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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러플린총장 대전일보 특별인터뷰​
조회수 : 17114 등록일 : 2004-08-30 작성자 : kaist_news

[대전일보 2004.8.27(금)자 보도] “한국이 나를 선택한 것은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변하 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변화의 씨앗을 심는 게 내 역할일 것이다.”
공식 집무 2주째를 맞고 있는 로버트 B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한국이 왜 외국인인 당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러플린 총장은“변화에 대한 결실은 1-2년, 혹은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조급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집무실 컴퓨터 책상에서 한참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기자를 맞은 러플린 총장은 소문대로 털털했다. 편안한 면바지에 넥타이 차림의 그는 외국인 특유의 격의 없는 모습이었다. 한글 명함을 내밀자 한국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며 반가워했다. 러플린 총장은“과학기술부와 KAIST가 원하는 것은 과학기술과 관련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본다”라면서“한국 시스템의 장점과 외국 시스템의 장점을 섞어 더 좋은 방식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밝혔다.

다음은 러플린 총장과의 일문일답.

-2주째 집무를 시작했는데 한국생활이 어떤가.

▲KAIST 총장은 아주 명예로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당황스러운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차차 공부하고 이해할 생각이다. 문화를 이해하려면 언어가 중요한데 얼마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 공부를 하다보니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 집중해서 배워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조금아쉽다.

-계약 조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계약 조건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정부가 밝힌 것처럼 우선 2년 계약에 4년 연장 조건이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스탠퍼드대는 교수들의 휴직 기간이 2년이다. 아마 2년후에 평가를 받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부로부터 잘하면 연장하고 아니면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웃음) 잘해야하는이유이기도하다.

로버트 B 러플린 총장
50년 캘리포니아 비살리나 출생. UC 버클리대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벨 연구소를 거쳐 핵연구로 유명한 리버모어(Livermore)연구소에서 양자물리학에 대해 연구했다.
지난 89년에는 리버모어에서의 연구 업적에 관심을 가진 스탠퍼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양자물리학을 연구해 오다 호스트 스트뢰머 박사(콜롬비아대 교수) 등과 함께‘분자 양자 홀 효과’를 발표해 9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나이 47세.

-국내 이공계 최고 대학의 총장으로서의앞으로의계획은.

▲아직은 밝히기가 어렵다. 우선 KAIST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KAIST와 정부(과학기술부)등이 원하는 바를 보면 민감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 문제점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 3개월 후쯤 이런 질문을 주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이든다.

-KAIST를 경영하면서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KAIST를 하나의 모델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다른 대학이 본받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충분히 그런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부러워 하는 과학기술대학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KAIST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위해힘쓸것이다.

-신성철 부총장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 말해달라.

▲보완 관계라고 생각한다. 신 부총장은 실험가이고 나는 이론가라고 생각한다. 과학에 있어서 앞으로 전진하는 비결은 지금 당신이 있는 곳 너머를 보는 것이다. 이것이 이론이다. 그리고 이런 이론은 항상 실험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진위가 가려진다.
신 부총장과 나는 이런 관계라고 본다. 신 부총장 같이 행정적으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없이는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다. 최고의 실험가가 옆에 있어 우리가 바라는부분을이룰수있을것이다.

-KAIST가 목표로 삼아야 할 대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KAIST가 다른 곳에 있는 대학을 따라서 모델로 삼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목표는 그들이 모방하기 원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스탠퍼드나 MIT 대학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 이 많은데 이들은 모두 우리의 경쟁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 대학들을능가할수있어야할것이다.

-한국은 이공계 기피 문제가 심각하다.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방안은.

▲한국의 이공계 기피 문제에 대해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인 문제다. 올바른 해결책은 시장원리에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 역시 그동안 이공계 기피 문제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은가.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과학기술부나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역할과 관련된 언질을 받은 것이있나.

▲별도로 그런식의 주문을 받은 것은 없다. 과기부에“내가 어떤 역할을 해주길 원하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답변은“무엇을 할지를 찾아보라”였다. 역할에 대해 앞으로 고민해 볼 생각이다. 명확한 것은 KAIST의 행정적인 일 등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 운 그림을 그려볼 생각이다. 지켜봐달라.

-스탠퍼드대학이 실리콘밸리 발전에 공헌을 했는데
 대덕밸리에 있는 KAIST의 역할에 대해말해달라.

▲사실 미국인들조차도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스탠퍼드 대학이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역할을했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됐다. 대덕밸리는 정부가 관심을 두고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덕밸리에 KAIST가 있는 만큼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역할을할계획이다.

-행정수도가 대전 인근으로 이전한다. KAIST에는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는가.

▲수도가 이전하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KAIST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서 예측하기는 어렵다. 왜냐 하면 정부 전체가 이동한다는 생각은 나로서는 경험 밖이다. 다만 정부가 근처로 온다면 환경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않겠나.

-‘러플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분 좋은 말이다. 책임을 지고싶다. 기대감이 크다는 소리로 알아듣고 싶다.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 로 일을 할 것이다. 주변에서도 비판을 하기보다는 격려를 해달라. 열심히노력하겠다.

-대덕연구단지에는 과학자들의 모임이 여러 개 있다. 들어본 적이있나.
 혹시 참가할 의향은 없나.

▲물론 참가하고 싶다. 아직 어떤 모임들이 있는지는 상세하게 모르고 있다. 다만 한국에 와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모임이 여러개 있다는 소리도 와서 들었다. 신 부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모임(대덕클럽)에도 한번 나가볼 생각이다. 다양한 분야의사람들과만나고싶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연 등이 몰릴 것으로보이는데.

▲벌써 두 건의 강연 스케줄이 잡혀있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가능하면 요청이 들어올 경우 고려할 생각이다. 강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의 하나라고 본다. 시간이 허락하는한적극적으로나설생각이다.

-하반기 일정 중에 특별한 계획은없나.

▲아직은 구체적인 스케줄이 없다. 주로 학내에 머물 생각이다. 다만 나는 보통 1년에 중국 출장을 서너차례 다니는데 하반기 중국에 다녀올 것 같다. 유럽에도자주다녔는 데앞으로조정을해야할것같다.

-KAIST 학생들이나 과학꿈나무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다. 학생시절 창조적인 마인드를 기른다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 도움이 된다. 창조적인 마인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글 丘南平 사진 申昊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