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더 잘 붙고 분해 속도 조절 가능한 젤 소재 개발
상처 치료용 드레싱은 더 잘 붙고, 약물 전달 패치는 더 정교해질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식물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활용해 해조류 기반 하이드로겔(Hydrogel·물을 다량 함유하면서도 형태를 유지하는 젤 소재)의 강도를 5배 이상 높이고 접착성과 분해 속도까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탄닌산(Tannic Acid)을 활용해 해조류 유래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고 분해 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전략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하이드로겔은 콘택트렌즈, 여드름 패치, 마스크팩, 상처 치료용 드레싱 등에 사용되는 수분 함량이 높은 젤 소재다. 피부에 밀착되면서도 약물이나 유효성분을 머금고 있을 수 있어 약물전달체(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재), 창상피복재(상처를 보호하고 치유를 돕는 의료용 드레싱), 조직공학용 지지체(인공 조직 재생을 돕는 구조체), 화장품 소재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하이드로겔 소재 가운데 ‘카파-카라기난(κ-Carrageenan)’에 주목했다. 카파-카라기난은 우뭇가사리 등 붉은 해조류(홍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고분자로, 젤리나 소스의 점도를 높이고 형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친숙한 식품 소재다.
하지만 카파-카라기난으로 만든 하이드로겔은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파-카라기난 분자에는 황산기(Sulfate Group)라는 구조가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같은 극의 자석끼리 서로 밀어내듯 분자 간 반발력을 만들어 촘촘한 구조 형성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하이드로겔의 강도와 접착성을 높이거나 분해 속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산기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찾는 데 주목했다. 그 결과 차와 과일 등에 풍부한 천연 폴리페놀인 탄닌산(Tannic Acid)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이나 병해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천연 성분으로, 여러 물질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탄닌산은 여러 개의 결합 부위(갈롤기)를 갖고 있어 카파-카라기난의 황산기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며 분자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이 하이드로겔 구조를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 결과, 기존에는 하이드로겔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졌던 황산기가 오히려 탄닌산과 결합하는 핵심 부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기존에는 ‘약점’으로 여겨졌던 구조가 탄닌산을 만나면서 하이드로겔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탄닌산을 첨가한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의 저장탄성률(Storage Modulus·젤의 단단함과 탄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약 1,632Pa로, 순수 카파-카라기난 하이드로겔(약 294Pa)보다 5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하이드로겔이 외부 압력이나 변형에도 더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나 약물전달 패치의 내구성과 사용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탄닌산이 첨가되는 시점과 관계없이 이미 형성된 하이드로겔의 내부 그물망 구조(겔 네트워크)까지 안정적으로 강화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탄닌산이 여러 지점에서 분자들을 연결해 하이드로겔의 내부 구조를 지속적으로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빠른 분해성과 강한 접착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탄닌산이 첨가된 하이드로겔은 인체의 위·장 환경을 모사한 실험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해되면서도 피부와 거친 표면에는 강하게 부착됐다. 이는 상처 치료용 드레싱이 사용 중에는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역할을 마친 뒤에는 자연스럽게 분해될 수 있고, 약물전달 패치가 원하는 시간 동안 약물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화학 합성 과정 없이 식품 등급의 천연 성분만으로 하이드로겔의 강도, 접착성, 분해 속도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식품·기능성 식품용 캡슐 및 코팅 소재, 피부 밀착형 화장품 및 스킨케어 제품, 창상피복재, 약물전달 패치, 조직공학용 지지체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 유래 소재만으로도 하이드로겔의 기계적 강도와 접착성, 분해 거동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식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분야에서 보다 안전하고 단순한 방식의 천연 고분자 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과 양한열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생체모사 분야 국제학술지 ‘Biomimetics(바이오미메틱스)’에 4월 21일 게재됐다.
※ 논문명: Adhesive κ-Carrageenan Hydrogels by Polyphenol Intervention, DOI: 10.3390/biomimetics11040290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 팩토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쌓이면 성능 떨어진다”는 난제 해결...차세대 2차원 소재 개발
종이 한 장보다 훨씬 얇은 2차원 소재는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로 여러 층이 쌓이면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난제를 해결해, 여러 겹으로 쌓여도 단일층 수준의 전자 특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전도성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전자소자와 양자소재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대학교 크리스토퍼 헨든(Christopher H. Hendon)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층간 간섭은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2차원 소재는 원자 수준으로 얇아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소재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활용을 위해 여러 층이 쌓이면 층과 층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이 방해받아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마치 각각의 도로에서는 도로에서는 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교차로에서 정체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2차원 전도성 MOF는 단일층 상태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실제 소재처럼 여러 층이 겹겹이 쌓인 벌크(bulk) 상태에서는 본래의 전자적 특성이 약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과 층이 서로 직접 간섭하지 않도록 '각도'에 주목했다. 새롭게 설계한 분자 구조는 여러 층이 쌓여도 각 층이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도록 해 면과 면이 직접 맞닿는 것을 최소화했다. 이는 여러 장의 카드를 완전히 포개지 않고 살짝 비틀어 쌓아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 결과 층간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전자가 보다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트립티센(Triptycene) 기반 분자를 설계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2차원 전도성 MOF 소재를 합성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물질 Ni₃(HITrip)₂는 여러 층이 쌓인 상태에서도 단일층과 유사한 전자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전자 구조(kagome 격자의 디랙 밴드 구조)를 그대로 보존했다. 이는 전자가 복잡한 장애물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이동할 수 있게 해 높은 전기전도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따라서 지금까지 단일층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자 구조가 실제 여러 층이 쌓인 벌크 소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이 소재는 별도의 도핑(불순물을 넣어 전기적 특성을 높이는 공정) 없이도 0.58 S/cm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보였다. 이는 층간 간섭을 줄이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계산과 분광 분석을 통해 전기가 잘 흐르는 이유도 밝혀냈다. 소재 내부에서 분자와 금속 원자가 서로 협력해 전자의 이동을 돕고, 전자가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높은 전기전도도가 나타나는 원리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쌓이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2차원 소재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층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우수한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초 연구를 실용 기술로 연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향후 고성능 전자소자와 차세대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양자소재와 위상물질(독특한 전자 이동 특성을 나타내는 차세대 기능성 소재) 연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미래 반도체와 양자정보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여러 층이 쌓여도 우수한 전자 특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실제 소자 제작에 필요한 기능성 소재 설계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단일층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차원 전자 구조를 벌크 물질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층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하면 다양한 양자 물성과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박근찬 석박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8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Homoconjugation-Enabled Kagome Bands in a Layer-Decoupled Two-Dimensional Conductive Triptycene-Based Metal-Organic Framework
※ 저자 정보 : 박근찬 (제1 저자), 문상원 (제2 저자), 이재경 (제3 저자). Christopher H. Hendon (제4 저자) 및 박선아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성능 높이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 개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은 높이고 에너지 손실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황승준 교수팀은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화학생물공학부 류재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다. 배터리나 연료전지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촉매는 보통 가운데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금속 종류를 철(Fe) 대신 코발트(Co)나 니켈(Ni)로 바꾸거나, 금속 주변의 분자 구조(리간드)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쉽게 말해, 촉매 자체의 재료나 형태를 바꿔 더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 조절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쉽게 비유하면, 이번 연구는 ‘요리 도구 자체를 바꾸는 대신, 주방 환경을 조절해 요리를 더 잘되게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존 촉매 연구는 프라이팬 재질을 바꾸거나 모양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연구는 프라이팬은 그대로 두고, 주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음식이 더 잘 익도록 만든 방식이다. 즉, 촉매 자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을 조절해 반응이 더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촉매 주변에 ‘양이온(+)’을 배치해 아주 작은 전기장을 만들면,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응이 더 안정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은 기존 12% 수준에서 최대 52%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과 수명,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산소 환원 반응(ORR·산소가 전자를 받아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은 수소차용 연료전지(Fuel Cell·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와 금속-공기 전지(Metal-Air Battery·금속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등 차세대 에너지 장치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반응이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원리가 이산화탄소(CO₂)나 수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촉매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촉매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으로 반응 특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화학과 조휘율·강봄 박사과정생과 KAIST 김동영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Localized Cation Unlocks Unique Activity–Selectivity Trends in Molecular Oxygen Reduction Catalysis, DOI: pubs.acs.org/doi/10.1021/jacs.5c18246
주저자 정보: 조휘율(박사과정, POSTECH), 강봄(석박사통합과정, POSTECH), 김동영(박사 후 연구원, 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및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일상의 LED 빛으로 물질 내부를 3차원으로 읽는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홍승모 교수팀,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전석우 교수팀의 공동연구로 일상의 LED 조명만으로 물질 내부의 복잡한 '광학 지문'을 3차원으로 읽어낼 수 있는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incoherent Dielectric Tensor Tomography, iDT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빛의 간섭(위상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물질 내부의 방향성 있는 전기적 성질(유전체 텐서)을 3차원으로 복원(단층촬영)하는 이미징 기술임
일부 물질은 빛이 통과할 때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광학 이방성'이라는 고유한 성질을 품고 있다. 이는 해당 물질의 내부 구조와 분자 배열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광학 지문'이다. 광학 이방성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단축 이방성은 연필처럼 한 방향만 특별한 경우이고, 이축 이방성은 벽돌처럼 세 방향이 모두 다른, 더 일반적이고 복잡한 경우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앞서 이 광학 지문을 3차원으로 측정할 수 있는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Dielectric Tensor Tomography, DTT)'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3D 유전체 텐서 측정의 길을 연 바 있다 (Shin et al., Nature Materials, 2022). 다만 기존 DTT는 정밀한 레이저 간섭계를 필요로 해 영상에 노이즈가 발생하여 정확도가 떨어지고 외부 진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문제가 있었고, 특히 생체 조직과 같은 대면적 시료로의 확장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iDTT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빛의 편광과 각도를 정교하게 제어하여 총 48가지 독립 측정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방식을 모든 방향에 대해 완벽하게 기술하는 '유전체 텐서'*를 3차원으로 복원한다.
*유전체 텐서: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방식(굴절·흡수 등)을 모든 방향에 대해 하나의 3×3 행렬로 나타낸 것. 방향에 따라 광학적 성질이 달라지는 물질의 특성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iDTT의 핵심은 LED 광원의 도입에 있다. iDTT는 LED 조명을 비간섭 광원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노이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측정의 안정성과 실용성을 크게 높였다. 실제로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주기적 분자 정렬 구조를 시료로 사용한 직접 비교에서, 기존 레이저 기반 기술인 DTT로는 노이즈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던 미세 구조를 iDTT가 선명하게 복원함을 확인했다.
iDTT 기술은 재료과학·반도체·제약·생의학·디스플레이 전반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액정 입자 안에 있는 분자들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를 3차원으로 눈에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방사선 치료 이후 대장 조직에 생긴 섬유화(조직이 딱딱해지는 현상)를 별도의 염색 없이도 정밀하게 관찰했다.
뿐만 아니라 석영이나 염화칼슘처럼 서로 다른 결정 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화학 분석 없이 빛에 대한 반응 차이(이방성)만으로 각각의 물질을 자동으로 구분해냈다.
더 나아가 여러 결정이 모여 있는 물질에서는, 각각의 작은 결정들이 어떤 방향으로 배열돼 있는지와 서로 잘 맞물려 있는지(정합) 또는 어긋나 있는지(부정합)까지 손상 없이 분석했다. 이를 통해 물질의 미세한 내부 구조와 강도 같은 물리적 성질을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방법임을 확인했다.
박용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형 시설이나 파괴적 분석에 의존하던 물질 이방성 측정을 소형 광학 현미경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LED 기반으로 안정적인 유전체 텐서 측정이 가능해진 만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이주헌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2026년 4월 21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Incoherent dielectric tensor tomography for quantitative three-dimensional measurement of biaxial anisotropy, DOI: 10.1038/s41566-026-01897-0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리더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제공동 R&D 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에너지 반응 ‘핵심 비밀’ 풀렸다
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리가 밝혀졌다. 한국 연구진이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전극·전해질이 맞닿는 얇은 경계면,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고 전해질은 이온이 이동하는 액체)’에서 분자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원하는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해,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의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POSTECH(총장 김성근) 화학과 최창혁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신승재 교수와 공동으로,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상전이(물질의 상태나 배열이 바뀌는 현상)’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저장 능력(전기용량)의 패턴이 ‘낙타 모양’에서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전기화학 반응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에서 일어난다. 전기화학 분야에서는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용량 곡선이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낙타 모양’에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원인은 분자 수준에서 설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의 정밀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전극에 걸리는 전압에 따라 두 가지 핵심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제히 재배열되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음전하를 띤 입자)들이 표면에 밀집해 2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응축’ 현상이 나타났다. 이 두 과정은 각각 전기용량 곡선의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하나로 합쳐지면서 곡선 형태가 ‘낙타’에서 ‘종’으로 변화하게 된다.
쉽게 말해, 한쪽에서는 물 분자들이 줄을 맞춰 정렬되고 다른 쪽에서는 이온들이 빽빽하게 모이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이 두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래프도 두 봉우리에서 하나로 바뀐다.
특히 연구팀은 전극 전위(전극에 걸리는 전압)와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도표(phase diagram, 조건에 따른 상태 변화를 정리한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이론적 예측을 실시간 적외선 분광법(ATR-SEIRAS, 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실험 기법)을 통해 실제로 입증했다.
쉽게 말해, 어떤 조건에서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한눈에 보이는 지도로 만들고, 그게 실제로 맞는지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보이지 않게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 환경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의 상전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에너지 기술의 성능을 정밀하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민호 박사과정 학생과 POSTECH 화학과 김동현, 조준식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 Electric double layer structure in concentrated aqueous solution, DOI : 10.1038/s41467-026-70322-5
해당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과 UNIST 하이드로 스튜디오(Hydro*Studio)의 이노코어(InnoCore) 프로그램 및 한국연구재단(NRF)의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자석 진동으로 주파수 ‘순간 점프’…게임해도 발열 줄인다
고사양 게임이나 장시간 영상 시청 시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전자 대신 자석의 미세한 진동(스핀파)으로 신호를 처리해 발열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면서도, 주파수를 수 GHz 범위에서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원리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 기술은 향후 발열이 적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스마트 기기와 초저전력·고속 컴퓨팅 구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갑진 교수 연구팀은 자석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인 스핀파(Spin wave)를 활용해, 나노 크기에서 신호의 속도(주파수)를 크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이 진동은 ‘마그논(Magnon)’이라는 단위로 설명되며, 이번 성과는 기존 전자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신호 제어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이 사용한 소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얇은 자성 물질을 여러 겹 쌓아 만든 인공 반강자성체(Synthetic Antiferromagnet, SAF)다. 이 구조 안에서는 자석의 미세한 진동(스핀파)이 두 가지 방식(음향(Acoustic) 모드와 광학(Optic) 모드)으로 나타나는데, 연구팀은 특정 조건에서 이 움직임이 서로 갑자기 바뀌는 ‘모드 변환(mode hopping)’ 현상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는 기존처럼 신호의 상태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방식과 달리, 특정 순간에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면서 주파수가 함께 급격히 변하는 현상이다. 즉, 복잡한 회로 없이도 스핀파의 상태 변화만으로 신호의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모드 변환을 통해 주파수를 5GHz 이상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라디오를 듣다가 버튼 하나로 채널을 완전히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다.
연구팀은 아주 작은 안테나를 이용해 전자기파 신호를 보내 자석 속에 미세한 진동(스핀파)을 만들어냈다. 이후 외부 전력과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하자, 이 진동의 속도(주파수)가 일정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툭’ 하고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스핀파의 기본 단위인 ‘마그논’이 하나에서 둘로 나뉘거나, 반대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삼중-마그논 상호작용(three-magnon interaction)’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빠른 주파수 변화가 복잡한 전자 회로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신호의 세기만 조절해도 주파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장치 구조는 더 간단해지고 전력 소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이 현상은 ‘켜짐(1)’과 ‘꺼짐(0)’을 구분하는 스위치처럼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방식의 반도체나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자석의 진동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스핀파 기반 정보처리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향후 초저전력 컴퓨팅과 고속 신호 처리, 전자 대신 스핀(자석의 성질)을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김갑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이론으로만 제시되었던 마그논 비선형 동역학, 즉 자석의 진동을 이용한 정보처리 원리를 실제 나노 소자에서 구현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전자 대신 스핀파를 활용하는 새로운 정보처리 패러다임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무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하였으며, 공동 교신저자로 박민규 연구교수가 참여하였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12일 게재되었으며 마그논 기반 비선형 동역학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성과로 평가된다.
※ 논문명: Mode hopping via nonlinear magnon-magnon coupling in a synthetic antiferromagnet, DOI: 10.1038/s41467-026-70298-2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양자정보과학 인적기반조성사업, KAIST 양자대학원, 선도연구센터(SRC) 및 중점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 만든다'...전환효율 86% 전극 기술 개발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에틸렌과 같은 화학물질로 바꾸는 과정에서, 전기가 흐르며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위인 ‘전극’ 내부에 물이 스며들어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팀은 물은 차단하면서도 전기의 흐름과 촉매 반응을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한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해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송현준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은 실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구조인 ‘은 나노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6일 밝혔다.
전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전해 공정에서는 전극 내부가 전해액으로 가득 차면서 이산화탄소가 반응할 공간이 줄어드는 ‘침수(Flooding) 현상’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이를 막기 위해 물을 밀어내는 소재를 사용하면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단점이 있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는 등 공정이 복잡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은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하는 ‘3층 구조’ 전극을 고안했다. 이 전극은 물을 튕겨내는 기판 위에 촉매층을 형성하고, 그 위를 은 나노선 네트워크로 덮은 구조로, 전해액의 침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전기 전달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전극 표면에 사용된 ‘은 나노선’이 단순히 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직접 화학 반응에도 참여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은 나노선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를 생성하고, 이 물질이 인접한 구리 촉매로 전달되며 다음 단계 반응이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두 촉매가 협력해 반응을 진행하는 ‘협동 촉매(탠덤 촉매)’ 시스템이 형성되며, 그 결과 에틸렌과 같은 다중 탄소 화합물 생성이 촉진됐다.
이러한 구조를 적용한 전극은 알칼리성 전해질에서 79%, 중성 전해질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86%의 높은 선택성을 기록했다. 이는 생성물 중 대부분이 원하는 물질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또한 50시간 이상의 장시간 작동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반응을 유지해, 기존 기술에서 나타났던 성능 감소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송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 나노선이 전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화학 반응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은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에탄올이나 연료 등 다양한 물질로 바꾸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박종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3월 24일 게재되었다.
※논문 제목: Overlaid Conductive Silver Nanowire Networks on Gas Diffusion Electrodes for High-Performance Electrochemical CO2-to-C2+ Conversion, DOI: http://doi.org/10.1002/advs.75003
※주저자 정보: 박종혁(KAIST, 제1저자), 김성주 박사(KAIST, 제2저자), 한윤경(KAIST, 제3저자), 송현준 교수(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InnoCORE 지능형 수소기술 연구단과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 Link),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햇빛·공기로 약 만든다...화학합성 난제 해결
의약품을 만드는 화학 공정에서 ‘촉매’는 생산 속도와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밀하지만 버려야 하는 촉매’와 ‘재사용 가능한 촉매’ 사이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두 촉매를 결합해 빛과 공기만으로 작동하는 친환경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의약품 원료를 더 저렴하고 깨끗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한상우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촉매를 하나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하나는 고체 상태에서 작동하는 은(Ag) 기반 촉매이고, 다른 하나는 용액 속에서 작용하는 유기 광촉매 DDQ(빛을 받아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다. 연구팀은 이 두 촉매가 함께 작동하도록 구현해, 기존에는 어려웠던 반응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햇빛과 공기로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아민(amine)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별도의 추가 화학물질 없이도 필요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한 것이다.
기존 유기 광촉매 방식은 반응 후 촉매를 다시 사용하려면 추가 화학물질이 필요하거나, 공기 중 산소를 사용할 경우 반응 속도가 느려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부산물이 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고, 공기 중 산소는 이 과정을 반복하도록 돕는다. 즉, 촉매가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살아나 계속 작동하는 ‘순환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별도의 화학물질을 추가하지 않아도 촉매가 계속 작동하는 ‘순환형 촉매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이 기술은 햇빛과 공기만으로 반응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햇빛은 촉매를 활성화해 반응을 시작하게 하고, 공기는 사용된 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린다. 즉, 촉매가 계속 ‘충전’되며 반복 작동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공기는 물만을 남기기 때문에 환경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서로 다른 촉매가 만나면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염(LiClO4)을 도입했다. 이 물질은 두 촉매가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촉매의 안정성과 수명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촉매를 하나로 결합해 햇빛과 공기만으로도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기 광화학 루프 기술(금속 기반 촉매가 빛을 받아 반응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을 정밀 유기 합성 분야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첫 사례”라며 “서로 다른 촉매 시스템의 장점만을 결합해 화학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백진욱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3월 18일 게재됐다.
※ 논문명: Merger of heterogeneous and homogeneous photocatalysis for arene C–H Amination
※ DOI: 10.1021/jacs.5c20824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재경 교수,‘노벨상 펀드’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 연구자 선정
우리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가 생명과학 분야 ‘노벨상 펀드’로 불리는 '2026 휴먼프론티어 사이언스 프로그램'(HFSP) 연구자로 선정됐다. HFSP 펀드는 1989년 주요 선진국들이 설립한 세계적 연구지원 프로그램으로, 펀드 수혜자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31명 배출돼 일명 '노벨상 펀드'로도 불린다.
김재경 교수는 액셀러레이터 트랙에 선정되어 향후 2년간 매년 약 10만 달러를 지원받게 된다. 김재경 교수는 ‘기후변화 하에서 진드기-바이러스 생태역학의 인과추론 및 비마코프 전파모형 개발’을 주제로, 남아공, 터키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재경 교수는 최종 선정된 10팀에 포함되었다.
올해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에는 총 1180개의 연구 제안이 접수되었으며,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 역사상 가장 많은 지원을 기록했다.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은 설립 이래로 73개국, 8,500명 이상의 연구자를 지원했으며, 우리나라는 2025년 지원대상자를 포함해 총 91명이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의 지원을 받았다.
김재경 교수는 2017년에 이어서 한국 연구자 최초로 두번째 지원을 받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자석 속 ‘스커미온’ 형성 원리 규명… AI 전력 문제 해결 단서
자석 속 전자 스핀이 소용돌이처럼 배열된 ‘스커미온(skyrmion)’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핵심 구조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특수한 물리 조건 없이도 자석의 기본적인 물리 작용만으로 스커미온이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는 다양한 자성 물질에서 스커미온 구현 가능성을 넓혀 기존보다 수십~수백 배 높은 정보 저장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초저전력 정보소자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김세권 교수 연구팀이 자성과 격자의 결합(자기-탄성 결합)만으로 소용돌이형 자성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자석 속 스핀(전자들이 가지는 작은 자석 성질)과 격자 변형(원자 배열이 미세하게 뒤틀리는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용만으로도 소용돌이 모양의 자성 구조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다.
특히 자성 물질 내부에서 나타나는 소용돌이형 스핀 구조인 스커미온은 크기가 매우 작고 안정성이 높아 초고밀도·저전력 정보소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스커미온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결정 구조의 비대칭성이나 강한 스핀-궤도 결합과 같은 특정한 물리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자성 물질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자기-탄성 결합(magnetoelastic coupling)’만으로도 스커미온과 반스커미온이 번갈아 배열된 구조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자기-탄성 결합은 자성(스핀)과 원자 배열의 변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으로, 거의 모든 자성체에서 나타나는 기본적인 물리적 성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합이 충분히 강해지면 원래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던 자성의 기본 상태(바닥상태)가 스스로 불안정해지며 새로운 소용돌이형 질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스핀의 기울어짐과 격자 왜곡이 동시에 발생하며 스커미온과 반스커미온이 번갈아 배열된 ‘카이랄 스핀 구조’가 형성된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김세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한 특수 상호작용이 없어도 스커미온 같은 자성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특히 최근 연구가 활발한 2차원 자성 물질(원자 두께 수준의 매우 얇은 자성 물질)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구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춘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2월 11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Magnetoelastic Coupling-Driven Chiral Spin Textures: A Skyrmion-Antiskyrmion-like Array, DOI: https://doi.org/10.1103/5csz-pw7x
※ 주저자: 고경춘(KAIST 물리학과 박사) 제1저자, 김세권 교수(KAIST 물리학과)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과학자 유치사업 플러스(브레인풀 플러스),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꿈의 메모리’ 구현할 전자의 공전 ‘오비탈’ 원리 규명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발열 문제를 줄이고 더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꿈의 메모리’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 연구진이 반도체 속 전자의 회전 성질인 ‘스핀(spin)’의 교환상호작용 대신,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공전과 같은 움직임인 ‘오비탈(orbital)’의 교환상호작용을 이용해 자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이경진 교수와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류를 이용해 자성을 제어하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전자의 ‘오비탈 교환상호작용(Orbital exchange interaction)’*을 통해 자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세계 최초로 정립했다고 16일 밝혔다.
*오비탈 교환상호작용: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며 형성하는 궤도(오비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자석의 방향이나 성질을 조절하는 현상
지금까지 차세대 메모리 연구는 전자의 ‘스핀’에 주로 집중해 왔다. 스핀은 전자가 마치 작은 팽이처럼 스스로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성질로, 이 회전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자는 동시에 원자의 중심에 있는 원자핵 주위를 돌며 ‘오비탈’이라는 궤도 운동도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자의 오비탈 에너지가 자성체의 오비탈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전달한다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스핀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자석의 성질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전류가 단순히 자석의 방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석이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성질이나 회전 특성 등 고유한 물성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연구팀의 계산 결과, 오비탈을 이용한 제어 효과는 기존 스핀 기반 방식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향후 반도체 소자에서 스핀 대신 오비탈이 핵심 역할을 하는 ‘오비탈 기반 전자소자’ 시대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험에서 이러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제시해 향후 산업계의 기술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교자성(Altermagnet) 물질에서도 이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교자성은 원자 속 전자의 스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새로운 형태의 자성 물질로, 겉으로는 자석처럼 보이지 않지만 전자의 움직임에는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메모리 제어와 고속·저전력 반도체 소자 개발에 유리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미래형 논리 소자와 메모리 소자 개발을 위한 강력한 이론적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근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류로 자성을 제어할 때 반드시 ‘스핀’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전자의 궤도 운동인 오비탈을 활용해 자성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관점은 차세대 초고속·저전력 메모리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근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세대 김경환 교수와 KAIST 이경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2일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 논문 제목: Orbital exchange-mediated current control of magnetism,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8846-x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SRC),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화학 원리 이해한 AI 등장...신약·신소재 개발 속도 높인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두 재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수많은 원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지를 찾는 과정이 ‘분자 설계’의 핵심 과정인데, 그동안은 거대한 산에서 가장 낮은 골짜기를 찾는 것처럼 어려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이 분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이해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분자의 ‘에너지’를 직접 고려한다는 점이다. 기존 인공지능이 분자의 모양을 단순히 흉내 냈다면, R-DM은 분자 내부에서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를 고려하여 구조를 스스로 다듬는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에너지가 높을수록 언덕, 낮을수록 골짜기로 표현한 지도로 나타내고, 인공지능이 가장 에너지가 낮은 골짜기를 찾아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R-DM은 이러한 에너지 지형 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피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며 분자를 완성한다. 이는 수학 이론인 ‘리만 기하학’을 적용한 것으로, 화학의 기본 원리인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법칙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한 결과다.
실험 결과, R-DM은 기존 인공지능보다 최대 20배 이상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예측 오차는 정밀 양자역학 계산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AI 기반 분자 구조 예측 기술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 소재, 고성능 촉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던 분자 설계 과정을 크게 단축해 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AI 시뮬레이터’로 기대된다. 또한 화학 사고나 유해 물질 확산처럼 실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학 반응 경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어, 환경·안전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김우연 교수는 “인공지능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한 첫 사례”라며 “신소재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우제헌 박사와 KAIST 혁신신약연구단 김성환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퍼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1월 2일에 게재됐다.
※ 논문명: Riemannian Denoising Model for Molecular Structure Optimization with Chemical Accuracy, DOI: 10.1038/s43588-025-00919-1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원 인노코어(InnoCore)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연구재단이 수행하는 데이터사이언스 융합인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