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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매일경제][매경이 만난 사람] 내년 개교 50주년 맞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0.09.23 조회수667

입력 : 2020-09-22 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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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 만난 사람] 내년 개교 50주년 맞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이젠 Best·First·Only 연구만 살아남아…정권 초월한 지원 필요

韓 `빠른 추종자` 전략으로
50년간 과학발전 이뤘지만
이젠 `아무도 안가본 길` 가야
기술패권시대 과학자가 용사

과학기술 뉴딜산업단 출범해
항바이러스 신산업 키워낼 것



신성철 총장사진
△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서울 카이스트 홍릉캠퍼스 총장실에서 국가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대담 = 박봉권 벤처과학부장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독식의 시대다. 최고·최초·유일을 의미하는 `BFO(Best· First· Only)` 기준에 맞는 연구만이 의미를 갖는 세상이 왔다."


지난주 카이스트(KAIST) 서울 홍릉캠퍼스에서 만난 신성철 총장은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불가피하다고 잘라 말했다. 신 총장은 "그동안 노벨상을 탈 만한 획기적인 기초연구도 아니고 사업성이 탁월한 연구도 아닌 어중간한 `역U자`형 연구를 해왔다"며 "이제는 기초연구든 상용화 연구든 U자형 양극단의 창의적이고 차별적인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정권과 관계없이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신 총장은 "21세기 기술패권 시대에 나라를 지키는 용사는 기술을 만드는 과학자와 공학자"라며 "과학기술엔 여야가 없고 국가와 국민만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내 과학계 원로이자 카이스트 동문 최초 총장 타이틀을 차지한 신 총장과의 주요 대담 내용이다.


―정부가 과학자 등 전문가들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듯 21세기 기술패권 시대에 나라가 발전하고 과학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과 정치가 함께 가야 한다. 정권을 초월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과학자들이 국가와 정치인들에게 혜안과 정책을 제시하고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그리고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과학자로부터 받은 정확하고 미래지향적인 정보를 토대로 입법을 하고 필요한 곳에 예산을 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계와 소통이 중간에 끊겨버리면 정치인은 가까운 사람들 이야기만 듣게 된다.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다행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만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잘못된 정보를 주입시켜 옳지 않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네이처 한국특집호는 정부의 `톱다운` 정책이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과학기술은 `패스트 폴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선진국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방식이다. 이 단계에선 정부 주도 톱다운 방식이 도움이 됐다. R&D 전략·계획과 예산 집행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 R&D 수준이 세계적인 수월성을 요구하는 단계에 왔다. 이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택해서 가야 하는 `퍼스트 무버(글로벌 선도)` 전략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 R&D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용은 4.5% 수준으로 세계 1위다. 하지만 경쟁 상대인 미·일·중·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절대 규모가 여전히 작은 만큼 연구의 투자수익률(ROI)을 높여야 한다. 그동안 어중간하게 역U자형 투자를 해왔는데 이것을 U자형 투자로 바꿔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거나 경제적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양극단에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분야 중심 투자를 연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연구자를 스카우트해 성과를 낸다. 셋째는 정권을 초월한 장기 투자다. 2006년 미국 공화당 조지 부시 정권의 미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이후 출범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도 유지됐다. 넷째, 중장기 R&D 계획을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최고 전문가 중심으로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도전적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이 밀려나는 관행이 여전하다.


▷비전과 혁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조직원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기관장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 장기적으로 믿어주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선 한 사람이 30년씩 조직을 이끌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속받은 임기를 못 채우는 사례도 많다. 그렇게 되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카이스트가 정부 예산을 받아 지난달 코로나19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카이스트는 의대도 없고, 병원도 없지만 코로나19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역시 과학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단 활동을 통해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기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사업단에는 카이스트 교수 44명과 진단키트·음압병동 제조업체 등 기업, 병원, 연구소 인력을 포함해 약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기술 뉴딜산업단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과학기술로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고 항바이러스 신산업을 창출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전자산업을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까지 왔는데, 5만달러까지 가려면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바이오·의료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전 세계 항바이러스 시장만 2000조원에 달한다. 현재 뉴딜산업단은 3단계로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째, 감염 예방·보호 단계로 재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 마스크나 통기성 스마트 방호복, 플라스마 바이러스 멸균기, 고속 진단 방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음은 응급 대응 단계로, 호흡기 감염질환에 특화된 이동형 음압병동, 이동형 음압침상, 전환형 음압 앰뷸런스 모듈 등을 개발 중이다. 셋째 치료 복구 단계에선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할 범용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다. 순차적 방식이 아닌 R&D와 상용화를 병렬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사업화 시점을 확 당길 것이다.



노벨상교수 10명·데카콘 10개·글로벌카이스트 10곳 도전

성공 지향적 교육은 한계…성공이후 뭘할지 가르쳐야



신성철 총장사진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상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혼합(Blended) 교육이 필요하다. 미리 온라인 교육을 하고 오프라인에선 토론 위주 수업을 하는 플립 러닝(거꾸로 학습)이 대표적이다. 교수도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연 형태에서 현장에서 멘토, 모더레이터, 퍼실리테이터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가치 지향 교육도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식 교육은 못사는 시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 지향적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성공하는 방법까지만 알려주고 성공한 이후에 뭘 할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창업에 나선 사람들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만 배워 돈을 벌고 난 뒤에 꼭 싸움이 난다. 다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돈을 번 뒤에 뭘 할지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대학도 변화에 직면했다.


▷비대면 디지털 사회 가속화로 건물이 있는 물리적인 의미의 대학은 초명문 학교를 빼곤 점차 사라질 것이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도 2030년에는 대학 중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네르바스쿨과 같은 `가상대학(Virtual University)`이 뜰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능력 향상(업스킬링) 교육과 재교육(리스킬링)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카이스트는 교육 서비스를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MOOC(온라인 공개 수업)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대학도 구상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내년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50주년은 첫 꿈을 성취하고 두 번째 꿈을 향한 출발점이자 도약의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카이스트 박사 1만4000명을 포함해 총 6만8000명의 졸업생이 지금까지 배출됐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박사급 인력 중 25% 정도가 카이스트 출신이다. 카이스트가 개도국 벤치마킹 대학이 되고 있다. 케냐에 카이스트 형태의 대학을 2022년 9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교직원들에게 `10-10-10 드림`을 제시했다. 노벨상 등을 받을 만한 연구를 할 10명의 특이점 교수, 10조원의 기업 가치를 갖는 10개의 데카콘 스타트업, 전 세계에 10개의 카이스트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He is…


△1952년 대전 출생 △1975년 서울대 응용물리학 학사 △1977년 KAIST 고체물리학 석사 △1984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물리학 박사 △1989년 KAIST 물리학과 교수 △2000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2011년 제24대 한국물리학회장 △2011~2017년 제1·2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2015년 제3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2017년~ 제16대 KAIST 총장

[정리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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