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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2018년도 2월 교수 정년퇴임식 축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18.02.22 조회수4444

안녕하십니까? 총장 신성철 입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교수님 열 분의 정년퇴임식을 오늘 거행하게 되어서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을 합니다.

명예롭게 정년퇴임을 맞이하시는 김정회 교수님, 김병국 교수님, 김형명 교수님, 이만섭 교수님, 이수영 교수님, 이황수 교수님께 충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또 오늘 참석은 못하셨지만 김경웅 교수님, 윤성기 교수님, 문송천 교수님, 한민희 교수님께도 축하를 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퇴임을 하시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조해 주신 사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가족 분들을 비롯해 오늘 행사에 참석해준 제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정년퇴임을 하시는 교수님들은 저와 같이 1952년생입니다. 인생의 많은 공통 궤적을 가지고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기에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느낍니다.

교수님들은 70학번 혹은 71학번으로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300달러로 최빈국이던 시절 대학에 입학해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했고 대부분 80년대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KAIST에 부임해 길게는 37년, 짧게는 20여 년간 학문의 높은 뜻과 교육의 열정을 가지고 학교와 국가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그러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KAIST는 설립 47년 만에 ‘국내의 일개 대학’이 아닌 ‘국민의 대학’이자 ‘세계적인 대학(World-Class University’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KAIST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혁신의 주역인 여기 계신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고, KAIST 구성원들은 교수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KAIST 총장으로서 종종 ‘47년 전에 KAIST가 설립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서 감사의 마음과 함께 큰 의미를 찾게 됩니다.

1971년 KAIST 설립 당시 한국보다 잘 살던 국가들이 지금은 ‘한강의 기적’을 배우려고 우리나라를 찾아옵니다. 한국의 발전상을 연구하다가 반세기만에 이룬 눈부신 발전의 뒤에는 KAIST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우리 대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문합니다.

며칠 전 개도국의 주한 대사 한 분이 부임인사차 우리 대학을 방문해 “71년도에는 자국이 한국보다 잘 살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 원인을 분석하던 중 KAIST가 한국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KAIST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다시 한번 우리 대학의 높은 위상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은퇴하시는 교수님들의 회고영상을 보면서 ‘정말 지난 30여 년간 하나 같이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오셨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석자 여러분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교수님들께서 하신 말씀 중에 가장 인상적인 몇 가지 멘트들을 뽑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회 교수님께서 “사람다운 사람을 육성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위해서 노력 하겠다”고 은퇴 후의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김 교수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앞으로 인성교육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KAIST는 지금까지의 핵심가치였던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에 ‘배려(Caring)’의 정신을 더해 ‘3C’의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도전’과 ‘창의’도 ‘배려’의 바구니 안에 담길 때 더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은퇴하시더라도 세상을 움직이는 ‘도전(Challenge)’ 정신, 혁신을 위한 ‘창의(Creativity)’ 정신, 그리고 인류 미래의 번영을 생각하는 ‘배려(Caring)’의 정신을 갖춘 KAISTians를 양성할 수 있도록 ‘3C’ 문화 정착과 확산에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김병국 교수님께서는 “후학들과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31년 반이 되어 은퇴 시점인데 돌이켜보면 좋은 남편, 아빠로서의 역할은 미진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의 가장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자라온 우리에게는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루고 또 기여해야한다는 역사적 소명이 있었습니다. 가정보다는 일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구에 매진했고, 그러한 소명과 집념, 그리고 혁신적‧선도적인 연구가 있었기에 오늘의 KAIST가 있었고, 또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형명 교수님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큰 성과를 일군 연구원들과 지도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취를 늘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실적 제약으로 우리의 교육‧연구‧생활환경이 기대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개선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님께서는 지도학생 및 연구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하셨고 큰 성과를 내셨습니다. 이는 김 교수님께서 뛰어난 실력과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에 더해 훌륭한 인품과 리더십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섭 교수님께서는 80세가 넘어서도 많은 것을 배우셨던 부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배움이라는 것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앞으로도 실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80세에 검도를 처음 시작하셨다는 말씀에 크게 놀랐습니다.

비록 오늘 은퇴하시지만 학자이자 연구자로서 평생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과 연구로 소원했던 여러 가지 취미생활도 새롭게 시작하셔서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수영 교수님께서는 “과학자로서 인류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여섯 분의 교수님들 모두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 큰 족적을 남기셨고, KAIST에 도전 DNA를 심어주셨습니다.

이황수 교수님께서는 일찍부터 대학의 R&DB(Research, Development, and Business) 기능과 벤처 비즈니스 창출의 중요성을 인식하시고 미국 TI사와 함께 MMPC(Mobile Media Platform Center)를 설립하셨고, 연구소 창업으로까지 연계하여 우리 대학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심어주셨습니다.

저는 대학의 여러 미션(mission) 중 다음의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교육이고, 두 번째는 연구이며, 세 번째는 기술사업화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대학들이 기술사업화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도 총장으로서 앞서 말씀드린 세 번째 미션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이 KAIST에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2.1세입니다. 조만간 100세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Times지에서는 120세 시대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우리는 인생을 ‘3기’로 나누어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30세까지는 전문가로서의 준비기이고, 그 다음에 65세까지는 제1활동기로 보고, 그 이후를 제2활동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고영상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올해로 99세를 맞으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께서 최근 인생을 회고하며 “인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65~75세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교수님의 말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적으로, 인격적으로 원숙한 나이에 앞으로 왕성하게 10년을 더 활동하는 것은 우리 인생에 하이라이트가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교수님들은 인생의 제1활동기를 마치셨습니다. 이제는 re-tire, 즉 새롭게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제2활동기를 향해 ‘재건축’ 하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고 건강하고 축복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재건축 하시는 방법입니다.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유명한 시에서 “청춘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이상과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한 여든 살 이라도 청춘이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여든 살 된 청춘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비록 제도로 인해 학교에서는 교수로서의 공식적인 타이틀을 놓게 되지만 명예교수로서, 또는 새롭게 신설된 초빙교수 트랙을 통해 여러분의 이상과 열정과 희망을 펼쳐 KAIST의 교육, 연구, 행정 발전에 기여해주시길 바랍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사모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교수님들은 정말 행복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0여 년간 가정보다는 학교에 더 많은 헌신을 하셨음에도 사모님들은 ‘존경한다’, ‘사랑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모님과 가족들을 위해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 재미있고 건강하고 축복된 제2의 활동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 2. 22.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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