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공학 연구의 새로운 언어가 된‘AI’를 말하다
AI가 스스로 새로운 소재의 구조와 성질을 상상하고 예측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AI는 연구자의 ‘두 번째 두뇌’처럼 아이디어 발굴부터 실험 검증까지 연구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한다. 우리 대학과 국제 공동 연구진은 AI가 자율 연구실(Self-driving Lab) 개념을 구현하고, 로봇이 촉매 합성 실험을 수행하는 ‘AI 기반 촉매 탐색 플랫폼’을 통해 신소재 연구의 전 주기 활용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드렉셀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시카고대학교, 테네시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머신러닝(ML)·딥러닝(DL) 기술이 신소재공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리뷰 논문을 국제 학술지 ACS Nano(영향력지수 IF=18.7)에 8월 5일자로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홍승범 교수 연구팀은 소재 연구를 ‘발견–개발–최적화’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서 AI가 수행하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소재 발견 단계에서는 AI가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물질의 성질을 예측해, 수많은 후보 중 가장 유망한 물질을 신속히 찾아낸다.
개발 단계에서는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율 실험 시스템(Self-driving Lab)을 통해 AI가 실험 과정을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연구 기간을 단축한다.
최적화 단계에서는 AI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최적의 조건을 학습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적은 실험으로 가장 우수한 결과를 찾아내는 ‘베이지안 최적화(Bayesian Optimization)’ 기술을 활용해 설계와 공정 조건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성능을 높인다.
즉, AI는 수많은 재료 중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를 먼저 골라주고, 실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며, 마지막에는 스스로 실험 조건을 조정해 성능이 가장 좋은 조합을 찾아내는 ‘똑똑한 조수’ 역할을 한다.
논문은 또한 생성형 AI, 그래프 신경망(GNN), 트랜스포머 모델 등 첨단 기술이 AI를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닌 ‘생각하는 연구자’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물리와 화학의 법칙을 스스로 학습해 새로운 소재를 상상하고 예측하며, 연구자의 ‘두 번째 두뇌’처럼 아이디어 제안부터 검증까지 함께 수행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AI가 제시하는 결과가 항상 정답은 아니며, 데이터 품질 불균형, 예측 결과 해석의 어려움, 이질적 데이터 통합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AI가 물리학적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고, 연구자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에서는 또한 연구자가 직접 실험 장비를 조작하지 않아도 AI가 실험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분석해, 다음 실험 방향까지 제안하는 ‘자율 실험실(Self-driving Lab)’과 AI가 촉매 합성 실험을 자동으로 설계·최적화하고 로봇이 수행하는‘AI 기반 촉매 탐색 플랫폼’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AI가 촉매 합성과 최적화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해 연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접근이 배터리 및 에너지 소재 개발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리뷰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신소재공학 연구의 새로운 언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KAIST 연구진이 제시한 로드맵은 향후 배터리·반도체·에너지 소재 등 국가 핵심 산업 분야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베네딕투스 마디카(Benediktus Madika) 박사과정, 아디티 사하(Aditi Saha) 박사과정, 강채율 석사과정, 바초리그 바얀톡톡(Batzorig Buyantogtokh)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미국 드렉셀대학교 조슈아 아가르(Joshua Agar) 교수, 노스웨스턴대학교 크리스 울버튼(Chris Wolverton) 교수, 피터 부어히스(Peter Voorhees) 교수, 시카고대학교 피터 리틀우드(Peter Littlewood) 교수, 테네시대학교 세르게이 칼리닌(Sergei Kalinin)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논문명: Artificial Intelligence for Materials Discovery, Development, and Optimization, DOI: 10.1021/acsnano.5c04200
이 성과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S-2023-00247245)
빛 0.02초로 3,000 ℃구현...수소 생산 효율 6배 높혔다
요즘 수소 같은 청정에너지를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적은 전력으로 성능이 뛰어난 촉매 재료를 빠르게 합성하는 기술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빛을 단 0.02초 비추어 3,000 ℃의 초고온을 구현하고 수소 생산 촉매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에너지는 1/1,000만 쓰고도, 수소 생산 효율은 최대 6배 높아졌다. 이번 성과는 미래 청정에너지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돌파구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은 10월 20일,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과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성율 교수 연구팀이 강력한 빛을 짧게 쬐어주는 것만으로 고성능 나노 신소재를 합성하는 ‘직접접촉 광열처리(Direct-contact photothermal annealing)’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빛을 아주 짧게(0.02초) 비추는 것만으로 순간적으로 3,000 ℃의 초고온을 만들어내는 촉매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이 빛의 열로, 단단하고 잘 반응하지 않는 ‘나노다이아몬드(nanodiamond)’를 전기가 잘 통하고 촉매로 쓰기 좋은 고성능 탄소 소재인 ‘탄소 나노어니언(Carbon Nanoonion)’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열선 가열 기반의 열처리 공정보다 에너지 소비를 1/1,000 수준으로 줄이면서, 공정 속도는 수백 배 이상 단축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서 전환된 탄소 나노어니언 표면에 금속 원자를 하나하나 달라붙게 만들어 촉매 기능까지 동시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즉 ‘빛 비추기’로 구조를 바꾸고 그 재료에 기능까지 부여하는 일석이조의 촉매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탄소 나노어니언은 탄소 원자가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쌓인 초미세 구형태의 소재로, 전기 전도도와 내화학성이 뛰어나 촉매를 지지하는데 적합하다.
하지만 기존에는 탄소 나노어니언을 합성한 뒤 다시 촉매를 부착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고, 열선으로 가열하는 기존 열처리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려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 에너지를 열로 전환하는 ‘광열효과(Photothermal effect)’를 이용했다. 탄소 나노어니언의 전구체인 ‘나노다이아몬드’에 빛을 잘 흡수하는 검은색 ‘카본블랙’을 섞은 뒤, 제논 램프로 강한 빛을 터뜨리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 결과 단 0.02초 만에 나노다이아몬드가 탄소 나노어니언으로 전환된다.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에서도 이 과정이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나아가, 이 플랫폼은 탄소 나노어니언 합성과 단일원자 촉매 부착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백금과 같은 금속 전구체를 함께 넣으면 금속들이 원자 단위로 분해되는 ‘단일원자 촉매’로 갓 생성된 탄소 나노어니언 표면에 즉시 달라붙는다.
이후 빠른 냉각 과정에서 원자들이 뭉치지 않아, 소재 합성과 촉매 기능화가 완벽히 통합된 단일 공정으로 완성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백금(Pt), 코발트(Co), 니켈(Ni) 등 8종의 고밀도 단일원자 촉매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이번에 제작된 ‘백금 단일원자 촉매–탄소 나노어니언’은 기존보다 6배 효율적으로 수소를 만들어내면서도 훨씬 적은 양의 고가 금속으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김일두 교수는 “강한 빛을 0.0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조사해 3,000 ℃까지 상승시키는 직접접촉 광열처리 기술을 최초로 구현했다”며 “기존 열처리 대비 에너지 소비를 1,000배 이상 줄인 초고속 합성–단일원자 촉매 기능화 통합 공정은 수소 에너지, 가스 센서, 환경 촉매 등 다양한 응용 분야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도경 박사과정(KAIST 신소재공학과), 신하민 박사(KAIST 신소재, 현 ETH Zurich 박사후연구원), 차준회 박사(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현 SK hynix 연구원)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성율 교수(전기및전자공학부)와 김일두 교수(신소재공학과)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 및 화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발간 『ACS Nano』 9월호 속표지(Supplementary Cover)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Photothermal Annealing-Enabled Millisecond Synthesis of Carbon Nanoonions and Simultaneous Single-Atom Functionalization, DOI: 10.1021/acsnano.5c11229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글로벌 R&D 기반구축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이차전지 인터페이싱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뇌처럼 스스로 기억하고 반응하는 반도체 뉴런 개발
사람의 뇌는 단순히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시냅스)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개별 신경세포가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예민해지거나 둔해지는’ 적응 능력인 ‘내재적 가소성’을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기존 인공지능 반도체는 이런 뇌의 유연함을 흉내 내기 어려웠다. KAIST 연구진이 이번에 이 능력까지 구현한 차세대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뉴런이 과거 활동을 기억해 스스로 반응 특성을 조절하는 ‘내재적 가소성(intrinsic plasticity)’을 모방한 ‘주파수 스위칭(Frequency Switching) 뉴리스터(Neuristor)’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내재적 가소성’은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들으면 점점 덜 놀라거나, 반복된 훈련을 통해 특정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하게 되는 것과 같은 뇌의 적응 능력을 뜻한다. ‘주파수 스위칭 뉴리스터’는 마치 사람이 자극에 점점 익숙해져 덜 놀라거나, 반대로 반복된 훈련으로 점점 더 민감해지는 것처럼, 신호의 빈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인공 뉴런 소자다.
연구팀은 순간적으로 반응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휘발성 모트 멤리스터’와, 입력 신호의 흔적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비휘발성 멤리스터’를 결합해, 뉴런이 신호를 얼마나 자주 내보낼지(발화 주파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소자를 구현했다.
이 소자는 뉴런 스파이크 신호와 멤리스터 저항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반응을 조절한다. 쉽게 말해, 반복해서 들은 소리에 덜 놀라거나, 특정 자극에 점점 더 예민해지는 뇌의 반응을 반도체 소자 하나로 흉내 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희소 신경망(Sparse Neural Network)’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그 결과, 뉴런 자체의 기억 기능을 통해 기존 신경망보다 27.7% 낮은 에너지 소모로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다.
또 일부 뉴런이 손상되더라도 내재적 가소성을 통해 네트워크가 스스로 재구성되어 성능을 회복하는 뛰어난 복원력도 입증했다. 쉽게 말하면, 이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은 전기를 덜 쓰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부 회로가 고장 나도 스스로 보완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경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의 핵심 기능인 내재적 가소성을 단일 반도체 소자로 구현해 인공지능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한 차원 높인 성과”라며, “스스로 상태를 기억하고 손상에도 적응·복구할 수 있는 이번 기술은 엣지 컴퓨팅, 자율주행 등 장시간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의 핵심 소자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박우준 박사(현 독일 율리히 연구소), 송한찬(현 ETRI)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26.8)에 8월 18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Frequency Switching Neuristor for Realizing Intrinsic Plasticity and Enabling Robust Neuromorphic Computing, DOI: 10.1002/adma.202502255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차세대 메모리의 비밀을 풀다
차세대 메모리와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저항 메모리(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 ReRAM)’는 빠른 속도와 데이터 보존 능력, 단순한 구조 덕분에 기존 메모리를 대체할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연구진이 이 메모리 작동 원리를 밝혀내 앞으로 고성능·고신뢰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핵심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박상희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산화물 기반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정밀하게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현미경*을 하나로 결합한 ‘다중모드 주사 탐침 현미경(Multi-modal SPM)’을 활용해, 산화물 박막 내부에 전자가 흐르는 통로와 산소 이온의 움직임, 그리고 표면 전위(재료표면에 전하의 분포)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류 변화와 산소 결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여러 종류 현미경: 전류 흐름을 보는 전도성 원자간력 현미경(Conductive atomic force microscopy, C-AFM), 산소 이온 움직임을 보는 전기화학적 변형률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 전위 변화를 보는 켈빈 탐침 힘 현미경(Kelvin probe force microscopy, KPFM)
이 특별한 장비로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2) 박막에 전기 신호를 주어,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고 지우는 과정을 직접 구현해서 전류가 달라지는 이유가 산소 결함 분포의 변화 때문임을 나노 수준에서 직접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산소 결함이 많아지면 전자의 이동 통로가 넓어져 전류가 잘 흐르고, 반대로 흩어지면 전류가 차단되는 등, 전류의 흐름이 산소 결함의 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산화물 내의 산소 결함 분포가 메모리의 켜짐(on)/꺼짐(off) 상태를 결정한다는 점을 정밀하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일 지점의 분포에 국한되지 않고, 수 마이크로미터(µm2) 크기의 넓은 영역에서 전기 신호를 인가한 뒤, 변화된 전류 흐름, 산소 이온의 움직임, 표면 전위 분포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메모리의 저항이 바뀌는 과정이 단순히 산소 결함 때문만이 아니라 전자들의 움직임(전자적 거동)과도 긴밀히 얽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메모리를 ‘지우는 과정(소거 과정)’에서 산소 이온이 주입되면, 메모리가 안정적으로 꺼진 상태(고저항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곧 메모리 소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원리으로 향후 안정적인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범 교수는 “다중모드 현미경을 통해 산소 결함, 이온, 전자의 공간적 상관관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이러한 분석 기법이 다양한 금속 산화물 기반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연구와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공채원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에서 발간하는 신소재·화학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7월 20일 자로 출판됐다.
※ 논문 제목: Spatially Correlated Oxygen Vacancies, Electrons and Conducting Paths in TiO2 Thin Films
※ DOI: https://pubs.acs.org/doi/full/10.1021/acsami.5c10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스마트폰 충전 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CO2 포집 성공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은 대기 중에 아주 희박하게(400ppm 이하)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걸러내는 기술이다. 우리 연구진은 이번에 뜨거운 증기나 복잡한 설비 없이, 스마트폰 충전 전압(3V) 수준의 저전력만으로 95% 이상의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DAC 기술은 높은 에너지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실질적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된다. 이미 해외 특허 출원이 완료됐으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도 쉽게 연계할 수 있어 탄소중립 공정 전환을 앞당길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미국 MIT 화학공학과 T. 앨런 해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전도성 은나노 파이버 기반 한 초고효율 전기 구동 DAC(e-DAC, Electrified Direct Air Capture)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DAC 공정은 흡수 및 흡착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분리(재생)하는 과정에서 100℃ 이상의 고온 증기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에너지의 70%가 소모될 만큼 에너지 효율성이 중요한 공정이며, 복잡한 열교환 시스템이 필수적이어서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공동 연구팀은 이 문제를 ‘전기로 스스로 뜨거워지는 파이버 (섬유)’로 해결했다. 마치 전기장판처럼 섬유에 전기를 직접 흘려 열을 발생시키는 ‘저항 가열(Joule heating)’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외부 열원 없이 필요한 곳만 정확하게 가열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충전 수준인 단 3V의 낮은 전압만으로 80초 만에 섬유를 110℃까지 빠르게 가열한다. 이는 저전력 환경에서도 흡착과 재생 사이클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기존 기술 대비 불필요한 열 손실(감열)을 약 20%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전기가 통하는 파이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숨쉬는 전도성 코팅’을 구현해 ‘전기 전도’와 ‘기체 확산’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 있다.
연구팀은 은 나노와이어와 나노입자를 혼합한 복합체를 다공성 파이버 표면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가는 약 3마이크로미터(µm) 두께로 균일하게 코팅했다. 이렇게 구현된 ‘3차원 연속 다공 구조’는 전기는 매우 잘 통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분자가 파이버 내부까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균일하고 빠른 가열과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포집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또한 다수의 파이버를 모듈화해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체 저항이 1옴Ω) 이하로 낮아져, 대규모 시스템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제 대기 환경에서 95% 이상의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2020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5년간의 심도있는 연구 끝에 결실을 맺었다. 특히, 논문 발표 훨씬 이전인 2022년 말 이미 핵심 기술에 대한 PCT 및 국내/국제 특허(WO2023068651A1, 진입국: US, EP, JP, AU, CN) 출원을 완료해 원천 지적 재산권을 확보했다. 이는 해당 기술의 연구 진척도가 매우 높으며,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상용화를 고려한 연구임을 의미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혁신은 전기만으로 구동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매우 쉽다는 점이다. 이는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중립 공정 전환 수요에 완벽히 부합하는 기술이다.
연구를 이끈 고동연 교수는 “직접공기포집(DAC)은 단순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넘어, 공기 자체를 정화하는 ‘음(陰)의 배출(negative emissions)’을 가능케 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전도성 파이버 기반 DAC 기술은 산업 현장은 물론 도심형 시스템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어, 한국이 미래 DAC 기술의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이영훈 박사(2023년 졸업, 現 MIT 화학공학과)가 주도하고 MIT 화학공학과 이정훈, 주화주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2025년 8월 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우수성을 인정받아 내부 표지(front Inside Cover)로도 선정됐다.
※논문명 : Design of Electrified Fiber Sorbents for Direct Air Capture with Electrically-Driven Temperature Vacuum Swing Adsorption
※DOI : https://doi.org/10.1002/adma.202504542
한편, 이번 연구는 아람코(Aramco)–KAIST 이산화탄소 연구센터의 지원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No. RS-2023-00259416, DACU 원천기술개발사업)을 받아 수행됐다.
'제6회 이머징 소재 심포지엄' 개최
우리 대학 차세대 유망 나노 소재의 최신 연구 동향을 알아보고 비전을 전망하는 ‘제6회 KAIST 이머징 소재 심포지엄(Emerging Materials Symposium)’을 26일 대전 본원 메타융합관(W13)에서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심포지엄은 2020년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으며, 차세대 소재 분야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해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KAIST 대표 학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8월 26일 대전 본원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해외 저명 4개 대학(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예일대학, UCLA, 드렉셀대학)의 연사 6인을 초청해 전 세계 최전선의 이머징 소재 연구 동향을 한눈에 파악하고, KAIST의 대표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높은 전기전도도와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춘 미래 소재로 주목받는 맥신(MXene)의 최초 개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드렉셀대학의 유리 고고치(Yury Gogotsi) 교수가 ‘맥신의 미래(The Future of MXene)’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들로 구성된 ‘글로벌 프론티어 in MIT’세션에는▴AI-로보틱스 기반 소재 합성 분야 권위자인 주 리(Ju Li) 교수, ▴전기화학 및 전자 수송역학 분야 전문가인 마틴 바잔트(Martin Z. Bazant) 교수, ▴실리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제조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선도 연구자인 김지환(Jeehwan Kim) 교수가 MIT를 대표하는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이머징 소재와 새로운 가능성(Emerging Materials and New Possibilities)’세션에서는 ▴유리 고고치(Yury Gogotsi) 드렉셀 대학 교수를 포함해, ▴급속 고온 열처리 공정을 통한 나노 입자 합성 선구자 량빙 후(Liangbing Hu) 예일 대학 교수, ▴다기능성 연성 소재를 활용한 바이오 전자소재 분야의 핵심 연구자인 준 첸(Jun Chen)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가 핵심 이머징 소재의 개발과 이를 통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6인의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진은 ‘KAIST 신소재공학과 창업가 정신’세션을 마련해, KAIST를 대표하는 신소재 기술을 활용한 창업과 나노 신소재 기술이 기반 산업으로 뿌리내린 과정을 공유한다.
본 세션에는 ▴나노섬유 및 색변화 가스센서 기업 ‘아이디케이랩(IDKLAB)’을 창업한 김일두 교수, ▴ 2차원 소재 합성 전구체 및 장비 기업 ‘TDS 이노베이션(TDS Innovation)’ CEO 강기범 교수, ▴ 표면증강라만산란(SERS) 칩 생산 전문 기업 ‘피코 파운드리(Pico Foundry)’ 공동창업자 정연식 교수, ▴고품질 그래핀 산화물 기반 상품 개발 기업‘소재창조(Materials Creation)’를 창업한 김상욱 교수 ▴고속 다중 단백질 이미징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는 ‘플래시오믹스(Flashomic Inc.)’을 창업한 장재범 교수, ▴인체를 완벽 모사한 인조 카데바(실습용 장기) 제조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알데바(Aldaver)’의 공동대표 스티브 박 교수가 참여해, 본인의 창업 사례를 함께 소개하며 과학기술의 시장 진입 과정에 대한 생동감 있는 강연을 전달한다.
이후, KAIST와 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탑티어 KAIST-MIT 퓨처 에너지 이니셔티브 연구센터(Top-Tier KAIST-MIT Future Energy Initiative Research Center)’의 자동화 연구실 투어가 이어진다. 이 연구센터는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할 첨단 에너지 소재의 신속한 개발과 적용을 위해 인공지능-로보틱스(Al-Robotics) 기반 자율주행연구실 구축을 목표로 설립되었으며, 10년간 운영된다. 이날 해외 석학들에게 자동화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모습을 공개하고, 추후 국제 공동 연구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김일두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6명의 글로벌 석학과 6명의 KAIST 창업 교수가 참여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학생들에게 국제적 감각과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는 소중한 기회”라며, “KAIST의 혁신적 소재 연구와 국제 공동 연구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27일(수)에는 KAIST와 해외 석학들 간의 실질적인 학술 교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본 행사에서는 국제 공동 연구를 위한 협의가 이뤄지고, KAIST 학생 및 신진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교류할 수 있는 세션이 마련되어 향후 공동 연구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의 장이 될 예정이다.
‘제6회 KAIST 이머징 소재 심포지엄’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 재료과학 관련 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26일 심포지엄은 별도의 참가신청 없이 현장 등록으로 참여 가능하며, 보다 자세한 정보는 KAIST 신소재공학과 EMS 홈페이지(https://mse.kaist.ac.kr/index.php?mid=MSE_EM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 없이 로봇팔·AI로 소재 혁신 실현
이차전지 양극 소재는 높은 충전 속도, 에너지 밀도, 안정성 등 어려운 기준들을 전부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소재 후보군을 고려해 탐색을 진행해야만 한다. 국내 산학 협력 연구진이 AI 및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연구자의 개입 없이 이차전지 양극 소재의 개발을 진행하는 자율 탐색 실험실*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개발 과정 중 발생하는 연구자의 노동을 최소화하며 탐색 기간을 93% 단축했다.
*자율 탐색 실험실: 자율적으로 실험을 설계, 수행, 분석하여 최적의 소재를 탐색하는 플랫폼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 연구팀이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원장 김기수) 에너지소재연구소 LIB소재연구센터 연구팀과 산학 협력 연구를 통해, AI 및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이차전지 양극 소재를 탐색하는 자율 탐색 실험실을 구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차전지 양극 소재 개발은 필연적으로 시료의 무게를 칭량하고 이송하는 정량, 혼합, 소결* 및 분석 과정을 거쳐 광범위한 양극 조성(화합물 내 성분 원소들이 섞이는 비율) 및 실험 변수 탐색해야 해서 숙련된 연구자의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긴 개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소결: 시료를 가열하여 분말 입자들이 열적 활성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덩어리로 되는 과정
연구팀은 연구자의 개입 없이 시료 정량, 혼합, 펠렛화, 소결 및 분석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과 분석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학습해 최선의 후보군을 선택하는 AI 모델을 기반으로 자율 탐색 실험실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량, 혼합, 펠렛화, 소결 및 분석 과정을 각각 개별 장치 모듈로 구축하고 이를 중앙 로봇팔이 핸들링하는 방법으로 로봇팔의 비중을 줄여 실험 효율을 증대시켰다.
또한, 연구팀은 기존 저속 소결 방법과 다른 고속 소결 방법을 도입하여 합성 속도를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소결 공정에 필요한 시간을 50배 단축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 탐색 실험실은 기존 연구자 기반 실험 대비 12배 많은 소재 데이터의 확보가 가능하다.
확보된 많은 소재 데이터는 AI 모델을 통해 자동으로 해석되어 합성된 상 정보 및 불순물 비율 등이 추출된다. 이를 합성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체계적으로 저장하여 양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해당 데이터는 이후 최적화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여 다음에 자동화 시스템이 실험할 양극 조성 및 합성 조건을 추천하는 폐루프 실험 시스템*을 구현했다.
*폐루프 (Closed-loop) 실험 시스템: 실험 전 과정을 연구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수행하는 시스템
지능형 실험 자동화 시스템을 24시간 운용할 경우, 약 12배 이상의 실험 데이터 확보 및 93%의 소재 탐색 시간 단축이 가능하며, 이는 소재 탐색에 필요한 실험 횟수가 500회라고 가정할 시 연구자가 직접 실험을 수행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84일이 소요되는 반면, 자동화 시스템은 약 6일 만에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시간 및 인력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자율 탐색 실험실 개발 과정에서 포스코홀딩스는 프로젝트 전반의 기획과 총괄 운영을 맡고, 전체 플랫폼 설계에 대한 검토와 부분 모듈 설계 및 AI 기반 실험 설계 모델에 대한 공동 개발을 수행했으며, 서동화 교수팀은 전체 플랫폼 설계, 부분 모듈 설계 및 제작, 알고리즘 제작, 자동화 시스템 기반 실험 검증 및 오류 개선 등 실질적 시스템 구현과 운영을 담당했다.
서동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된 시스템은 저출산으로 인한 연구 인력 감소를 해결할 기술”이라며 "양질의 소재 데이터를 확보하여 이차전지 소재 개발을 가속화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자율 탐색 실험실 시스템을 기반으로, 2026년 이후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자체 연구소 실험실에 적용하여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설비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강화하는 후속 개발을 계획 중이며, 산학연이 협력해 개발한 기술이 실제 연구개발 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 연구실의 이현기 박사과정 연구원을 비롯해 배성재, 김동우 석사과정 연구원의 주도로 진행됐으며,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소(소장 홍정진)와 LIB소재연구센터의 박정우 수석연구원, 박인철 수석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고온 실험 없이 AI로 '최적 합금' 예측 시대 연다
자동차와 기계 부품 등에 사용되는 강철 합금은 일반적으로 고온에서 녹이는(융해) 공정을 거쳐 제조된다. 이때 성분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녹는 현상을 ‘합치 융해(congruent melting)’라고 한다. 우리 연구진은 이처럼 고온 실험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합금의 융해 특성을 인공지능(AI)으로 해결했다. 이번 연구는 고질적인 난제였던 합금이 녹을 때 서로 얼마나 잘 섞이는지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미래 합금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노스웨스턴대 크리스 울버튼(Chris Wolverton)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밀도범함수이론(DFT)* 기반의 형성에너지(합금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나타내는 값) 데이터를 활용해 합금이 녹을 때 성분이 유지되는지를 예측하는 고정확도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 전자 밀도(electron density)를 기반으로 시스템의 전체 에너지를 계산하는 방법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을 통해 계산한 형성에너지와, 기존의 실험적 융해 반응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결합해 4,536개의 이원계 화합물에 대한 융해 반응 유형을 학습한 후, 그 예측 모델을 구성했다.
다양한 머신러닝 알고리즘 중 특히 ‘XGBoost’ 기반 분류 모델이 합금이 잘 섞이는지 여부에 대해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약 82.5%의 예측 정확도를 달성했다.
연구팀은 또한 샤플리(Shapley) 기법*을 활용해 모델의 주요 특징(feature)들을 분석했으며, 이 중에서도 기울기 변화가 크다는 것은 그 조성에서 에너지적으로 매우 유리한(=안정한) 상태가 형성된다는 뜻으로 ‘형성에너지 곡선의 기울기 변화(convex hull sharpness)’가 가장 중요한 인자로 도출됐다.
*샤플리기법: AI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알려주는 설명 도구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고온 실험 없이도 소재의 융해 반응 경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고엔트로피 합금이나 초내열 합금 등 실험이 어려운 소재 군에서 매우 유용하며, 향후 복잡한 다성분계 합금 설계에도 확장될 수 있다.
또한, AI 모델이 도출한 주요 물리량은 합금이 잘 변하고, 안정적인지 등에 대한 실제 실험 결과와 높은 일치도를 보였고, 향후 다양한 금속재료 개발 및 구조 안정성 예측 등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산과 실험 데이터, 그리고 머신러닝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경험적 합금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예측적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생성형 모델, 강화학습 등의 최신 AI 기술을 접목하면 완전히 새로운 합금을 자동으로 설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재공학과 최영우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물리협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 AIP)에서 발간하는 머신러닝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PL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5월호에 게재 및 ‘특집 논문(Featured article)’로 선정됐다.
※ 논문 제목: Machine learning-based melting congruency prediction of binary compounds using density functional theory-calculated formation energy
※ DOI: https://doi.org/10.1063/5.0247514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산화탄소만 잡아내는 유망 소재를 AI로 쉽게 찾는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만 직접 포집하는 기술(Direct Air Capture, 이하 DAC)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증기(H₂O)로 인해 이산화탄소만 효과적으로 포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기술의 핵심 소재로 연구되는 금속–유기 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s, 이하 MOF)를 활용해 우리 연구진이 AI 기반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 MOF 중에서 가장 유망한 탄소 포집 후보 소재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에 적합한 MOF를 빠르고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 기계학습 기반 시뮬레이션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복잡한 구조와 분자 간 상호작용의 예측 한계로 인해 고성능 소재를 찾는 데 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MOF와 이산화탄소(CO2), 물(H2O)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 역장(Machine Learning Force Field, MLFF)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양자역학 수준의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기존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MOF 소재들의 흡착 물성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시스템을 활용해 8,000여 개의 실험적으로 합성된 MOF 구조를 대규모 스크리닝한 결과, 100개 이상의 유망한 탄소 포집 후보 소재를 발굴했다. 특히 기존의 고전 역장 기반 시뮬레이션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후보 소재들을 제시했으며, MOF의 화학 구조와 흡착 성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DAC용 소재 설계에 유용한 7가지 핵심 화학적 특징도 함께 제안했다.
이번 연구는 MOF–CO2 및 MOF-H2O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예측함으로써, DAC 분야의 소재 설계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크게 향상한 사례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임윤성 박사과정과 박현수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매터 (Matter)'에 지난 6월 12일 게재됐다.
※논문명: Accelerating CO2 direct air capture screening for metal-organic frameworks with a transferable machine learning force field
※DOI: 10.1016/j.matt.2025.102203
한편, 이번 연구는 Saudi Aramco-KAIST CO2 Management Center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C.L.E.A.N.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軍 전투원, 신소재 입고 개인 맞춤형 훈련시대 연다
기존 군 훈련은 정형화된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전투원 개인의 특성이나 전투 상황에 맞춘 최적화된 훈련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우리 연구진이 전자섬유 플랫폼을 개발해 전투원 개개인의 특성과 전투 국면을 반영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함이 입증됐고, 많은 병력에게 보급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성도 갖췄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 연구팀이 섬유 위에 전자회로를 `그려 넣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유연하고 착용 가능한 전자 섬유(E-textile)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전자 섬유 플랫폼은 3D 프린팅 기술과 신소재공학적 설계를 결합해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센서와 전극을 섬유에 직접 인쇄했다. 이를 통해 전투원 개개인의 정밀한 움직임 및 인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훈련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전자 섬유 제작 방식은 복잡하거나 개인별 맞춤형 제작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고자 `직접 잉크 쓰기(Direct Ink Writing, DIW)' 3D 프린팅이라는 적층 방식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센서와 전극의 기능을 하는 특수 잉크를 섬유 기판 위에 원하는 패턴으로 직접 분사해 인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마스크 제작 과정 없이도 다양한 디자인을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군 병력에 손쉽게 보급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로 기대된다.
해당 기술의 핵심은 신소재공학적 설계에 기반한 고성능 기능성 잉크 개발이다. 연구팀은 유연성을 가진 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Styrene-butadiene-styrene, SBS) 고분자와 전도성을 부여하는 다중 벽 탄소나노튜브(Multi-walled carbon nanotube,MWCNT)를 조합해, 최대 102% 늘어나면서도, 10,000번의 반복적인 테스트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인장/굽힘 센서 잉크를 개발했다. 이는 전투원의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꾸준히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섬유의 위아래 층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상호연결 전극(Interconnect electrode)' 구현에도 신소재 기술이 적용됐다. 은(Ag) 플레이크와 단단한 폴리스티렌(Polystyrene) 고분자를 조합한 전극 잉크를 개발, 섬유 속으로 잉크가 스며드는 정도(Impregnation level)를 정밀하게 제어해 섬유의 양면 또는 다층 구조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센서와 전극이 집적된 다층 구조의 웨어러블 전자 시스템 제작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실제 인체 움직임 모니터링 실험을 통해 개발된 플랫폼의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전자 섬유를 옷의 주요 관절 부위(어깨, 팔꿈치, 무릎)에 프린팅하여 달리기, 팔 벌려 높이뛰기, 팔굽혀 펴기 등 다양한 운동 시의 움직임과 자세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또한, 스마트 마스크를 활용해 호흡 패턴을 모니터링하거나, 장갑에 여러 센서 및 전극을 프린팅해 기계학습을 통한 물체 인식 및 복합적인 촉감 정보를 인지하는 응용 가능성도 시연했다. 이러한 결과는 개발된 전자 섬유 플랫폼이 전투원의 움직임 역학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최첨단 신소재 기술이 국방 분야 첨단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박규순 육군 소령은 군사적 활용이나 실 보급을 위한 경제성 등의 요구되는 목표들을 연구설계 시부터 고려했다.
박 소령은 "현재 우리 군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자원의 감소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위기이자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또한, 전장에서의 생명 존중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연구는 병과/직책별, 전투의 유형에 따른 맞춤식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우리 장병들의 전투력을 향상하고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ˮ 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과학적인 기여와 군 활용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로 평가받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박규순 박사과정(육군 소령)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스티브 박 교수가 지도한 이번 연구는 전기·전자/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npj Flexible Electronics (JCR 분야 상위 1.8%)' 에 2025년 5월 27일 자로 출판됐다.
※논문명 : Fabrication of Multifunctional Wearable Interconnect E-textile Platform Using Direct Ink Writing (DIW) 3D Printing
※DOI: https://doi.org/10.1038/s41528-025-00414-7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와이파이보다 100배 빠른‘라이파이’속도·보안 다 잡았다
라이파이(Li-Fi)는 LED 불빛처럼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 대역(400~800 THz)을 활용한 무선통신 기술로, 기존 와이파이(Wi-Fi)보다 최대 100배 빠른 속도(최대 224Gbps)를 제공한다.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할당의 제약이 없고 전파 혼신 문제도 적지만, 누구나 접근이 가능해서 보안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한국 연구진이 기존 광통신 소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송신 속도와 보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라이파이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조힘찬 교수 연구팀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김영식) 산하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 임경근 박사와 협력해, 차세대 초고속 데이터 통신으로 주목받는 ‘라이파이(Li-Fi)’ 활용을 위한 ‘온-디바이스 암호화 광통신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조힘찬 교수팀은 친환경 양자점(독성이 적고 지속 가능한 소재)을 이용해 고효율 발광 트라이오드 소자를 만들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전기장을 이용해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특히, ‘투과 전극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구멍(핀홀)’ 영역에 전기장이 집중되고 전극 너머로 투과되는데, 이 소자는 이를 이용하여 두 가지 입력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연구팀은 ‘온-디바이스 암호화 광송신 소자’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기기 자체에서 정보를 빛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암호화까지 한다는 점이다. 즉, 복잡한 별도의 장비 없이도 보안이 강화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외부양자효율(EQE)은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빛으로 변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상용화를 위한 기준은 일반적으로 약 20% 수준이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17.4%의 EQE를 기록했으며, 휘도(luminance) 또한 스마트폰 OLED 화면의 최대 밝기인 2,000nit를 크게 웃도는 29,000nit로, 10배 이상의 높은 밝기를 구현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 소자가 어떻게 정보를 빛으로 바꾸는지를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과도 전계 발광 분석’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아주 짧은 시간(수백 나노초 = 10억 분의 1초 단위) 동안 전압을 순간적으로 인가했을 때, 소자에서 발생하는 발광 특성을 분석했다. 이 분석을 통해 수백 나노초 단위에서 소자 내 전하들의 이동을 분석해 단일 소자 내에서 구현되는 이중채널 광변조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KAIST 조힘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광통신 소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송신 속도를 높이면서도 보안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통신 플랫폼을 제시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추가 장비 없이도 보안을 강화하면서, 암호화와 송신을 동시에 구현하는 이번 기술은 향후 보안이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신승민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조힘찬 교수, KRISS 임경근 박사가 공동 교신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5월 30일 자 출판됐으며, inside front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 논문명: High-Efficiency Quantum Dot Permeable electrode Light-Emitting Triodes for Visible-Light Communications and On-Device Data Encryption
※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3189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계 최초‘좌우회전 빛 구별 반도체’소재로 양자광학 혁신
기존 광센서가 측정할 수 없었던 빛의 방향성 정보를 정밀하게 구별할 수 있다면, 빛의 편광 정보를 활용하는 양자 반도체, 스핀 광소자, 라이다(LiDAR), 바이오 센서 등의 핵심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는 복잡한 필터나 유기성 민감한 재료를 써야만 이 좌우회전 빛을 구분할 수 있었으나, KAIST 연구진이 복잡한 장치 없이 특정 방향의 원형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CPL)에 선택적으로 잘 반응하는 편광 감지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 연구팀이 셀레늄(Se) 나노결정의 원자수준 카이랄성 제어를 이용해, 자외선부터 단파장 적외선까지 감지가능한 광대역 원형편광(CPL) 검출 반도체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원형편광(CPL)을 실온에서 고감도로 감지할 수 있는 필름형 소재로, 빛으로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하거나 양자비트(qubit)를 제어하는 등 양자 컴퓨팅과 스핀트로닉스, 광센서 기술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랄성(Chirality)은 좌우 비대칭성을 의미하며, 분자 수준뿐 아니라 광학, 의약, 생명현상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물리적 특성이다. 특히 빛의 스핀 각운동량을 탐지하는 데 중요한 원형편광(CPL)을 구별하는 기술이다.
기존에 CPL 센서가 습기나 자외선에 약하고 열화되기 쉬운 문제로 상용화에 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염지현 교수 연구진은 자연적으로 비대칭 결정 구조(카이랄성)를 갖는 무기 소재인 셀레늄에 주목했다.
셀레늄은 고유한 카이랄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성능 안정성을 반영구적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는 원자 구조가 오른쪽과 왼쪽 방향성이 섞여서 존재하며, 한 쪽 방향성으로 제어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현실적인 활용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셀레늄(Se)을 나노 크기 막대 형태의 ‘셀레늄 나노로드’로 만들면서, 그 격자 구조가 왼쪽 또는 오른쪽 방향의 비대칭성(카이랄성)을 갖도록 제어할 수 있는 ‘카이랄성 전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제작한 셀레늄 나노필름 소자가 자외선(180 nm)부터 단파장 적외선(2500 nm)에 이르기까지 넓은 파장 영역에서 CPL을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광응답 비대칭성 지수(gres)*가 최대 0.4에 달하는 즉, 추가적인 편광 필터 없이 편광 방향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광응답 비대칭성 지수: 0는 좌우 빛을 전혀 구별못함이며, ±0.1은 미세한 구별 가능, ±0.4은 이상좌/우 원형편광을 매우 뚜렷하게 구별 가능하여 고성능 센서로 인정
또한, 13개월 이상 공기 중에서 성능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함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며 무기물 기반 광소자의 장기 안정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함을 입증했다.
기존에는 고가의 투가전자현미경(TEM) 장비를 통해 격자 카이랄성을 분석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에 개발한 2차원 라만 광활성(2D ROA) 매핑 기법은 셀레늄 나노필름이 지닌 카이랄 구조(좌/우 비대칭성)가 필름 전체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지도처럼 시각화하고 정량 분석할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분석 기술이다.
염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도체 광소재 분야에서 카이랄성 구현 및 분석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빛의 원형편광 정보를 선택적으로 읽고 구분할 수 있는 만큼, 빛 기반의 양자 정보 처리나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본 연구에 사용된 셀레늄 나노필름 합성 공정은 상온 환경에서 이루어지며, 유해 화학물질이나 고온 열처리가 불필요한 친환경 공정으로, 상온에서도 안전하게 실험이 가능하다” 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광학, 보안광학, 생체 진단 및 이미지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실제 응용 가능한 기반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부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전공 권준영 조교수(前 KAIST 박사후연구원)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교수 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되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에 5월 3일 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 논문명: Enantioselective Se lattices for stable chiroptoelectronic processing media https://doi.org/10.1038/s41467-025-59091-9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