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AIST LEADERSHIP

연설문

2020년도 학위수여식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20.08.28 조회수639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동문 총장이자 선배 과학자로서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빛내주신 김우식 이사장님과 정근모 前 장관님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명예박사학위를 받으신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님께 학교 전체 구성원을 대표해 축하드립니다.

KAIST를 믿고 귀한 자녀를 보내주시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학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졸업생은 우리 대학이 빚어낸 가장 빛나는 성과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오늘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헌신하신 교수님들과 직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학위수여식은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 속에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규모를 대폭 축소했습니다. 2월과 8월 졸업생 2,846명 중 극소수만 참석하는 소규모의 대면 졸업식을 개최하게 된 점 널리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행사에 참석지 못하는 다수의 졸업생들은 현재 유튜브를 통해 비대면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KAIST 유사 이래 최초로 거행되는 대면-비대면이 혼합된(Blended) 졸업식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겪고 있는 인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충격은 대변혁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대면 사회(Contact Society)가 비대면 사회(Untact Society)로, 오프라인 경제(Off-Line Economy)가 온라인 경제(Online-Economy)로, 세계화(Globalism)가 자국보호주의(Protectionism)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코로나19가 앞으로 수십 년간 인류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목도하면서 “이제 역사는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BC)과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AC)로 확연히 나뉠 것이다.”는 사회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이러한 대변혁의 시기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습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론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때입니다.

대변혁의 시기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신을 연마한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큰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도전(Challenging) 정신입니다. 인류는 초연결‧초지능‧초융합의 메가트랜드를 가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기하급수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21세기 인류는 변화의 속도와 폭을 가늠할 수 없는 대변혁의 시기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변혁의 시기, 과학자와 공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 바로 미래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 정신입니다. 남들이 간 길을 뒤쫓아가는 빠른 추격자(Fast-follower)가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치고 나가는 선도자(First-mover)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명예과학기술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김영훈 회장님이 세계 에너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변방에 머물러있던 국내 에너지 산업을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부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창의(Creating) 정신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은 선진국을 모방하던 단계를 벗어났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없는 과학기술은 이제 국내에서도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살아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시대입니다. 비근한 예로 DRAM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 두 기업이 세계시장의 74%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파운더리는 대만의 TSMC가 세계시장의 절반 이상을, 드론의 경우는 중국의 DJI가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연구 자세는 세계 최고(Best)이거나, 최초(First)이거나, 유일한(Only), 일명 ‘B‧F‧O’ 연구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창발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창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배려(Caring) 정신입니다. ‘도전’과 ‘창의’가 혁신을 위한 추진력을 제공한다면, ‘배려’는 동료, 이웃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포용의 기반이 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CEO들께서 “KAIST 졸업생을 채용해보니 일은 뛰어나게 잘하는데, 동료들과의 협업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초연결 수평사회에서 전문가로서 존경받으며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대학이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에 더해 배려(Caring) 정신을 갖춘 'C3' 인재상을 강조하며 교육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제 개인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최근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님께서 우리 대학에 팔십 평생을 피땀으로 일군 676억 원을 기부하셨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기부를 포함하면 총 766억 원에 이릅니다.

기부 약정식에 이어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을 회장님께 던졌습니다.

“모교도 아닌 KAIST에 거액을 기부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짧은 답이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더욱 부강해지고, 나아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려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합니다. 오래 지켜본 결과, KAIST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수영 회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KAIST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과연 이 기대에 답해야 할 주역은 누구일까요?

바로 여러분입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혹은 진학한 대학원에서 도전(Challenge)과 창의(Creativity)와 배려(Caring)의 'C3' 정신을 실천하고 발현하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KAIST 졸업생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범세계적 위기가 분명하지만,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윈스턴 처질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위기(Good crisis)’ 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받으며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을 선사했습니다. ‘K-방역’을 발판삼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이 선점한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K-바이오’의 위상을 알릴 기회를 잡았습니다.

‘K-바이오’는 다른 분야에도 큰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우리 동문기업 바이오니아는 카타르 정부 간청으로 5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우선 공급했습니다. 이에 카타르 정부는 보은의 뜻으로 23조6000억 원 규모의 LNG운반선 103척을 발주했습니다. ‘K-바이오’가 국가 경제성장과도 연계되었다는 것을 알려준 좋은 사례입니다.

KAIST에는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은 없지만, 세계적인 연구역량을 갖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코로나19 대응 및 해결과 ‘K-바이오’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학기술 뉴딜’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마련해 정부에 제안하고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우리 대학 주도로 펼쳐지는 이 사업은 과학기술 기반의 코로나 대응 솔루션 개발과 바이오‧의료 및 제조업의 혁신을 이루어 낼 것입니다. 또한, 항바이러스 신산업을 창출하여 우리나라가 글로벌 의료‧보건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나아가 인류의 건강과 번영에 공헌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총장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바로 우리 졸업생들이 국가와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여러분의 꿈과 이상을 마음껏 펼치며 ‘Global Shaper’로서 세상을 새롭게 만들고, ‘Global Innovator’로서 세상을 혁신하고, ‘Global Mover’로서 세상을 발전 시켜 주길 바랍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는 영원한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도전에 어려움이 있을 때면 주저하지 말고 모교(母校)를 찾아오길 바랍니다. KAIST는 어머니의 품과 같이 언제나 따뜻하게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여러분의 장래에 늘 축복과 은총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8. 28.

KAIST 총장 신 성 철

콘텐츠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