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일(수), 신성철 총장은 대전 IBS 본원 과학문화센터 대강당에서 개최된 ‘대덕넷 좌담회’에 참석했다.
‘네이처 K-사이언스 분석 및 과학계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회는 대덕넷이 주관했으며(사회: 대덕넷 이석봉 대표), 신성철 총장을 비롯해 한국연구재단 노정혜 이사장과 IBS 노도영 원장이 대담자로 참석했다.
신성철 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이했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두각을 나타낸 K-방역의 사례처럼, 현재의 위기를 K-사이언스 육성의 좋은 기회로 삼고 도전한다면 국가 발전과 과학기술의 도약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담회에서 논의된 주제별로 신성철 총장이 강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네이처 인덱스 2020년 한국판 특집에 대한 소감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가 한국의 과학을 특집으로 다룬 것은 27년 전인 1993년 이후 올해가 두 번째다.
네이처가 첫 한국특집을 게재한 1993년에 우리나라는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1인당 연구비는 500만 원에 불과했다. 평균 1억 원의 연구비를 사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평균 5억 원을 상회하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네이처의 1993년 한국특집은 당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던 대전 엑스포를 소개하고, 한국전쟁 이후 우리 과학기술 발전의 동인을 분석했으며, G7 등 정부 주도의 거대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연구와 교육의 국제화를 착수하던 시점인 1992년에 미국공학기술인증원(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and Technology, ABET)이 수행한 KAIST의 평가 결과인 “KAIST는 향후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KAIST has the potential for becoming one of the top institutes in the world)”라는 내용도 1993년 한국특집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27년이 지나 올해 네이처의 한국특집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Top-down) 과학기술 혁신전략, IBS 설립 등 기초과학 지원 강화, 국가 발전과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대학의 역할과 기여 확대 등 그간 우리 과학기술계의 주요 성과와 변화를 상세히 분석했다.
네이처가 분석한 이러한 내용에 공감하며 한편으로는 그간 이룩한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특집에서 소개된 빠른 추격자(Fast-follower)에서 선도자(First-mover)로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이 결실을 보려면 새로운 접근과 각고(刻苦)의 노력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거나 과학 선진국의 연구자들이 정립해 놓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뿐만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학문 분야의 출현을 선도해야 한다.
오늘과 같은 좌담회가 10~20년 후 다시 개최된다면 이러한 선도자로서의 과학기술 혁신 사례와 구체적 성과를 두고 새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2. 선배 과학자들의 열정과 헌신
일본보다 약 70~80년 늦은 1960년대에 비로소 시작된 우리나라의 현대과학사는 ‘과학의 3세대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1960년대에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전무했었다. 하지만, 선배 과학자들은 열정을 쏟으며 사비를 들여 작은 실험실을 꾸리고 연구를 수행했다. 이러한 1세대 과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열악한 연구 환경을 무릅쓰고 학문에 대한 열정과 끈기 및 인내를 갖고 대한민국 과학의 뿌리는 내렸다.
이후 2세대 과학자들은 1980~90년대에 연구를 시작해 2020년까지 과학의 발전을 선도했다. 선대 과학자들이 뿌리내린 과학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역할이 이들이 이룩한 성과다.
그리고 2020년부터 향후 30년간 대한민국 과학은 3세대 후배과학자들에 의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뿌리가 없다면 나무가 자랄 수 없고 꽃을 피우지도 못하듯이, 학문의 뿌리를 내린 1세대 과학자들의 열정과 끈기와 노력의 DNA가 2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이어져 국제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3세대의 젊은 학자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1세대 선배 과학자들을 과학기술유공자로서 각별하게 예우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크다.
3. 과학의 대중화
첫째, 과학과 대중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명성이 높은 과학자가 수행해야 할 의무 중 하나로 대중에게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과학대중화 또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994년 KBS 과학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당시에는 과학의 대중화에 대한 양극단의 의견이 존재했었다. 많은 동료는 이러한 활동이 연구를 위한 귀중한 시간의 낭비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선배 과학자들은 대중에게 과학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1세대 과학자들은 과학이 대중과 점차 멀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했고, 과학기술 관련 정책과 입법 담당자들에게 과학을 이해시켜는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했기 때문에 과학의 대중화 활동을 지지했었다.
1994년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과학대중화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과 태도에 큰 변화가 있다. 탁월한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대중강연에서도 과학을 쉽게 청중에게 설명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졌다.
또한, 코로나19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KAIST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온라인 강연 등을 제공했다.
둘째, 과학과 정치 영역의 교류와 소통 확대가 필요하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과 더불어, 각 분야를 선도하는 과학자들은 정치인 등 과학기술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들과 교류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원천은 과학기술이며, 연구자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없었다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방역 모범국의 명성은 요원한 일이었음을 인식시켜야 한다.
점차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도 과학과 정치의 교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2009~2018년)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총 투자액은 미국의 1/7, 중국의 1/5, 일본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연구개발 인력의 규모는 중국의 1/5, 미국의 1/4, 그리고 일본의 1/2 수준이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며 과학기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을 포함한 정책입안자들이 과학자와 교류·소통하며 과학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셋째, 과학의 대중화와 이공계 교육혁신을 통해 과학의 사회적 가치창출을 촉진해야 한다.
과학대중화를 통해 과학자와 대중의 교류·협력이 확대되면 과학적인 성과를 사회적 가치창출로 연계하려는 노력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교육의 패러다임을 ‘기능’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음 세대의 더 많은 연구자가 개인적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과학에 심취해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며 숨겨진 자연의 섭리를 탐구하거나 공학적 마인드를 갖고 응용연구를 통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KAIST도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Global Value-Creative Leading University)’을 미래 비전으로 정립하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학문적․기술적․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적인 가치 창출을 새로운 시대적 사명으로 추구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와 더불어 가치 중심의 과학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다음 세대 연구자들에게 과학과 진리를 탐구하려는 자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창출할 경제적인 부를 사회적인 공헌의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 함양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4. 과학의 자율성
과학의 자율성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때만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먼저 신뢰를 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연구수행기관과 감독기관 및 지원기관의 당사자들 모두가 함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세계적인 학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자율성의 보장은 중요한 이슈다. 연구자에 대한 불신의 풍토를 없애고 도전적인 실패를 용인하는 선진연구문화의 정착을 위한 선결 요건이 과학의 자율성 확보이기 때문이다.
신뢰의 사회에서 보장될 수 있는 과학의 자율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과 독일의 경우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의 경우, 과학자들은 연구장려금(Grant)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된 후에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연구수행 과정에 특별한 의무가 부과되지 않으며 성과평가도 장문의 보고서 대신 논문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MPI)에서는 산하 연구조직의 책임자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상당 기간의 임기를 보장하고, 연구자들은 탁월한 연구 성과로 그들에게 주어진 신뢰와 자율성에 보답하는 선순환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과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보면, 연구 성과의 측정방식도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이 필요하다. 연구자를 불신하는 풍토로 인해 계량화가 가능한 지표 위주의 양적 성과가 우선시되고 있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는 정량적인 지표만으로는 측정이 어렵다.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촉진하고, 기존의 평가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KAIST는 ‘Singularity Professor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거나 인류가 당면한 난제의 해결 등을 위한 연구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KAIST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젊은 연구자를 Singularity Professor로 임용하고 장기간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재직 교원 및 신규임용 예정 교원 중 매년 3명 내외를 Singularity Professor로 선정해 10년간 임용하고 연구결과에 따라서는 최장 20년까지 매년 시행하는 교수평가를 면제한다. 연구비도 처음 5년간 지원하며, 연구 아이디어의 구현 여부에 따라 연구비 지원 기간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제도를 고안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단초(端初)를 제공한 것은 7년 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방문 당시 다니엘 자이프만(Daniel Zajfman) 소장과 환담하며 알게 된 그들의 교수 채용과 연구 지원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전략이 없는 전략’으로 불리며, 와이즈만 연구소는 이를 기반으로 예단을 갖지 않고 전공 분야에 상관없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교수 채용의 주요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임용된 교수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 기간과 연구비를 최대한 보장하며 신뢰를 갖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원칙을 적용한 제도를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도입하겠다는 당시의 결심이 이번 ‘Singularity Professor 제도’ 도입으로 이어졌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 대학과 사회적 여건을 고려 시 획기적일 뿐만 아니라 KAIST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가 없이는 추진할 수 없다. 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다른 대학으로 확산한다면 우리나라 과학의 자율성을 높이고 신뢰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롤모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과학자들도 서로를 신뢰하고 감독 및 지원기관으로부터도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과학의 자율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제도와 정책의 변경이 과학기술의 현실과 특성을 반영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정치권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KAIST는 세계 최고(Best)이자 최초(First)며 유일한(Only) 소위 B·F·O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해 ‘글로벌 특이점 연구(Global Singularity Research) 사업’을 착수하며 정부로부터 블록펀딩 예산을 확보했다.
전례가 없던 블록펀딩 방식의 연구비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관장으로서 부단한 노력과 대정부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KAIST는 ‘글로벌 특이점 연구 사업’의 주제와 지원 기간 및 규모를 자율성을 갖고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KAIST 사례가 자율성을 얻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수행하려는 과학기술계의 노력을 위한 참고가 되길 바란다.
5. 대덕연구단지 기관들의 융합과 협력
과학기술의 태동기인 1973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대덕연구단지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거점이라는 분명한 미션을 갖고 있으며, 단지에 처음 입주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연구자는 남다른 개척자 정신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대학과 기업 등 민간영역의 연구역량이 향상되면서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 등에 있어 고충을 겪기도 했지만, 연구소마다 전문 분야별 깊이 있는 연구를 장기간 수행하며 단기적이고 제품개발 위주의 기업 연구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장기간 한 우물을 파는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는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 과학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 및 더 좋은 결과를 향한 연구자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학문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연구의 융복합화와 협업 연구의 문화도 대덕연구단지 내에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이다. 대덕연구단지 기관들의 협력 확대를 위해 추가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협업의 확대 측면에서 코로나19를 ‘좋은 위기(Good Crisis)’이자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은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고, 산·학·연이 협업을 확대하며, 과학계와 의료계가 전례가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KAIST를 중심으로 발족한 ‘항바이러스 건강사회 구현 협의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협의회에는 대전 지역의 바이오기업·대학·출연연·병원·언론·지자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 간 협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계와 과학기술계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대덕연구단지에 융복합의 분위기를 창출하고 성공시킨다면 이를 향후 우리나라의 융복합 연구문화를 선도하는 롤모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융합형 과제와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에 KAIST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중 위기 대응 과정에서 표출된 의료계 현장의 많은 문제를 과학기술자들이 해결할 수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위해 지난 4월 ‘코로나 대응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 사업의 추진단장에게는 산·학·연·병원의 협업이 연구과제 추진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으며, 모든 연구는 기초에서 응용을 거쳐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형적 방식이 아닌, 기초과학과 기술사업화 아이디어들이 연구 착수 초기부터 병렬적으로 연구되고 함께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자가 기술사업화에 관심을 둔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선형적 모델을 탈피하여 기초연구와 기술사업화를 함께 강조하는 전략은 이스라엘을 스타트업의 국가로 성장시킨 핵심 요인이다.
비근한 예로,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정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테크니온(Technion) 공대의 댄 셰흐트만(Dan Shechtman) 교수는 기초과학자이면서도 30년간 기술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강의했으며 그의 많은 제자가 스타트업의 CEO로 재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만난 테크니온 공대의 페레츠 라비(Peretz Lavie) 총장도 수면의학 분야의 학자면서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20여 년간 기술창업 강의를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사례를 접하며, 기초연구와 기술사업화를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동시에 장려하는 방향으로 미래 대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으며, 이를 KAIST 혁신방안에 실제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양대 축으로 한 이중나선(Double Helix) 모델을 채택했지만, KAIST는 삼중나선(Triple Helix) 모델을 도입해 교육과 연구와 기술사업화의 연계를 강화하려 한다. 이 세 가지 활동을 융합한 삼중나선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융합적인 분위기가 성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6. 결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과학자들에게 당부
인도의 시성 타고르(Tagore)가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표현한 대한민국은 이제는 아시아 변방의 국가가 아니며, 세계 여러 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혁신의 국가이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하고 세계 선도국이자 바이오·의료 산업의 최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21세기를 책임질 3세대 후배 과학자들은 인류의 문명을 혁신하는‘Global Innovator’,보다 나은 인류사회를 만들어가는‘Global Shaper’, 인류의 변화를 선도하는‘Global Changer’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연구를 통해 탁월한 학문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과학자로서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며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꿈을 갖는다면 인류의 발전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미래전략의 수립도 국가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거시적인 안목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대표적 사례가 올해 설립된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lobal Strategy Institute, GSI)’다.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는 우리나라만의 전략이 아닌 전 세계를 위한 과학기술 혁신전략을 연구하고 제시하겠다는 사명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두 번의 온라인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의 교육혁신’을 주제로 4월과 6월에 각각 진행된 GSI 포럼에는 전 세계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두 번째 포럼을 통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를 위한 교육혁신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다음 세대의 젊은 과학자들도 이러한 당당함을 갖고 인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품고 실천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