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면 성능 떨어진다”는 난제 해결...차세대 2차원 소재 개발
종이 한 장보다 훨씬 얇은 2차원 소재는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로 여러 층이 쌓이면 성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난제를 해결해, 여러 겹으로 쌓여도 단일층 수준의 전자 특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전도성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전자소자와 양자소재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대학교 크리스토퍼 헨든(Christopher H. Hendon)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층간 간섭은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2차원 소재는 원자 수준으로 얇아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와 양자소재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활용을 위해 여러 층이 쌓이면 층과 층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전자의 움직임이 방해받아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마치 각각의 도로에서는 도로에서는 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교차로에서 정체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2차원 전도성 MOF는 단일층 상태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실제 소재처럼 여러 층이 겹겹이 쌓인 벌크(bulk) 상태에서는 본래의 전자적 특성이 약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과 층이 서로 직접 간섭하지 않도록 '각도'에 주목했다. 새롭게 설계한 분자 구조는 여러 층이 쌓여도 각 층이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도록 해 면과 면이 직접 맞닿는 것을 최소화했다. 이는 여러 장의 카드를 완전히 포개지 않고 살짝 비틀어 쌓아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그 결과 층간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전자가 보다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트립티센(Triptycene) 기반 분자를 설계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2차원 전도성 MOF 소재를 합성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물질 Ni₃(HITrip)₂는 여러 층이 쌓인 상태에서도 단일층과 유사한 전자 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전자 구조(kagome 격자의 디랙 밴드 구조)를 그대로 보존했다. 이는 전자가 복잡한 장애물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이동할 수 있게 해 높은 전기전도도를 구현하는 데 유리한 구조다. 따라서 지금까지 단일층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전자 구조가 실제 여러 층이 쌓인 벌크 소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이 소재는 별도의 도핑(불순물을 넣어 전기적 특성을 높이는 공정) 없이도 0.58 S/cm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보였다. 이는 층간 간섭을 줄이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계산과 분광 분석을 통해 전기가 잘 흐르는 이유도 밝혀냈다. 소재 내부에서 분자와 금속 원자가 서로 협력해 전자의 이동을 돕고, 전자가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높은 전기전도도가 나타나는 원리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쌓이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2차원 소재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일층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우수한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초 연구를 실용 기술로 연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향후 고성능 전자소자와 차세대 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양자소재와 위상물질(독특한 전자 이동 특성을 나타내는 차세대 기능성 소재) 연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미래 반도체와 양자정보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여러 층이 쌓여도 우수한 전자 특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실제 소자 제작에 필요한 기능성 소재 설계의 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단일층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차원 전자 구조를 벌크 물질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층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하면 다양한 양자 물성과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박근찬 석박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8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Homoconjugation-Enabled Kagome Bands in a Layer-Decoupled Two-Dimensional Conductive Triptycene-Based Metal-Organic Framework
※ 저자 정보 : 박근찬 (제1 저자), 문상원 (제2 저자), 이재경 (제3 저자). Christopher H. Hendon (제4 저자) 및 박선아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성능 높이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 개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은 높이고 에너지 손실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황승준 교수팀은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화학생물공학부 류재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다. 배터리나 연료전지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촉매는 보통 가운데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금속 종류를 철(Fe) 대신 코발트(Co)나 니켈(Ni)로 바꾸거나, 금속 주변의 분자 구조(리간드)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쉽게 말해, 촉매 자체의 재료나 형태를 바꿔 더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 조절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쉽게 비유하면, 이번 연구는 ‘요리 도구 자체를 바꾸는 대신, 주방 환경을 조절해 요리를 더 잘되게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존 촉매 연구는 프라이팬 재질을 바꾸거나 모양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연구는 프라이팬은 그대로 두고, 주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음식이 더 잘 익도록 만든 방식이다. 즉, 촉매 자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을 조절해 반응이 더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촉매 주변에 ‘양이온(+)’을 배치해 아주 작은 전기장을 만들면,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응이 더 안정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은 기존 12% 수준에서 최대 52%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과 수명,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산소 환원 반응(ORR·산소가 전자를 받아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은 수소차용 연료전지(Fuel Cell·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와 금속-공기 전지(Metal-Air Battery·금속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등 차세대 에너지 장치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반응이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원리가 이산화탄소(CO₂)나 수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촉매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촉매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으로 반응 특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화학과 조휘율·강봄 박사과정생과 KAIST 김동영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Localized Cation Unlocks Unique Activity–Selectivity Trends in Molecular Oxygen Reduction Catalysis, DOI: pubs.acs.org/doi/10.1021/jacs.5c18246
주저자 정보: 조휘율(박사과정, POSTECH), 강봄(석박사통합과정, POSTECH), 김동영(박사 후 연구원, 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및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에너지 반응 ‘핵심 비밀’ 풀렸다
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리가 밝혀졌다. 한국 연구진이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전극·전해질이 맞닿는 얇은 경계면,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고 전해질은 이온이 이동하는 액체)’에서 분자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원하는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해,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의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POSTECH(총장 김성근) 화학과 최창혁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신승재 교수와 공동으로,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상전이(물질의 상태나 배열이 바뀌는 현상)’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저장 능력(전기용량)의 패턴이 ‘낙타 모양’에서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전기화학 반응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에서 일어난다. 전기화학 분야에서는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용량 곡선이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낙타 모양’에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원인은 분자 수준에서 설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의 정밀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전극에 걸리는 전압에 따라 두 가지 핵심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제히 재배열되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음전하를 띤 입자)들이 표면에 밀집해 2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응축’ 현상이 나타났다. 이 두 과정은 각각 전기용량 곡선의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하나로 합쳐지면서 곡선 형태가 ‘낙타’에서 ‘종’으로 변화하게 된다.
쉽게 말해, 한쪽에서는 물 분자들이 줄을 맞춰 정렬되고 다른 쪽에서는 이온들이 빽빽하게 모이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이 두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래프도 두 봉우리에서 하나로 바뀐다.
특히 연구팀은 전극 전위(전극에 걸리는 전압)와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도표(phase diagram, 조건에 따른 상태 변화를 정리한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이론적 예측을 실시간 적외선 분광법(ATR-SEIRAS, 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실험 기법)을 통해 실제로 입증했다.
쉽게 말해, 어떤 조건에서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한눈에 보이는 지도로 만들고, 그게 실제로 맞는지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보이지 않게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 환경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의 상전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에너지 기술의 성능을 정밀하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민호 박사과정 학생과 POSTECH 화학과 김동현, 조준식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 Electric double layer structure in concentrated aqueous solution, DOI : 10.1038/s41467-026-70322-5
해당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과 UNIST 하이드로 스튜디오(Hydro*Studio)의 이노코어(InnoCore) 프로그램 및 한국연구재단(NRF)의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 만든다'...전환효율 86% 전극 기술 개발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인 에틸렌과 같은 화학물질로 바꾸는 과정에서, 전기가 흐르며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위인 ‘전극’ 내부에 물이 스며들어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팀은 물은 차단하면서도 전기의 흐름과 촉매 반응을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한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해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송현준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은 실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구조인 ‘은 나노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효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6일 밝혔다.
전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전해 공정에서는 전극 내부가 전해액으로 가득 차면서 이산화탄소가 반응할 공간이 줄어드는 ‘침수(Flooding) 현상’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이를 막기 위해 물을 밀어내는 소재를 사용하면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단점이 있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는 등 공정이 복잡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은 막고 전기는 잘 흐르게 하는 ‘3층 구조’ 전극을 고안했다. 이 전극은 물을 튕겨내는 기판 위에 촉매층을 형성하고, 그 위를 은 나노선 네트워크로 덮은 구조로, 전해액의 침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전기 전달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전극 표면에 사용된 ‘은 나노선’이 단순히 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직접 화학 반응에도 참여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은 나노선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CO)를 생성하고, 이 물질이 인접한 구리 촉매로 전달되며 다음 단계 반응이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으로 두 촉매가 협력해 반응을 진행하는 ‘협동 촉매(탠덤 촉매)’ 시스템이 형성되며, 그 결과 에틸렌과 같은 다중 탄소 화합물 생성이 촉진됐다.
이러한 구조를 적용한 전극은 알칼리성 전해질에서 79%, 중성 전해질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86%의 높은 선택성을 기록했다. 이는 생성물 중 대부분이 원하는 물질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또한 50시간 이상의 장시간 작동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반응을 유지해, 기존 기술에서 나타났던 성능 감소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송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 나노선이 전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화학 반응에도 직접 참여한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이 기술은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에탄올이나 연료 등 다양한 물질로 바꾸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박종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3월 24일 게재되었다.
※논문 제목: Overlaid Conductive Silver Nanowire Networks on Gas Diffusion Electrodes for High-Performance Electrochemical CO2-to-C2+ Conversion, DOI: http://doi.org/10.1002/advs.75003
※주저자 정보: 박종혁(KAIST, 제1저자), 김성주 박사(KAIST, 제2저자), 한윤경(KAIST, 제3저자), 송현준 교수(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InnoCORE 지능형 수소기술 연구단과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 Link),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햇빛·공기로 약 만든다...화학합성 난제 해결
의약품을 만드는 화학 공정에서 ‘촉매’는 생산 속도와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밀하지만 버려야 하는 촉매’와 ‘재사용 가능한 촉매’ 사이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 두 촉매를 결합해 빛과 공기만으로 작동하는 친환경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의약품 원료를 더 저렴하고 깨끗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 저감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한상우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촉매를 하나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하나는 고체 상태에서 작동하는 은(Ag) 기반 촉매이고, 다른 하나는 용액 속에서 작용하는 유기 광촉매 DDQ(빛을 받아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다. 연구팀은 이 두 촉매가 함께 작동하도록 구현해, 기존에는 어려웠던 반응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햇빛과 공기로 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아민(amine)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별도의 추가 화학물질 없이도 필요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한 것이다.
기존 유기 광촉매 방식은 반응 후 촉매를 다시 사용하려면 추가 화학물질이 필요하거나, 공기 중 산소를 사용할 경우 반응 속도가 느려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다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부산물이 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고, 공기 중 산소는 이 과정을 반복하도록 돕는다. 즉, 촉매가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살아나 계속 작동하는 ‘순환 구조’를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별도의 화학물질을 추가하지 않아도 촉매가 계속 작동하는 ‘순환형 촉매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이 기술은 햇빛과 공기만으로 반응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햇빛은 촉매를 활성화해 반응을 시작하게 하고, 공기는 사용된 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린다. 즉, 촉매가 계속 ‘충전’되며 반복 작동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공기는 물만을 남기기 때문에 환경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서로 다른 촉매가 만나면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염(LiClO4)을 도입했다. 이 물질은 두 촉매가 서로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촉매의 안정성과 수명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촉매를 하나로 결합해 햇빛과 공기만으로도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복잡한 화학물질이나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기 광화학 루프 기술(금속 기반 촉매가 빛을 받아 반응하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을 정밀 유기 합성 분야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첫 사례”라며 “서로 다른 촉매 시스템의 장점만을 결합해 화학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백진욱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3월 18일 게재됐다.
※ 논문명: Merger of heterogeneous and homogeneous photocatalysis for arene C–H Amination
※ DOI: 10.1021/jacs.5c20824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코엔자임 Q10’모방...망가지지 않는 촉매로 재탄생
건강기능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코엔자임 Q10(Coenzyme Q10)’과 같은 우리 몸 속 분자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모방한 신개념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은 생체 에너지 생성에 핵심적인 분자를 이용해 스스로 반복 작동하는 분자 촉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권성연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코엔자임 Q10으로 알려진 ‘퀴논(Quinone)’이 금속‘티타늄(Ti)’과 결합해 작동하는 새로운 분자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퀴논은 체내에서 전자와 수소를 전달하며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핵심 분자다. 이는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와 수소를 함께 이동시키며 에너지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퀴논은 인공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 과정 중 불안정한 중간체(세미퀴논)가 형성돼 쉽게 분해되거나 한 번 반응 후 소모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퀴논에 값싸고 풍부한 금속인 ‘티타늄(Ti)’을 결합하는 분자 설계 전략을 도입했다. 금속 중심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세미퀴논 중간체를 안정화시켜, 전자와 수소가 함께 이동하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촉매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 에너지 전달 분자인 퀴논의 반응성을 금속 화학적으로 제어해 촉매로 활용한 최초 사례로, 불안정한 반응 중간체의 안정화가 촉매 설계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화학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차세대 인공 촉매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백윤정 교수는 “자연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공 시스템에서는 활용이 어려웠던 퀴논의 한계를 금속 화학을 통해 극복했다”며,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에너지·환경 촉매와 생체 모사 화학 기술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원창현 석박사통합과정이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월 20일 자 게재되었다.
※ 논문명: Orchestrating the Semiquinone Stability for Catalytic Proton-Coupled Electron Transfer, DOI: 10.1021/jacs.5c21171
※ 저자 정보: 원창현 (KAIST, 제1 저자), 권성연 (IBS, 제2 저자), 김동욱 (IBS, 제3 저자) 및 백윤정 (KAIST, 교신저자) 포함 총 4 명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우수신진연구’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SRC),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소재부품개발사업’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화학 원리 이해한 AI 등장...신약·신소재 개발 속도 높인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두 재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수많은 원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지를 찾는 과정이 ‘분자 설계’의 핵심 과정인데, 그동안은 거대한 산에서 가장 낮은 골짜기를 찾는 것처럼 어려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이 분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이해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분자의 ‘에너지’를 직접 고려한다는 점이다. 기존 인공지능이 분자의 모양을 단순히 흉내 냈다면, R-DM은 분자 내부에서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를 고려하여 구조를 스스로 다듬는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에너지가 높을수록 언덕, 낮을수록 골짜기로 표현한 지도로 나타내고, 인공지능이 가장 에너지가 낮은 골짜기를 찾아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R-DM은 이러한 에너지 지형 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피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며 분자를 완성한다. 이는 수학 이론인 ‘리만 기하학’을 적용한 것으로, 화학의 기본 원리인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법칙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한 결과다.
실험 결과, R-DM은 기존 인공지능보다 최대 20배 이상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예측 오차는 정밀 양자역학 계산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AI 기반 분자 구조 예측 기술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 소재, 고성능 촉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던 분자 설계 과정을 크게 단축해 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AI 시뮬레이터’로 기대된다. 또한 화학 사고나 유해 물질 확산처럼 실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학 반응 경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어, 환경·안전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김우연 교수는 “인공지능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한 첫 사례”라며 “신소재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KISTI 슈퍼컴퓨팅센터 우제헌 박사와 KAIST 혁신신약연구단 김성환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퍼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1월 2일에 게재됐다.
※ 논문명: Riemannian Denoising Model for Molecular Structure Optimization with Chemical Accuracy, DOI: 10.1038/s43588-025-00919-1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화학사고 예측-예방 고도화 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원 인노코어(InnoCore)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연구재단이 수행하는 데이터사이언스 융합인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성분은 그대로, 위치만 바꿨다..치매 치료 새 전략
기존 알츠하이머병(치매) 치료법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활성 산소종 등 한 가지 원인만 겨냥해 왔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질환으로, 이러한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약물 후보 성분(분자*)의 구조 배치만 바꿔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키는 여러 원인을 한 번에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화학과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국가바이오인프라사업본부 이철호 박사, 실험동물자원센터 김경심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같은 분자라도 구조의 배치 차이(위치 이성질체)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에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치매 유전자를 지닌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APP/PS1)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해당 화합물이 실제 생체 내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금속 이온, 활성 산소종 등 여러 물질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병을 악화시킨다. 특히 금속 이온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 독성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활성 산소종 생성이 증가해 뇌 신경 세포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여러 발병 원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주목한 ‘위치 이성질체’는 같은 재료로 만든 분자라도 붙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분자의 위치가 달라지자 활성 산소에 반응하는 정도나 아밀로이드 베타 및 금속과 결합하는 성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가 조금씩 다른 세 가지 분자를 비교 분석했고, 그 결과, 아주 미세한 구조 차이만으로도 활성 산소를 줄이는 능력, 아밀로이드 베타와의 결합 방식, 금속과의 상호작용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분자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는 특정 구조를 가진 화합물이 활성 산소종, 아밀로이드 베타, 금속-아밀로이드 베타 복합체를 한 번에 조절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화합물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해마 부위의 신경 세포 손상을 줄이고,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을 감소시켜, 저하됐던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임미희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의 구성 성분을 바꾸지 않고도 구조의 배치만 조절해 여러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알츠하이머병처럼 원인이 복잡하게 얽힌 질환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나찬주·이지민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Impact Factor: 15.7, 화학 분야 상위 5.0%) 2026년 1월 14일자 Issue 1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Positional Isomerism Tunes Molecular Reactivities and Mechanisms toward Pathological Targets in Dementia, ※ DOI: 10.1021/jacs.5c1432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세종과학펠로우십,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및 KRIBB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제1회 세종과학상에 화학과 박윤수 교수 수상
우리 대학 화학과 박윤수 교수가 신진 과학자를 발굴·격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된 제1회 세종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과학의전당이 주관하는 세종과학상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생리·의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둔 젊은 과학자를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으로 박윤수 교수는 화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교수는 전이금속을 활용한 유기합성방법론을 연구하는 유기화학자로, 기존 합성법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단일원자 편집기술’을 개발해 신약개발 및 재료화학 연구 전반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해당 기술은 분자의 특정 원자만을 정밀하게 변환할 수 있어 차세대 의약 및 기능성 소재 개발 분야에서 큰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33세의 젊은 과학자인 박 교수는 KAIST 화학과에서 학사 및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22년 KAIST 화학과에 임용됐다. 이후 화학반응 개발과 응용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이어가며, 국제 저명 학술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세종과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 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다음 달 2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다.
mRNA 치료제 부작용 억제..뇌졸증·암 면역치료 적용 기대
코로나19 백신으로 널리 알려진 mRNA는 사실 ‘치료제’가 아니라, 우리 몸에 바이러스 단백질의 설계도를 전달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암·유전병 치료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mRNA 치료제는 투여 직후 단백질이 한꺼번에 과도하게 생성되는 특성 때문에 폐색전증·뇌졸중·혈전증·자가면역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를 조절할 기술이 꾸준히 필요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전용웅 교수 연구팀이 m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시작 시점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환자의 상태에 맞게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번 기술은 mRNA 치료제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줄여줄 뿐 아니라, 뇌졸중·암·면역질환 같은 정밀한 단백질 조절이 필요한 치료 분야까지 응용될 수 있어 차세대 mRNA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백질이 만들어지려면, 세포 속 ‘단백질 제조 기계(리보솜·번역 인자)’가 mRNA 설계도에 달라붙어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조금만 늦추면 단백질이 갑자기 몰려 만들어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복잡한 기술 대신, 일부러 살짝 손상된 DNA 조각을 mRNA와 붙이는 간단한 방법을 개발했다. 이 DNA 조각이 작은 ‘방패’처럼 작용해 단백질 제조 기계가 mRNA에 바로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면서 단백질 생성 시작 속도를 부드럽게 늦추는 방식이다.
여기서 사용된 손상 DNA는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재활용되는 안전한 생체 물질이며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주사 직전 mRNA와 섞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기에도 적합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수리 효소’가 손상된 DNA를 자연스럽게 복구하며, 이 과정에서 mRNA와 붙어 있던 구조가 풀려 단백질 생성 속도는 정상 모드로 부드럽게 전환된다. 그 결과 단백질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기존의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연구팀은 손상 DNA의 길이와 손상 정도를 조절해 단백질 생성이 언제, 얼마나 천천히 시작될지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여러 종류의 mRNA를 한 번에 넣더라도 각 단백질이 원하는 순서로 차례대로 생성되도록 만들 수 있어, 복잡한 치료를 위해 여러 차례 나누어 주사하던 기존 방식도 혁신할 수 있다.
이 기술은 KAIST가 선정한 ‘미래 유망 원천기술’ 중 하나로 ‘2025 KAIST Techfair 기술 이전 설명회’에서도 소개됐다.
전용웅 교수는 “생물학적 현상도 결국 화학이기 때문에, 화학적 접근으로 단백질 생성 과정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며 “이번 기술은 mRNA 치료제의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암·유전병 등 다양한 질환에 맞춘 정밀 치료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최지훈 (3년차), 정태웅 (1년차)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앙게반테 케미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11월 6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 Harnessing Deaminated DNA to Modulate mRNA Translation for Controlled and Sequential Protein Expression, 저자 정보 : 최지훈 (KAIST, 공동 제1 저자), 정태웅 (KAIST, 공동 제1 저자) 및 전용웅 (KAIST, 교신저자) 포함 총 10 명, DOI : 10.1002/anie.202516389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비타민B2가 금속을 만나 환경·건강 지키는 인공효소로 재탄생
우리가 먹는 비타민 B2(리보플라빈)는 음식이 몸속에서 에너지로 바뀌도록 돕는 중요한 보조효소 역할을 한다. 한국 연구진이 이 리보플라빈(플라빈)에 금속을 결합해, 전자를 전달하는 리보플라빈의 기능에 금속의 반응 조절 능력을 더한 새로운 인공 효소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기술은 자연 효소보다 더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해, 에너지 생산과 환경 정화,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대학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권성연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플라빈이 금속 이온과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플라빈은 질소와 산소가 복잡하게 얽힌 고리 구조를 가져 금속이 선택적으로 결합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금속과 결합한 플라빈’을 구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빈 내에서 금속이 결합할 수 있는 자리를 분자 수준에서 설계하고, 금속을 붙잡는 리간드(ligand) 구조를 정밀하게 배치하는 금속화학적 접근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금속 주변의 전자적·공간적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제어함으로써, 플라빈-금속 결합체의 안정적 합성에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플라빈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금속의 반응성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결합시킨 최초의 사례로, 화학 반응을 미세하게 조절하는‘금속 기반 인공 효소’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백윤정 교수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플라빈의 한계를 넘어 생체 분자를 금속화학의 새로운 구성 요소로 확장했다”며 “이번 연구는 생체 분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촉매와 에너지 전환 소재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니투 싱(Neetu Singh) 박사와 임하늘 석박사통합과정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성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무기화학지(Inorganic Chemistry)에 11월 5일 자 게재되었으며, 창의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ACS가 발행하는 90여 종의 저널 전체에서 하루 한편의 대표 논문을 선정하는 ACS Editors’Choice에 선정되어,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 논문명: Tautomerizable Flavin Ligands for Constructing Primary and Secondary Coordination Spheres, DOI: 10.1021/acs.inorgchem.5c03941
※ 저자 정보: Neetu Singh (KAIST, 공동 제1 저자), 임하늘 (KAIST, 공동 제1 저자), 권성연 (IBS, 제2 저자), 김동욱 (IBS, 제3 저자) 및 백윤정 (KAIST, 교신저자) 포함 총 5 명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우수신진연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소재부품개발사업’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알파폴드3’뛰어넘는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K-Fold’개발
KAIST 연구진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AlphaFold3)’를 뛰어넘는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 개발에 나섰다. 이번 연구를 통해 KAIST는 빠르고 정확한 신약 개발, 낮은 실패율, 그리고 AI 기반 과학 혁신을 실현하며, ‘AI가 과학을 돕는 시대’를 넘어 ‘AI가 과학을 이끄는 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의과학·바이오 분야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KAIST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연구 역량을 바이오 분야에서도 입증하고, 신약 개발 등 첨단 바이오 AI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 ‘K-Fold’를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AlphaFold3)’나 ‘Boltz2’ 등 최신 모델이 신약 개발·질병 연구·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술인 ‘단백질 구조 예측’의 성과를 이뤘지만, 데이터 통계에 의존한 방식으로 인해 정확도와 예측 속도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KAIST는 단백질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의 원리를 스스로 배우는 새로운 AI 방식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단백질이 여러 형태로 변하는 모습과 분자 간 결합의 세기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예측 속도가 매우 빨라, 실험실이나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AI 신약 개발 도구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번 과제를 위해 KAIST는 ‘팀 KAIST(Team KAIST)’를 구성해 교내 AI 및 바이오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결집했다.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과제를 총괄하며, 김재철AI대학원 황성주·안성수 교수가 핵심 AI 모델 개발을 담당하고, 생명과학과 오병하·김호민·이규리 교수가 단백질 데이터 수집·정제·검증을 맡는다. 이 연구진은 KAIST AI연구원 및 InnoCORE 연구단(AI-CRED) 소속으로,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개발된 K-Fold 모델의 상용화는 KAIST 스핀오프 기업 ㈜히츠(HITS, 대표 김우연)가 맡는다. 히츠는 클라우드 기반 웹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을 통해 K-Fold 모델을 설치 없이 웹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한다.
또한 KAIST 졸업생 창업기업인 아토랩(Atolab)은 보안이 중요한 기관을 위해, 하이퍼랩(HyperLab)을 기관 내부 전용 서버(프라이빗 클라우드)나 자체 설치형 시스템(온프레미스, On-premise)으로 구축해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머크(Merck Life Science)는 자사의 디지털 실험 도구 플랫폼(디지털 케미스트리 솔루션, Digital Chemistry Solution)에 K-Fold 모델을 적용해, 전 세계 3만 곳 이상의 연구실이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K-Fold 모델이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머크사 관계자는 “전 세계 연구 커뮤니티의 과학자들에게 AI 기반 신약 개발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해 본 과제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AIST는 이번에 개발한 핵심 AI 모델(7B급 메인 모델과 2B급 경량 모델)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아파치 2.0’ 라이선스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자와 기업들이 AI·바이오 기술을 더 쉽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한국바이오협회 및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85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K-Fold 기반 실무자 교육과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과제책임자인 김우연 교수는 “KAIST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과제는 그 역량을 바이오 분야에서 입증할 기회”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바이오 AI 모델을 통해 기술 주권 확보와 산업 혁신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송 KAIST AI연구원장(김재철AI대학원장)은 “KAIST AI연구원은 과학과 AI의 융합을 선도해왔다”며, “이번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과학AI(AI for Science)’ 실현을 향한 첫걸음으로, 바이오를 넘어 소재·화학·물리 등 전 과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번 사업은 ‘AI가 과학을 이끄는 시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계기”라며, “KAIST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바이오 융합 연구로 국가 혁신과 인류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