 함께 분석했다”며 “갈수록 교묘해지는 온라인 영향력 활동을 탐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데이터 과학을 실제 사회 문제 해결로 연결한 ‘액셔너블 데이터 과학(Actionable Data Science)’의 사례”라며 “디지털 공론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KAIST 김재홍 박사과정과 김현승 석사과정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컴퓨터 보안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USENIX Security Symposium 2026(유즈닉스 시큐리티 심포지엄 2026)’에서 8월 13일 발표될 예정이다.
※ 논문명: Cross-National Information Attacks: A Two-Decade Analysis of Troll Behavior in Korea, DOI: 10.48550/arXiv.2606.22785
이번 연구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글로벌 정보보호 고급 인력 양성과제(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 RS-2024-00441762),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RS-2022-00165347), 첨단데이터컴퓨팅연구실 (KAIST, N1125008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AI가 포착한 우울증
주요 우울 장애 등 정신건강 질환은 주관적 설문과 면담으로 진단한다. 복합적이고 모호한 ‘우울감’은 우울증 진단의 가장 큰 한계로 꼽혀왔다. 국내 연구진이 AI로 일상행동을 분석해 우울증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동물 모델의 일상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일상행동 속에서 성별과 중증도에 따른 우울증 증상을 탐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팔다리 움직임, 자세, 표정 등 신체 운동 양상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감정과 정서 상태가 운동 능력으로 드러나는 현상인 ‘정신운동(psychomotor)’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동물의 자세와 움직임을 3차원으로 분석해 우울 상태에 따른 미세한 행동 변화를 자동으로 포착할 수 있는 AI 플랫폼‘클로저(CLOSER, Contrastive Learning-based Observer-free analysis of Spontaneous behavior for Ethogram Representation)’를 개발했다.
클로저는 인공지능 기법인 (contrastive learning) 알고리즘을 활용해 행동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행동 변화까지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과 가장 유사한 만성 예측 불가능 스트레스(CUS, Chronic Unpredictable Stress)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행동만으로 일상 속 우울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클로저는 성별과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우울 상태를 정확히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사후 분석 결과, 스트레스는 운동 능력 자체보다는 행동의 빈도와 행동 흐름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우울증 모델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변화한 행동 음절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수컷 생쥐에서는 주변을 탐색하거나 회전하는 행동이 감소한 반면, 암컷 생쥐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러한 일상행동 변화는 스트레스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또한 연구팀은 우울증의 발생 원인이 행동 패턴에 반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염증 기반 우울증 모델과 스트레스 호르몬 기반 우울증 모델을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염증으로 우울 상태를 만든 경우에는 일상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콜티코스테론)만 투여한 경우에는 행동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일상적인 행동 관찰만으로도 우울증의 원인이나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상태를 구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로 우울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거나 임상시험 중인 항우울제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울증 모델에 항우울제를 투여한 결과, 스트레스로 인해 변화했던 행동 음절(기본적인 행동 단위)과 행동 문법(행동의 흐름과 패턴)이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우울제마다 사람의 행동을 회복시키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행동만 살펴봐도 어떤 약이 더 잘 듣는지 구분할 수 있는 ‘행동 지문(behavioral fingerprint)’을 찾아냈다. 이는 앞으로 사람마다 행동 변화를 분석해 가장 잘 맞는 항우울제를 골라주는 맞춤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기반 일상행동 분석 플랫폼을 우울증 진단에 접목해, 우울장애의 맞춤형 진단과 치료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전임상 프레임워크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성과”라며, “향후 정신질환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정밀의료로 이어질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오현식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2025년 12월 30일 게재됐다.
※논문명: AI-driven decoding of naturalistic behaviors enables tailored detection of depressive-like behavior in mice,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7559-x
한편,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계도전 R&D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