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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연설문

아프리카 ICT 봉사단 귀국보고회 격려사

작성자 PR Office 작성일 2019.08.29 조회수991


여러분, 대단히 반갑습니다.

열사(熱砂)의 땅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온 우리 학생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대학 구성원들은 여러분이 봉사활동을 위해 현지로 떠날 때 큰 기대를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봉사단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많은 염려를 했습니다.

여러분이 아프리카로 출국하던 날부터 저를 비롯한 많은 분이 우리 단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도했고, 김영걸 글로벌리더십센터장과 봉사활동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했습니다. 모두가 아프리카 3개국 봉사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온 것에 대해 반가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은 아프리카 현지 학생과 주민들에게 ICT 교육을 수행하는 등 크고 작은 봉사활동 중에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느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2월 저는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사업 착수선포식 (Kick-off Ceremony)’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다녀왔습니다. 첫 아프리카 방문 기간 중 우리나라가 반세기 만에 이룬 변화가 얼마나 큰 것인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봉사활동을 수행한 아프리카 3개국과 케냐는 모두 1960년대 말 당시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보다 국민소득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은 데 비해 케냐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600달러, 우간다는 약 700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세한 수치를 살펴보면 기적과도 같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그 정도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약 340배, 국내총생산(GDP)은 약 720배, 그리고 수출액은 약 1만 7백배가 증가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1960년대에 대한민국의 SCI급 국제학술지 논문성과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만큼 미약했고, 미국 특허는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SCI 논문 발표 수는 2016년 이후부터 매년 6만여 건을 넘어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1977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등록특허는 16만여 개를 보유해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세기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국가별 발전상이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아프리카 ICT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눈부신 성장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여러분의 봉사활동이 갖는 두 가지 의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Me Only’를 넘어 ‘We Together’의 삶을 지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봉사활동의 경험이 전해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인 ‘함께 하고 배려하는 정신’의 필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한 동인 중 하나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였습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앞서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오늘과 같은 국가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며 이웃을 돌보는 것에는 소홀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국제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습니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국가 전체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을 살피고 배려하며 우애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했습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제를 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극복은 국가 간 협력 확대·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은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과학기술적 우군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군사력 증강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 확대를 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 강화에 힘써야 합니다.

결국, 향후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그간의 성장 모델이었던 ‘Me Only’의 태도가 아닌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We Together’에 기반을 둔 성장모델을 채택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KAIST 아프리카 ICT 봉사단’의 활동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이 글로벌 봉사단 활동을 강화하고 글로벌 리더십 함양을 강조하는 이유도 ‘We Together’의 정신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함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도록 국제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살피고 배려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발전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고민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여러분께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유명한 속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속담은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넓은 대지에서 누군가 혼자서 빨리 가려 한다면 금세 맹수의 먹이가 되어 죽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럿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면 맹수의 공격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하게 되고, 결국은 더 먼 거리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아프리카 속담이 이제는 대한민국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며 함께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이번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분도 ‘We Together’의 자세로 모두 함께 가는 ‘Go Together’의 삶을 지향하길 바랍니다.

둘째, 대한민국과 KAIST의 지경(地境)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여러분의 아프리카 봉사활동은 대한민국의 지경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봉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아프리카에서 여러분에게 ICT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은 20~30년 후에 해당 국가를 이끌 리더가 되었을 때 여러분의 봉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 인연이 바탕이 되어 국가 간 중요한 논의와 협상 테이블에서 대한민국의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글로벌 봉사활동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개발도상국에 KAIST 건립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러한 원대한 계획의 시작은 ‘케냐 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 Technology)’ 설립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대학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우리의 우수한 교육과 연구혁신을 통째로 수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케냐의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국가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게 되면 케냐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우군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케냐 과학기술원은 아프리카에서 대한민국의 지경을 넓히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 인구수는 0.7%에 불과합니다. 물리적인 영토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로 과학기술과 산업·경제적 영토를 넓히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과 함께 여러분의 봉사활동은 이러한 지경을 넓히고 국제사회의 우군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활동을 수행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에티오피아 총리 환영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은 이유는 에티오피아가 KAIST를 벤치마킹한 대학의 설립을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만찬장에서 에티오피아 국무장관과 총리의 과학보좌관을 만나 여러 의견을 교환했고 머지않은 장래에 에티오피아에도 KAIST 건립이 추진될 것 같습니다.

제가 꿈꾸는 우리 대학의 향후 50년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전 세계에 10개의 KAIST(10 X-KAIST)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소식을 접한 터키 대사는 TAIST(터키 과학기술원) 건립을, 도미니카공화국 교육부 장관은 DAIST(도미니카공화국 과학기술원) 건립을 희망했습니다. 이집트 대사는 KAIST와 같은 교육기관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 대학을 두 번이나 방문하는 등 5~6개 국가가 KAIST를 자국에 건립하고 싶어 합니다.

국가발전에 대한 KAIST의 기여를 인정하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개발도상국의 사례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늘어난다면 50년 후 KAIST 패밀리 대학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을 것입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우리 대학의 지경이 전 세계로 확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KAIST 패밀리 대학에서 활동할 핵심 인재들은 바로 여러분을 비롯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분들이 2∼3주의 기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펼친 봉사활동이 단순한 봉사의 의미를 넘어 KAIST와 대한민국의 지경을 세계로 넓히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자 기여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한번 봉사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한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8. 29.

KAIST 총장 신 성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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