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코어 연구단, 노벨화학상 데이비드 베이커와 ‘AI 단백질 설계’ 성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을 통해 구축된 연구 협력 기반 아래, KAIST 이노코어 연구진이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우리 대학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David Baker 교수(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방문을 계기로, 공동연구를 통해 AI로 원하는 화합물을 정확히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AI-CRED 혁신신약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에 참여 중인 연구진으로서, David Baker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인공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de novo)하고, 이를 실제로 작동하는 바이오 센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자연 단백질을 탐색하거나 일부 기능을 수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연구는 AI 기반 설계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맞춤 제작’하고 실험적으로 검증까지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연구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설계한 바이오 센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백질 설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측정 가능한 센서 기술로 확장한 것으로, 단백질 설계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저분자 화합물 인식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감지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으며, 특정 분자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를 통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환경 오염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로 공기와 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맞춤형 바이오 센서 기술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화합물을 인식하는 신규 단백질(de novo protein) 설계는 원자 단위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해 오랜 기간 단백질 설계 분야의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진은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결합 단백질 설계에 성공했다.
그 결과, 대사물질과 저분자 약물을 포함한 6종의 화합물 각각에 대해 인공 결합 단백질을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기능을 검증했다. 특히 코티솔과 결합하는 신규 단백질을 기반으로 화학 유도 이합체(chemical-induced dimer)를 설계해 코티솔 바이오 센서를 개발했다. 해당 설계 기술은 미국에서 임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규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단백질 설계 기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제1저자로, David Baker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2026년 3월 28일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Small-molecule binding and sensing with a designed protein family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953-8
이규리 교수는 2025년 2월 KAIST에 부임한 신임 교수로, 단백질 디자인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원자 단위의 정밀한 단백질 복합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반 단백질 설계, 인공 효소 설계, RNA 인식 단백질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InnoCORE 사업의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소속 멘토 교수로 참여해 효소 및 펩타이드 신약 설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David Baker 교수 연구실(미국 워싱턴대학교,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Staff Scientist로 연구를 수행했다. David Baker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멘토 교수인 이도헌 처장은 “이번 성과는 이노코어 연구진과 글로벌 석학 간 협력을 통해 도출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노코어 사업을 통해 유치한 박사후연구원들과의 적극적인 연구 협업을 기반으로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해 AI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AIST는 David Baker 교수의 방한을 계기로, 4월 9일(목) 오후 4시 KI 빌딩 퓨전홀에서 Hannele Ruohola-Baker 교수(한넬레 루오홀라-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함께 ‘Advances in AI-powered protein design and biomedical science(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및 생의학 연구의 최신 동향)’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본 행사는 KAIST 해외 석학 초빙 교수 지원 사업, KAI-X, InnoCORE AI-CRED 혁신신약단,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David Baker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단백질 설계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번 연구는 KAIST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신 연구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KAIST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은 국내·외 최상위 박사후연구원이 첨단 집단연구 환경에서 AI 융합기술 개발에 매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AI 기반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AIST는 주관기관으로서 ▲초거대언어모델 혁신 연구단 ▲AI 기반 지능형 설계–제조 통합 연구단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AI-Transformed Aerospace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꽃은 곤충 맞춰 피고 향기 내는 ‘생체시계’ 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 밤이 되면 향기를 내뿜는 꽃들은 마치 시간을 아는 듯하다. 우리 대학 연구팀이 식물이 곤충 행동에 맞춰 ‘생체시계’를 통해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 시점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개화 시간와 향기 조절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식물 생체시계의 조절을 받는 유전자가 꽃이 열리는 시간과 향기 방출의 일주기 리듬을 통합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식물은 하루 주기에 맞춰 스스로 시간을 인식하는 ‘생체시계’에 의해 생리 현상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꽃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열리며, 이 과정이 생체시계 유전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밤에 꽃을 활짝 열고 향기를 방출하는 식물인 ‘코요테담배(Nicotiana attenuata)’를 모델로 연구를 진행했다. 코요테담배는 미국 유타주 사막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로, 밤에 활동하는 꽃가루 전달자를 유인하기 위해 야간에 꽃을 열고 향기를 방출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현상에 착안해 생물학자 린네는 서로 다른 시간에 꽃이 피고 지는 식물들을 한곳에 모으면 꽃의 개화 상태만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꽃 시계(flower clock)’를 제안하기도 했다.
기존 연구는 꽃의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실제 꽃이 열리는 현상과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기능을 직접 규명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시계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돌연변이체를 분석하고, 분자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특정 생체시계 유전자가 꽃이 열리는 시점과 향기 방출의 리듬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식물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시간대에 꽃을 열고 수분 매개자를 유인하도록 생체시계를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생체시계의 관점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식물의 시간 조절 전략과 생태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의 생체시계가 꽃의 개화와 향기 방출 시간을 어떻게 연결해 조절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다”며 “식물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번식 전략을 최적화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과 최유리 박사, 강문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더 플랜트 셀(The Plant Cell)에 1월 29일 자 게재됐다.
※논문명: CONSTANS-LIKE 5 facilitates flower opening and scent biosynthesis in Solanaceae https://doi.org/10.1093/plcell/koag016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농촌진흥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코엔자임 Q10’모방...망가지지 않는 촉매로 재탄생
건강기능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코엔자임 Q10(Coenzyme Q10)’과 같은 우리 몸 속 분자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모방한 신개념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은 생체 에너지 생성에 핵심적인 분자를 이용해 스스로 반복 작동하는 분자 촉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권성연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코엔자임 Q10으로 알려진 ‘퀴논(Quinone)’이 금속‘티타늄(Ti)’과 결합해 작동하는 새로운 분자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퀴논은 체내에서 전자와 수소를 전달하며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핵심 분자다. 이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와 수소를 함께 이동시키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퀴논은 인공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 과정 중 불안정한 중간체(세미퀴논)가 형성돼 쉽게 분해되거나 한 번 반응 후 소모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퀴논에 값싸고 풍부한 금속인 ‘티타늄(Ti)’을 결합하는 분자 설계 전략을 도입했다. 금속 중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세미퀴논 중간체를 안정화시켜, 전자와 수소가 함께 이동하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촉매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 에너지 전달 분자인 퀴논의 반응성을 금속 화학적으로 제어해 촉매로 활용한 최초 사례로, 불안정한 반응 중간체의 안정화가 촉매 설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화학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인공 촉매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백윤정 교수는 “자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공 시스템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던 퀴논의 한계를 금속 화학을 통해 극복했다”며,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에너지·환경 촉매와 생체 모사 화학 기술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원창현 석박사통합과정이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월 20일 자 게재되었다.
※ 논문명: Orchestrating the Semiquinone Stability for Catalytic Proton-Coupled Electron Transfer, DOI: 10.1021/jacs.5c21171
※ 저자 정보: 원창현 (KAIST, 제1 저자), 권성연 (IBS, 제2 저자), 김동욱 (IBS, 제3 저자) 및 백윤정 (KAIST, 교신저자) 포함 총 4 명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우수신진연구’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SRC),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소재부품개발사업’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노화 유발 RNA 노폐물 제거했더니‘수명 연장’ 확인
우리 몸의 세포는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RNA를 만들고, R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세포에 쌓이는‘원형 RNA(circular RNA)’를 제거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노화의 원리를 밝히고 관련 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 연구팀(RNA 매개 건강 장수 연구센터)은 김윤기 교수·이광록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원형 RNA를 분해하는 효소인 RNASEK(알엔에이즈케이) 단백질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그동안 원형 RNA는 안정성이 높아 분해되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세포에 축적되는 ‘노화의 지표’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RNA를 제거하는 분자적 기전과 노화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원형 RNA의 축적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세포 내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수명이 짧아 노화 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활용한 실험에서 RNA 분해 효소인 RNASEK 단백질이 장수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노화가 진행되면서 RNASEK의 양이 감소하고, 그 결과 원형 RNA가 세포 안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반대로 RNASEK의 양을 인위적으로 늘리면(과발현)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한 상태로 더 오래 생존했다. 이는 세포 내 원형 RNA를 적절히 제거하는 과정이 장수와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한 RNASEK가 원형 RNA가 서로 뭉쳐 독성을 만드는 현상을 막아 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RNASEK 결핍 시 원형 RNA가 많이 쌓이면 세포 안에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이라는 덩어리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데, 이는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RNASEK는 샤페론 단백질 HSP90(단백질이 잘못 접히거나 서로 뭉치지 않도록 돕는 단백질)과 함께 작용해 이러한 스트레스 과립의 형성을 억제하고 세포가 정상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예쁜꼬마선충 뿐 아니라 생쥐와 인간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포유류에서도 RNASEK는 원형 RNA를 직접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인간 세포와 생쥐 모델에서 RNASEK가 결핍되면 조기 노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RNA 수준의 노화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RNASEK를 이용해 원형 RNA를 조절하는 연구가 향후 인간 노화와 퇴행성 질환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KAIST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는 “지금까지 원형 RNA는 안정성이 높아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는 노화의 지표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라며 “이번 연구는 노화에 따라 축적되는 원형 RNA가 실제로 노화를 유도하며, 이를 제거하는 RNASEK가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장수를 유도하는 핵심 조절자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김시은 박사, 함석진 박사, 부성호 박사, 이동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 Molecular Cell에 2월 24일 자로 게재됐다.
※논문명: Ribonuclease κ promotes longevity by preventing age-associated accumulation of circular RNA in stress granules, DOI: 10.1016/j.molcel.2026.01.031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마약 중독 재발 비밀 찾았다...뇌 속 ‘중독 회로’ 발견
마약 중독은 약물을 끊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소한 자극에 다시 갈망이 되살아나 재발 위험이 매우 높다. 그동안 이러한 현상은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피질(PFC)의 기능 저하 때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공동 연구진은 중독 재발의 원인이 단순한 뇌 기능 저하가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 회로의 불균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석좌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SD) 임병국 교수 연구팀이 전전두엽 내 특정 억제성 신경세포가 코카인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뇌에서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신경 신호의 균형을 조절하는 파발부민 양성(Parvalbumin-positive, PV) 억제성 신경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뇌의 흥분 신호를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게이트(brake gate)’ 역할을 하며, 금단 이후 나타나는 마약 탐색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했다.
우리 뇌의 전전두엽 피질(PFC)은 흥분 신호와 억제 신호가 균형을 이뤄야 충동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연구팀은 만성 약물 노출이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코카인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 내 억제성 신경세포들이 언제 활성화되고 하위 뇌 영역으로 어떻게 신호를 보내는지 추적했다.
실험 결과, 전전두엽 피질 내 억제성 신경세포의 약 60~70%를 차지하는 파발부민(Parvalbumin, PV) 세포는 쥐가 코카인을 찾으려 할 때 활발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약물을 찾지 않도록 훈련하는 ‘소거 훈련(extinction training)’을 진행하자 이 세포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는 PV 세포의 활동 양상이 중독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거 과정을 통해 다시 조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신경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PV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자 쥐의 코카인 탐색 행동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이 세포를 활성화하면 소거 과정 이후에도 약물을 다시 찾는 행동이 지속됐다. 이러한 효과는 설탕물과 같은 일반적인 보상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마약 중독 행동에서만 특이적으로 관찰됐다. 이는 같은 억제성 신경세포인 소마토스타틴(SOM) 세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파발부민(PV) 세포가 마약 중독 행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PV 세포의 조절 작용이 어떤 뇌 회로를 통해 이루어지는지도 확인했다. 전전두엽에서 시작된 신호는 보상과 관련된 핵심 뇌 영역인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의 보상회로로 전달되며, 이 경로가 마약을 다시 찾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독 행동 조절의 핵심 통로로 나타났다. 이때 PV 신경세포는 이 신호의 흐름을 조절해 도파민(Dopamine) 신호에 영향을 주며, 중독 행동을 유지할지 억제할지를 결정하는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한다.
즉, 중독 재발은 전전두엽 전체의 기능 저하 때문이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인 파발부민(PV) 신경세포가 전전두엽과 보상 회로를 잇는 신경 경로의 조절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백세범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약물 중독이 특정 신경세포와 하위 신경 회로의 조절 균형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회로 수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며 “파발부민(PV) 세포가 중독 행동의 ‘게이트’ 역할을 한다는 발견은 향후 정밀 표적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CSD 정민주 박사가 1저자로, UCSD 임병국 교수와 KAIST 백세범 석좌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으며, 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뉴런(Neuron) 에 2월 26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 논문명: Distinct Interneuronal Dynamics Selectively Gate Target-Specific Cortical Projections in Drug Seeking, DOI: 10.1016/j.neuron.2026.01.002)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포 속 ‘유전자 지도’ 한번에 해독...치매·암 연구 게임체인저
질병의 시작점은 단 한 개의 세포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개별 세포의 변화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어, 수천~수만 개 세포의 평균값을 분석하다 보니 질병의 ‘초기 신호’를 정확히 포착하기 어려웠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마치 구글어스로 지구를 확대하듯, 그 세포 속 유전 설계도를 입체적으로 동시에 해독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암과 치매, 파킨슨병 등 복잡 질환 연구의 판을 바꿀 성과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 연구팀이 미국 듀크대학교 야루이 디아오(Yarui Diao)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단일 세포에서 ▲유전자 발현(전사체) ▲후성유전체 ▲게놈 3차 구조를 동시에 분석하는 세계 최초의 초정밀 분자지도 해독 기술 ‘scHiCAR(에스씨하이카, single-cell Hi-C with assay for transposase-accessible chromatin and RNA sequencing)’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세포의 상태를 결정하는 핵심은 결국 유전자의 작동 방식이다. 유전자는 단순히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가 아니다. 어떤 유전자가 실제로 작동하는지(전사체), 왜 작동하는지(후성유전체), 어떤 공간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지(게놈 3차 구조)가 함께 맞물려 세포의 운명을 결정한다. 기존 기술은 이 정보를 각각 다른 세포에서 따로 얻은 뒤 사후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미세한 변화가 왜곡되거나 누락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전사체, 후성유전체, 3차 게놈 구조 등 이 세 가지 유전 정보를 단일 세포에서 동시에 분석하는 통합 정밀 분석 기술인 ‘트라이모달 멀티오믹스(trimodal Trimodal Multi-omics)’ 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분석을 접목해 정확도와 재현성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세포 내부의 유전 정보를 ‘한 장의 입체 지도’처럼 읽어내는 통합 분석 플랫폼을 완성했다.
특히 세포 하나당 분석 비용을 약 0.04달러(한화 약 50원)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생쥐 뇌 조직 내 160만 개 세포에 대한 고해상도 분자지도를 구축했다. 이는 질병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구조 속에서 켜지고 꺼지는지를 세포 단위에서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뇌 조직과 근육 재생 과정에 적용해 22개 주요 세포 유형의 서로 다른 유전자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특히 근육 줄기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입체 구조가 동적으로 변화하며 세포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노화 및 난치 질환 치료 전략 개발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인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를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내부 유전체 설계도를 정밀하게 읽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파킨슨병과 암 등 복잡 질환의 발생 기전을 밝히고 환자 맞춤형 신약 타깃을 발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양동찬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그리고 KAIST 김규광 박사가 주요 연구진으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46.9)’에 2월 19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Trimodal single-cell profiling of transcriptome, epigenome and 3D genome in complex tissues with scHiCAR, DOI: 10.1038/s41587-026-03013-7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삼성미래기술연구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뇌를 닮은 AI’ 개발.. 예측이 틀려도 한번 더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바둑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사람처럼 대화까지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AI는 인간의 뇌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써야 작동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던져온 질문은 이것이다. “뇌는 어떻게 이렇게 적은 에너지로도 똑똑하게 학습할 수 있을까?”우리 대학 연구진이 그 답에 한 걸음 다가섰다.
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이상완 교수 연구팀이 인간 뇌의 학습 원리를 딥러닝에 적용해, 깊은 인공지능 모델도 안정적으로 학습시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 뇌는 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벌어지는 일을 단순히 인식하는데서 그치지 않고‘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먼저 예측하고, 실제 결과가 다르면 그 차이(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수정한다. 바둑에서 상대의 다음 수를 예상했다가 빗나가면 전략을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이 같은 정보처리 방식을 ‘예측 부호화(Predictive Coding)’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원리를 AI에 적용하려 했지만, 난관이 있었다. 신경망이 깊어질수록 오차가 특정 부위에 몰리거나 아예 사라져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수학적으로 규명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AI가 결과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오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까지 다시 예측하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메타 예측(Meta Prediction)’이라 설명한다. 쉽게 말해, ‘틀림을 한 번 더 생각하는 AI’다. 이 방식을 적용하자, 깊은 신경망에서도 학습이 멈추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도 인상적이다. 총 30가지 실험 중 29개에서, 현재 AI의 표준 학습법인 ‘역전파(Backpropagation)’보다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역전파는 AI가 ‘틀린 만큼 거꾸로 되돌아가며 고치는’ 현재의 대표적 학습 방법이다.
기존 AI 학습방식(역전파)는 모든 층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전체 네트워크를 한 번에 계산하고 한 번에 수정해야 하지만 이 방법은 이 방식은 뇌처럼 분산적·부분적으로 학습해도 큰 AI 모델을 잘 학습시킬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기술은 전력 효율이 중요한 뉴로모픽 컴퓨팅,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로봇 AI, 기기 내부에서 작동하는 엣지 AI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완 석좌교수는 “뇌의 구조를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뇌의 학습 원리 자체를 AI가 따르도록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뇌처럼 효율적으로 배우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하명훈 박사가 제1저자, 이상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인공지능 국제학회 ICLR 2026(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에 채택돼 1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Stable and Scalable Deep Predictive Coding Networks with Meta Prediction Errors, 논문 원본: https://openreview.net/forum?id=kE5jJUHl9i¬eId=e6T5T9cYqO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 디지털분야글로벌연구지원사업(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공동연구), 삼성전자 SAIT NPRC 사업, SW스타랩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잡초의 반란’...까마중을 의약품 원료 공장으로 바꾸다
검은 열매 모양이 까마귀 눈을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는 불리는 길가나 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가 현대 의학의 필수품인 호르몬제 원료를 생산하는 ‘보물 창고’로 탈바꿈했다.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까마중의 대사 경로를 재설계함으로써,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의 핵심 원료를 고효율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검은 열매 모양이 까마귀 눈을 닮았다고 해서 ‘까마중’이라는 불리는 길가나 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가 현대 의학의 필수품인 호르몬제 원료를 생산하는 ‘보물 창고’로 탈바꿈했다.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까마중의 대사 경로를 재설계함으로써,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의 핵심 원료를 고효율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디오스게닌은 현대 약학에서 핵심적인 출발 물질이다. 소염제와 가려움증 치료제 등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의 합성 원료로 활용된다. 현재는 주로 ‘마(Dioscorea)’의 뿌리에서 추출하지만, 마는 수확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유전자 조작이 어려워 생산량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세대가 약 3개월로 짧고 유전자 조절이 용이한 ‘까마중(Solanum nigrum)’에 주목했다. 까마중은 원래 독성 스테로이드 성분인 ‘솔라소딘(Solasodine)’을 생성하는데, 연구진은 이 물질이 디오스게닌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까마중의 특정 유전자인 ‘게임4(SnGAME4)’를 교정했다. 이를 통해 독성 성분으로 이어지는 대사 경로를 차단하고, 대신 디오스게닌이 생성되도록 대사 흐름을 전환했다. 또한 잎 조직에서 반응을 조절하는 ‘게임25(SnGAME25)’ 까마중 유전자를 추가로 억제해 열매와 잎 모두에서 디오스게닌 축적량을 극대화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까마중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효소인 베타-글루코시다아제(SaF26G)를 활용해 성분을 추출이 용이한 형태로 전환하는 ‘자연 발효’ 공정을 접목했다. 그 결과, 까마중의 녹색 열매에서 기존 산업용 원료 식물인 마와 유사한 수준의 디오스게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경상국립대 연구팀이 개발한 ‘열매 수확량 증대 기술(S 유전자* 변이)’을 적용해 식물 한 개체당 열매 생산량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동일 면적에서 보다 많은 의약품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도 마련했다.
*S 유전자 변이: S유전자(compound inflorescence)는 식물의 꽃대 형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로, 발현양 조절을 통해 한 개체당 열매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음
김상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잡초가 지닌 고유한 대사 경로를 정교하게 재설계해 고부가가치 약용 성분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스테로이드 의약품 원료를 보다 안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임종부 박사와 경상국립대 김근화 박사, 허정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식물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Plant Biotechnology Journal) 1월 16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Rewiring Steroidal Metabolic Pathways for Diosgenin Production in Solanum nigrum, DOI: 10.1111/pbi.70551
한편,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농촌진흥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70년 만에 토종 ‘광대싸리’ 항암물질 생성 비밀 밝혀
식물 유래 약 성분은 많지만, 식물이 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70년 만에 토종 약용식물 광대싸리에서 항암 성분인 세큐리닌이 생성되는 전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로 실험실과 미생물 공장에서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과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자생 식물인 광대싸리에서 항암 효과로 알려진 세큐리닌(securinine) 계열 물질이 만들어지는 핵심 과정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광대싸리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목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잎과 뿌리를 약재로 사용해 왔다. 이 식물에는 세큐리닌을 비롯한 다양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약용식물로 주목받아 왔다.
세큐리닌은 1956년 광대싸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30종이 넘는 관련 물질이 보고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항암 효과를 보이거나, 뇌로 잘 전달돼 신경 재생을 돕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물질들이 식물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지난 70년간 밝혀지지 않은 난제였다.
생명체 안에서 천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합성’이라고 한다. 이는 최종 물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치고, 어떤 효소가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모르핀, 카페인, 니코틴 등 식물이 만들어내는 약효가 강한 천연 성분인 알칼로이드는 구조가 매우 복잡해 생합성 과정을 규명하기 특히 어려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과 생명과학의 협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세큐리닌 계열 물질의 화학적 합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순규 교수 연구팀과, 식물 유전체 분석과 단일세포 분석에 강점을 가진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김상규 교수 연구팀은 성남시 불곡산 일대의 ‘KAIST 생태림’에서 광대싸리를 확보해 연구 시료를 만들고, 식물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했다. 특히 세큐리닌 생성이 활발한 잎 조직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한편 한순규 교수 연구팀은 세큐리닌이 만들어지기 바로 전 단계의 물질로 ‘비로신 B’를 찾아내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 그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식물 속 효소인 ‘황산전이효소’가 비로신 B를 항암 성분 세큐리닌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황산전이효소가 단순히 화학 성분을 붙이는 보조 역할이 아니라, 알칼로이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 결과다.
김상규 교수와 한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자생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며 “앞으로 미생물이나 세포를 이용해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다양한 의약학적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성준 박사후연구원, 강규민 박사후연구원, 김태인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1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Chemically guided single-cell transcriptomics reveals sulfotransferase-mediated scaffold remodeling in securinine biosynthesis, DOI: doi.org/10.1038/s41467-026-68816-3
이번 연구는 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합성생물학, 농촌진흥청 NBT사업단의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 KAIST 생태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대교, 메타융합관‘인지 향상 연구센터 라운지’개소
우리 대학은 지난 10일(토) 대전 본원 메타융합관에서 대교와 공동으로 조성한 ‘KAIST–대교 인지 향상 연구센터 라운지’ 개소식을 가졌다.
이번 라운지는 대교가 연구 협력의 일환으로 공간 조성을 현물 기부하며 마련된 것으로, KAIST와 대교가 공동으로 추진해 온 뇌 발달 및 인지기능 향상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연구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거점 공간으로 조성됐다. KAIST는 본 행사를 통해 그간의 연구 협력 성과를 소개하고, 미래 교육과 뇌과학의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균민 교학부총장, 김대수 생명과학기술대학장을 비롯한 KAIST 주요 보직자와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 등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라운지 개소를 축하했다.
우리 대학은 지난 2023년 대교와 산학협력 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뇌인지과학을 기반으로 영유아부터 성인, 시니어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 인지기능 향상과 정신 건강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를 교육 콘텐츠와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대교 관계자는 “인지 향상 연구센터 라운지는 양 기관이 함께 축적해 온 연구 협력의 상징적 공간으로, 이 곳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대교는 카이스트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의 가치를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균민 교학부총장은 “이번 라운지 개소는 대교의 기부를 통해 산학 협력 연구를 위한 공간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KAIST는 이 공간을 기반으로 뇌인지과학 연구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고, 교육 현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발률 높은 젊은 층 뇌암의 ‘진짜 시작점’ 찾았다
특정 유전자(IDH)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은 50세 이하 젊은 성인에게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으로, 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뇌암이다. 그동안 치료는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이 종양이 덩어리가 보이기 훨씬 이전부터 정상 뇌 속 세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며,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공동연구팀이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정상 뇌조직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lial Progenitor Cell, GPC)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 교세포전구세포(GPC): 정상 뇌에도 존재하는 세포로,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악성 뇌종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세포
연구팀은 광범위 절제 수술을 통해 확보한 종양 조직과 종양 주변의 정상 대뇌피질을 정밀 분석한 결과, 겉보기에는 정상인 뇌조직 안에 이미 IDH-돌연변이를 가진 ‘기원세포(cell of origin)’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악성 뇌종양이 특정 시점에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 뇌 속에서 이미 시작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과다.
이어 연구팀은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작동하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최신 분석 기술인 ‘공간 전사체 기술(spatial transcriptomics)’을 활용해, 이러한 변이를 가진 기원세포가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PC)임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환자에게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유전적 변이(driver mutation)를 마우스의 교세포전구세포에 도입해 실제 뇌종양이 발생하는 과정을 동물모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뇌종양의 ‘기원’을 규명한 기존 연구를 한 단계 확장한 성과다. 공동연구팀은 앞서 2018년,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 종양 본체가 아닌,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뇌 속의 원천 세포인 뇌실하영역(subventricular zone)의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 (Lee et al., Nature, 2018), 뇌종양 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과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같은 뇌암이라 하더라도, 출발 세포와 시작 위치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뇌종양은 종류마다 발생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석구 교수(공동 교신저자)는 “뇌종양은 종양 덩어리가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며, “뇌종양의 아형에 따라 기원세포와 기원 부위를 직접 공략하는 접근은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KAIST 교원창업기업 소바젠㈜(대표이사 박철원)은 IDH-돌연변이 악성 뇌종양의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RNA 기반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세브란스병원(병원장 이강영)은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을 통해 난치성 뇌종양의 초기 변이 세포 탐지 및 제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단독 제1저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정원 박사(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는 “KAIST의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 역량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역량이 결합해 이룬 성과”라며, “환자를 진료하며 품어왔던 ‘이 종양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월 9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IDH-mutant gliomas arise from glial progenitor cells harboring the initial driver mutation, DOI: 10.1126/science.adt0559
※ 저자 정보: 박정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제1 저자), 강석구(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신저자), 이정호(KAIST 의과학대학원, 소바젠,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 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콧속에 뿌렸더니 호흡기 바이러스 잡았다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빠른 호흡기 바이러스는 백신만으로 완벽히 막기 어렵다. 우리 대학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가 지녔던 ‘열에 약하고 코 점막에서 금방 사라지는’ 한계를 AI 기술로 극복한 비강(콧속) 투여형 항바이러스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정현정 교수,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 공동 연구팀이 AI로 인터페론-람다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재설계하고, 이를 비강 점막에 잘 확산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전달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를 범용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15일 밝혔다.
인터페론-람다(IFN-λ)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선천면역 단백질로, 감기·독감·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치료제로 만들어 비강에 투여할 경우 열·분해효소·점액·섬모운동에 취약해 실제 효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AI 단백질 설계 기술을 이용해 인터페론-람다의 구조적 약점을 정밀하게 보완했다.
먼저, 단백질의 헐거운 루프(loop) 구조로 흔들리던 부분을 단단한 스프링처럼 고정되는 나선형(helix) 구조로 바꿔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단백질끼리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뭉침)가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표면을 물과 잘 섞이도록 설계하는‘표면 엔지니어링’을 적용했고, 단백질 표면의 당사슬(glycan) 구조를 추가하는‘글라이코엔지니어링(glycoengineering)’을 도입해 단백질을 한층 튼튼하고 안정하게 재설계했다.
그 결과 새롭게 제작된 인터페론-람다는 50℃에서 2주를 버틸 만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끈적한 비강 점막에서도 빠르게 확산 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여기에 단백질을 ‘나노리포좀(nanoliposome)’이라는 미세 캡슐에 담아 보호하고, 그 표면을 ‘저분자 키토산(chitosan)’으로 코팅해 코 점막에 오래 붙어 있도록 점막 부착력(mucoadhesion)을 크게 강화했다.
이 전달 플랫폼을 인플루엔자 감염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콧속 바이러스가 85% 이상 감소하는 강력한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이 기술은 간단히 코에 뿌리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점막 면역 플랫폼으로, 계절성 독감은 물론 예기치 못한 신·변종 바이러스에도 신속히 대응할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기대된다.
김호민 교수는 “AI 기반 단백질 설계와 점막 전달기술로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의 안정성과 체류 시간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점막에 오래 머무르는 이번 플랫폼은 엄격한 냉장 유통시스템(콜드체인)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 가능한 혁신 기술로, 다양한 치료제·백신 개발로의 확장성이 크다. 또한 AI 단백질 설계부터 약물 전달 최적화, 감염 모델을 통한 면역 평가까지 다학제 융합 연구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윤정원 박사, 생명과학과 양승주 박사, 의과학대학원 권재혁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1월 20일)'와‘바이오머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 11월 21일)’에 연달아 게재됐다.
※ 논문명 : Computational Design and Glycoengineering of Interferon-Lambda for Nasal Prophylaxis against Respiratory Viruses, Advanced Science, DOI: 10.1002/advs.202506764
※ 논문명 : Intranasal Nanoliposomes Delivering Interferon Lambda with Enhanced Mucosal Retention as an Antiviral, Biomaterials Research, DOI: 10.34133/bmr.0287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이노코어 프로그램(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 보건 산업진흥원(KHIDI)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KAIST 대규모 융합연구소 운영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