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KAIST 캠퍼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보송보송하게 난 노란 솜털,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납작한 주둥이, 영락없는 아기 오리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유기한 오리가 분명했다.
다행히 아기 오리는 학생들이 곧장 제보한 덕분에 무사히 구출됐다.
<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캠퍼스 한 켠에서 발견된 두 마리 오리 >
새로 KAIST의 구성원이 된 오리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새 식구인 만큼 캠퍼스에 터 잡고 살던 기존의 거위 무리에 섞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거위들이 이들을 배척하지도 않았다.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어색한 이웃 같은 사이라서 그런지, 오리들이 머잖아 기존의 거위 무리에 합류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학생 제보로 구조된 후 교내 시설팀과 허원도 교수의 보호로 캠퍼스에 적응했다 >
‘거위 아빠’로 잘 알려진 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가 KAIST 시설팀과 함께 이들을 보호하는 데 나섰다. 허 교수는 KAIST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학내 거위와 오리를 꾸준히 관찰하며 보호해 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교직원과 허 교수의 보살핌 덕분에 구출된 지 약 한달 만에 두 오리는 무사히 캠퍼스에 방사될 수 있었다.
< 캠퍼스에서의 한때, 겨울 전까지 오리들은 거위 무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로 생활했다. 충돌은 없었지만 어울리는 일도 드물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 마리가 실종되고 남은 한 마리도 연못가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 것이다. 캠퍼스에 사는 동물들이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시설팀과 허 교수의 방침이지만 우선 다친 오리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 달 동안 다시 격리되어 회복기간을 거친 오리는 무사히 회복되어 햇볕 아래에서 봄을 맞을 수 있었다.
< 겨울에 홀로 남은 엄마 오리, 한 마리는 실종되고 남은 한 마리는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후 실내 격리와 회복을 거쳐 봄에 다시 방사되었다. >
오리들의 산란기인 봄이 시작되고 나서 허 교수는 조금만 더 도움을 주기로 했다. 산란할 조짐이 보여 ‘임산부를 위한 특식’을 3월 한 달 동안 꾸준히 제공한 것이다. KAIST 구성원의 보살핌과 관심 속에 어미 오리가 포란을 시작한 지 28일째인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마침내 새 생명이 알을 깨고 나왔다. 음식 외에는 특별한 보호 없이 오롯이 살아남은 오리 혼자서 일구어 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유기와 부상이라는 고난을 딛고 홀로 선 오리는 이제 새로운 가족을 이뤘다. 아직까지도 기존의 거위 무리와는 거리감이 있지만, KAIST의 거위들이 공격적이거나 배타적이지는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캠퍼스의 생태계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KAIST의 거위 무리는 다섯 마리의 새끼 오리를 보호하며 키워 낸 경험이 있다.
< 어린이날의 부화 연못가에서의 새로운 시작, 포란 28일째인 5월 5일 아침 연못가에서 새끼 오리 네 마리가 부화했다. 보호 장비 없이 이루어진 자연 부화였다 >
그 동안 어린이날 오리새끼 탄생과 스승의 날 거위 새끼 부화로 KAIST 오리 연못에는 따스한 행복이 감돌았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천적의 공격 탓인지 연못에 또 다시 위기가 닥쳤다. 추위에 떨고 있는 새끼 거위 두 마리가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턴 변다현 학생의 발 빠른 구조 덕분에 새끼들은 무사히 구조되었다. 하지만 깃털에 기름을 발라 줄 어미가 없었던 탓에 새끼들은 스스로 물에 뜨거나 헤엄칠 수 없었다. 변다현 학생은 새끼들에게 어미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거위 무리에 합류시키려 했으나, 성체 거위들은 헤엄을 치지 못하는 새끼 거위들을 외면하였다. 결국 학생은 임시보호를 이어가며 새끼들을 정성껏 돌봤고, 이후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에게 새끼 거위를 인계했다. 현재는 허원도 교수와 KAIST 시설팀이 협력하여 새끼 거위가 성장할 때까지 격리장에서 보호하고 있다. 그렇게 격리장에 있던 오리 가족과 함
2025-05-30스승의 날, KAIST 캠퍼스에 뜻깊은 생명의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오리 연못가에서 거위 한 쌍이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란 솜털을 뒤덮은 새끼 거위들은 연못가를 종종거리며 탐험을 시작했고, 곁에서는 이모 거위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 물가의 돌 위에서 깡충대는 발걸음, 물속을 유영하며 뒤따르는 아기들의 행렬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절로 녹입니다. 스승의 날에 태어난 이 특별한 새 생명은 마치 ‘보살핌’과 ‘성장’이라는 날의 의미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생명의 경이로움이 깃든 이 장면은 KAIST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며, 연구와 배움의 공간인 캠퍼스에 자연의 감동을 더했습니다. 이 귀여운 가족은 벌써부터 연못의 주인처럼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변을 누비고 있습니다. 봄빛 가득한 연못가에 생명의 기쁨이 더해지며, KAIST 캠퍼스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지고
2025-05-21우리 대학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국내 최대 규모의 과학 축제인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축제’에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의 엔진, 내면의 호기심을 깨우다’라는 슬로건 아래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다. 우리 대학은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진행되는 연구 성과 전시관인 ‘호기심 연구소’와 엑스포과학공원 야외전시관에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는 ‘호기심 발전소’에 참가해, 최첨단 연구 성과와 창업기업의 혁신 기술을 현장에서 선보인다. DCC에 준비된 호기심 연구소 KAIST관에서는 미래의 기술을 만날 수 있다. ▶ 배터리 한 번으로 마라톤 완주, 지드래곤(권지용교수) 노래에 춤추던 사족 보행 로봇 ‘라이보’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팀의 라이보는 세계 최초로 배터리 1회 충전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사족 보행 로봇으로 경사로, 계단, 빙
2025-04-15우리 대학이 한국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한진섭 작가의 조각작품을 대전 본원에 설치하고 28일 제막식을 열었다. 올해 2월 기증받아 이달 설치된 대형 조각작품은 '생생(生生)이'라 이름 지어진 3.8m 높이의 대형 강아지 조각이다. 돌을 깎아 모양을 내는 기존 기법이 아닌 화강암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소조 기법으로 제작됐다. '생생이'는 한진섭 작가의 2016년 작품으로 일명 '오줌 싸는 강아지'로 알려져 있다. 활짝 웃는 얼굴로 뒷다리를 든 채 서 있는 형태의 조각상 내부에는 상하수도 관을 설치해 실제로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한 작가는 "생명 순환의 근본원리를 생생이에 담아내고자 했다"라며, "KAIST 캠퍼스에는 생생이와 함께 일상의 여유를 경험하는 행복의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조각상은 연못을 마주 보는 학술문화관과 KI빌딩 사이에 설치되었으며, 매년 3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분수가 가동된다. 캠퍼스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과학기술 연
2024-05-29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전 세계는 '넷제로(Net-Zero)'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탄소 중립 관련 산업에 점점 더 주목하고 있다. 나일론으로 대표되는 폴리아마이드는 자동차, 전기, 섬유, 의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선형 고분자다. 1938년 나일론으로 처음 상업화된 이후,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700만 톤의 폴리아마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활용성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폴리아마이드를 생물 기반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은 환경적, 산업적 측면에서 모두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의 이종언 박사와 김지연 박사과정생이 `바이오 기반 폴리아마이드 생산 기술의 발전 동향' 논문을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기후변화대응 기술 중 바이오리파이너리는 화석 원료에 의존하지 않고 바이오매스 원료로부터 생물공학적·화학적 기술을 이용해 화학제품·바이오 연료 등 산업 화학물질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