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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에 ‘한 번의 자극’…원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길 찾았다
줄기세포가 원하는 종류의 세포가 되도록 유도하거나,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려면 어떤 유전자를 작동시켜야 할까.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단 한 번만 자극해,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유도하는 데 필요한 핵심 표적을 찾아내는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세포 안에 원래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활용해, 최소한의 일시적 개입으로 세포의 운명을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 ‘넛지(NUDGE)’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세포의 운명을 바꾸는 기술은 줄기세포를 특정 기능을 지닌 세포로 분화시키거나, 질병·노화 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데 활용될 수 있어 난치병 치료와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가 심장세포나 신경세포처럼 특정한 종류와 기능을 가진 세포로 변하는 것이 분화다.
그러나 기존의 세포 운명 제어 방식은 특정 유전자를 계속 켜거나 끈 상태로 고정하는 ‘영구적 개입(permanent intervention)’에 주로 의존해 왔다. 원하는 세포 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세포가 이후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인 ‘가소성(plasticity)’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세포 상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세포를 특정 상태에 강제로 고정하는 대신, 한 차례의 일시적인 자극만으로 세포 스스로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을 고안했다. 막힌 물길을 잠깐 터주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세포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유전자 조절 흐름을 목표 방향으로 살짝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넛지(NUDGE, natural dynamics control of gene regulatory networks)’는 컴퓨터 논리 모델을 이용해 세포 안의 주요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고, 그 결과 세포가 장기적으로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지를 분석한다. 이어 유전자 사이의 작동 관계를 나타내는 논리함수를 수학적으로 분해해,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제어 인자 조합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키고자 할 때, 수많은 유전자 가운데 어떤 표적 분자를 일시적으로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최소 자극 설계도’인 셈이다.
특히 가능한 최소 제어 조합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 결과를 수학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대규모 분자 네트워크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근사 기법도 함께 제시했다.
넛지는 어떤 인자를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극받은 세포가 어떤 경로를 따라 목표 상태에 도달하는지, 도달한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세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태가 나타날 가능성까지 사전에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존에 보고된 63개의 생물학적 네트워크에 넛지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고정하는 기존 방식은 63개 네트워크 가운데 55개에서 세포의 유연성을 훼손하거나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평형상태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넛지의 최소 제어 방식은 전체 네트워크의 90% 이상에서 오차가 0.01 미만인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가장 효과적인 최소 개입 조합도 83%의 높은 확률로 찾아냈다.
연구팀은 넛지가 실제 생명현상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근세포 분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비만세포의 운명 결정,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의 항염증 상태 전환 등 서로 다른 세 가지 생명현상에도 적용했다.
먼저 심근세포 분화 과정에서는 심장 발생과 재생에 중요한 ‘MESP1’이 초기에 잠깐 작동해 분화를 유도한 뒤, 성숙한 심근세포에서는 사라지는 실제 생명현상을 재현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를 계속 작동시키지 않고 일시적으로 자극해도 세포가 스스로 자연스러운 분화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비만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GATA2’와 ‘GATA1’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지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식세포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염증을 줄이는 다양한 ‘M2’ 상태로 전환하기 위한 IL-4 등의 최적 1회성 일시적 제어 전략도 도출했다.
이번 기술은 특정 질병이나 세포에만 적용되는 치료법이 아니라, 현재의 세포를 연구자가 원하는 다른 상태로 바꾸려면 ‘어디를 한 번 자극해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범용 원천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정상적인 줄기세포를 심근세포와 같은 특정 분화세포로 유도하는 연구부터 질병·노화 세포의 정상화, 손상된 조직의 재생, 면역반응 조절, 암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 치료 전략 설계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광현 교수는 “넛지는 특정 세포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데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최소한의 자극으로 현재의 세포를 원하는 다른 상태로 유도하는 범용 세포 제어 기술”이라며 “줄기세포 분화부터 노화·자가면역질환·재생의학·암 가역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어 전략을 설계하는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페리오 브라마나(Ferio Brahmana) 석사와 코빈 하퍼(Corbin Hopper)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이우정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온라인판 9월 18일 자에 게재됐다.
※ 논문명: Uncovering minimal control of cell fate by natural dynamics, DOI: 10.1073/pnas.2604777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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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접착제 소재’ 만든다
택배 상자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까지 널리 쓰이는 ‘열로 녹여 붙이는 접착제’를 석유 대신 미생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대장균을 이용해 포도당으로부터 새로운 바이오 기반 고분자를 생산하고, 이 소재가 핫멜트 접착제로 활용될 수 있는 접착 성능과 열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대장균의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조절해 포도당으로부터 접착제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설계하는 시스템대사공학(Systems Metabolic Engineering)을 활용해 대장균의 대사경로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를 통해 포도당으로부터 생분해성 고분자의 일종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 PHA) 계열의 새로운 접착제 소재인 poly(4HB-co-PhLA)와 poly(3HB-co-4HB-co-PhLA)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핫멜트 접착제(Hot-melt adhesive, HMA)는 쉽게 말해 ‘글루건 접착제’처럼 열을 가하면 녹고, 식으면 굳으면서 물체를 붙이는 접착제다. 별도의 유기용매가 필요 없고 빠르게 접착할 수 있어 포장재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 핫멜트 접착제 대부분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thylene-vinyl acetate, EVA)와 같은 석유 유래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다. 접착 성능은 뛰어나지만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분해되지 않으면 제품 전체의 친환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이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만들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 PHA에 주목했다. PHA는 어떤 성분을 어떤 비율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연성·강도·내열성 등 소재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4-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4HB)와 페닐락테이트(PhLA)를 고분자로 만들었다. 4HB는 소재를 부드럽고 잘 달라붙게 하고, PhLA는 단단함과 열에 견디는 성질을 높인다. 즉 ‘잘 붙는 성질’과 ‘열에 잘 견디는 성질’을 조합해 접착제의 성능을 조절한 것이다.
실제로 두 성분의 비율을 달리하자 고분자의 열적 특성과 접착 성능도 달라졌으며, 4HB가 약 24~34몰%(mol%, 고분자를 구성하는 성분의 분자 수를 기준으로 나타낸 비율) 포함됐을 때 우수한 접착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대장균이 포도당으로부터 4HB와 PhLA를 만들고 이를 하나의 고분자로 연결하도록 세포 내부의 대사경로를 설계했다. 쉽게 말해 대장균이라는 작은 ‘생산공장’에 포도당을 공급하면 접착제 소재가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성분을 동시에 생산할 때 생기는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의 세기와 시점을 조절하고, 물질 생산에 필요한 CoA 전달효소(CoA transferase, CoA기를 붙여 세포 안에서 특정 물질이 다음 화학반응에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효소)를 추가했다.
또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게놈 규모 대사모델(Genome-scale metabolic model)을 활용해 원료가 부족하거나 생산에 병목이 생기는 대사경로를 찾아 최적화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미생물을 배양하는 유가식 발효(Fed-batch fermentation)를 통해 poly(4HB-co-PhLA)를 배양액 1리터당 10.2g 생산했다. 여기에 3HB 생산 경로를 추가한 poly(3HB-co-4HB-co-PhLA)는 1리터당 52.8g까지 생산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고분자가 실제 핫멜트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시험했다. poly(4HB-co-PhLA)는 스테인리스강 전단 접착 시험에서 4.58MPa(메가파스칼)의 전단 접착력을 기록해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상용 EVA 접착제의 4.20MPa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전단 접착력은 붙어 있는 두 물체를 옆으로 엇갈리게 밀어 떼어낼 때 얼마나 강하게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또 poly(3HB-co-4HB-co-PhLA)는 목재 접착 시험에서 상용 EVA 접착제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다.
poly(4HB-co-PhLA)는 반복해서 녹였다가 다시 접착한 뒤에도 상당 수준의 접착력을 유지했다. PhLA 성분을 넣으면서 열에 견디는 성질도 향상되었다.
생분해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방 등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Lipase)를 처리하자 고분자 표면이 손상되고 분자량과 전체 질량이 감소했다. 이는 새롭게 개발한 방향족 PHA가 효소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친환경 접착제 개발과 함께,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설계해 원하는 성질을 갖는 기능성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접착력·유연성·내열성 등 필요한 기능에 맞춰 고분자의 특성을 조절하고, 이를 미생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해온 기능성 고분자를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 생산할 수 있어, 향후 접착제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고분자 소재의 지속가능한 생산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의 대사를 정밀하게 설계해 단순히 고분자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기능성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향후 다양한 비천연 단량체와 미생물 세포공장을 활용하면 석유 기반 접착제뿐 아니라 여러 기능성 고분자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주 박사과정생,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7월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공개됐다.
※ 논문명: Synthesis of poly(4HB-co-PhLA) and poly(3HB-co-4HB-co-PhLA) as sustainable hot-melt adhesives using engineered Escherichia coli, DOI: 10.1038/s41467-026-75809-9
※ 저자 정보: 강민주(KAIST), 이영준(KAIST), 김기배(KAIST), 이상엽(KAIST, 교신저자)
※ 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media.springernature.com/original/springer-static/esm/art%3A10.1038%2Fs41467-026-75809-9/MediaObjects/41467_2026_75809_MOESM7_ESM.mp4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제번호: 2022M3J5A1056117)’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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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에도 ‘RNA 택배’ 있다…새로운 배송 원리 밝혔다
택배가 주소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듯, 우리 뇌의 신경세포도 필요한 RNA를 정확한 곳까지 보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RNA에 붙은 작은 ‘배송 표지’를 알아보고 신경세포 끝까지 운반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앞으로 뇌질환에서 RNA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도 필요한 곳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배송 오류’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윤기준 교수 연구팀이 RNA에 붙는 화학적 표지인 엠식스에이(m6A)가 특정 RNA를 신경세포의 긴 ‘전선’과 같은 축삭(axon)의 끝까지 운반하는 데 관여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나뭇가지처럼 길게 뻗어 있다. ‘축삭’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보내는 긴 통로이고, ‘수상돌기(dendrite)’는 다른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가지다.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기능하려면 이 구조들이 제대로 자라고 서로 연결돼야 한다.
문제는 신경세포가 매우 길다는 점이다. 세포 중심에서 만들어진 RNA가 실제로 필요한 곳은 멀리 떨어진 신경세포의 끝일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RNA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정확한 위치까지 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택배 물건이 만들어졌다고 배송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주소로 배달돼야 하는 것과 같다. RNA 역시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만큼 필요한 장소에 제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신경세포가 어떤 RNA를 골라 어떻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보내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열쇠가 R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인 ‘m6A’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6A는 RNA를 구성하는 염기에 붙어 RNA의 기능과 수명 등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변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RNA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일종의 ‘배송 표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먼저 RNA에 m6A라는 표지를 붙여주는 ‘메틸화 효소’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든 실험용 생쥐를 분석했다. 쉽게 말해 RNA에 ‘배송 표지’가 제대로 붙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나가는 신경돌기(neurite)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m6A가 신경세포의 초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정밀 분석기술인 ‘m6A-SAC-seq’을 이용해 생쥐 뇌의 수많은 RNA 가운데 어떤 RNA의 어느 위치에 m6A가 붙어 있는지를 RNA를 이루는 한 글자(염기)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정밀 지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축삭 성장에 필요한 특정 RNA에도 m6A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배송 표지’를 알아보고 RNA를 실제로 이동시키는 과정도 밝혀냈다. ‘YTHDF2’라는 단백질이 m6A가 붙은 RNA를 알아보고, ‘FMRP’와 ‘KIF5C’라는 다른 단백질들과 함께 RNA가 신경세포 끝까지 이동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택배에 비유하면 m6A가 RNA에 붙은 ‘배송 표지’라면 YTHDF2는 이를 알아보는 역할을 하고, FMRP와 KIF5C는 RNA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돕는 ‘운반 시스템’인 셈이다.
특히 YTHDF2는 그동안 주로 필요 없어진 RNA의 분해를 돕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RNA의 분해뿐 아니라 필요한 RNA가 제 위치로 이동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는 새로운 역할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뇌질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RNA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RNA가 필요한 신경세포의 위치까지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즉, RNA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배송 표지’나 운반 과정에 이상이 생겨 필요한 곳에 도착하지 못하는 현상이 뇌질환과 관련돼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향후 신경발달질환이나 퇴행성 뇌질환에서 이러한 ‘RNA 배송 오류’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또 이것이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나 질환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는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장기적으로는 RNA가 필요한 위치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이동 과정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연구팀이 구축한 신경계의 고해상도 m6A 지도는 앞으로 뇌 노화와 퇴행성 뇌질환에서 RNA의 화학적 표지와 이동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윤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R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가 RNA의 수명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RNA가 신경세포 안에서 제 위치로 이동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향후 뇌질환에서 RNA가 필요한 곳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구본상·황희선 학생과 아지트 쿠마르(Ajeet Kumar)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30일 게재됐다.
※ 논문명:The m⁶A reader YTHDF2 regulates mRNA transport and axon outgrowth in developing neurons, DOI: 10.1038/s41467-026-76161-8
※ 저자 정보: 공동 제1저자(구본상, 아지트 쿠마르(Ajeet Kumar), 황희선), 참여저자( 박민영, 이성민, 이기헌, 문지훈, 양재원, 박찬우, 이새봄, 조희정, 김우일, 조은지, 이하경, 이창원, 우재성, 윤종혁, 김윤기), 교신저자(윤기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NRF) 신진연구사업과 포스코청암재단,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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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A 유래 물질로 지친 면역세포 지킨다…난치성 뇌종양 치료 새 길
암과 오래 싸운 면역세포는 결국 지쳐 공격력을 잃는다. 특히 악성 뇌종양에서는 이런 ‘면역세포 탈진’ 때문에 면역항암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의 성장과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 A 유래 물질 ‘올트랜스 레티노산(ATRA)’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완전히 지치는 것을 막고,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서울성모병원·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연구진과 함께, 비타민 A가 우리 몸에서 실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활성형 대사체의 하나인 ‘올트랜스 레티노산(all-trans retinoic acid, ATRA)’이 뇌종양 안에서 암세포를 직접 찾아 파괴하는 핵심 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공격 능력을 거의 잃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항-PD-1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은 대표적인 난치성 뇌종양이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은데, 종양 안으로 들어간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오랫동안 싸우면서 점차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CD8 T세포가 오랜 전투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병사처럼 ‘말기 탈진’ 상태에 이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거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항-PD-1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미 지쳐버린 면역세포를 다시 깨우는 대신, 애초에 완전히 지치지 않도록 할 수 없을까라는 데 주목했다. 이에 세포의 성장과 특정 기능을 갖도록 변화하는 과정인 ‘분화’, 면역 기능 등을 조절하는 활성형 비타민 A 대사체 ATRA의 역할을 분석했다.
산소가 부족하고 암세포와 오랫동안 접촉하는 뇌종양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결과, ATRA에 노출된 CD8 T세포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 감마(IFN-γ),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등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암세포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면역 신호물질을 더 잘 만들어내며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도 유지했다.
연구팀은 ATRA가 면역세포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리도 밝혀냈다. ATRA가 CD8 T세포 안에서 세포의 성장과 기능 유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내부 신호체계인 ‘WNT/β-카테닌 신호’를 활성화하고, 면역세포가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TCF-1βBD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ATRA가 면역세포 내부의 ‘기능 유지 스위치’를 켜 암세포와 오래 싸우더라도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듯 기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 생쥐 뇌종양 모델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ATRA로 조절한 CD8 T세포는 종양 안에서 면역세포 기능을 더 잘 유지했고, ATRA 자체를 투여하는 것으로도 종양 안의 CD8 T 세포 수와 기능이 향상되었다. 몸속에 존재하는 종양의 크기와 양을 뜻하는 ‘종양 부담’이 줄면서 생존 기간도 늘어났다.
특히 재발성 뇌종양에서는 항-PD-1만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ATRA와 항-PD-1을 함께 사용하자 종양 억제와 장기 생존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즉, 항-PD-1이 면역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치료라면, ATRA는 면역세포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해 기존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사람의 뇌종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레티노산에 반응해 활성이 달라지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높은 환자군에서 면역세포의 탈진 정도가 낮고 생존 결과도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환자를 대상으로 ATRA의 치료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며, 실제 뇌종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여 방법과 용량,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효과 등을 확인하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흥규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면역세포가 종양 안에서 쉽게 지쳐버려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는 대표적인 암”이라며 “이번 연구는 활성형 비타민 A 신호가 CD8 T세포의 말기 탈진을 막고 항암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분자 원리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밀한 전달 방식과 병용치료 전략을 검증한다면 난치성 뇌종양의 면역치료 반응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강인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흥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신소재공학과 장재범 교수,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이성기 교수,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 등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8월 26일 게재됐다.
※ 논문명: All-trans retinoic acid suppresses CD8+ T-cell terminal exhaustion and potentiates anti-PD-1 therapy in glioblastoma, DOI: 10.1038/s41392-026-02852-9
※ 저자 정보: 강인(KAIST, 제1저자), 김유민, 강병훈, 김현진, 김은우, 김채원, 김현철, 박상희, 박원형, 임서현, 김나은, 장성우, 나정우, 황인주, 김민지, 안스데반(서울성모병원, 공동저자), 이성기(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저자), 장재범(KAIST, 공동저자), 이흥규(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AI-네이티브 첨단바이오 자율실험실 과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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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오지 못하는 세포의 비밀 풀었다
한번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인 상태로 굳어진 세포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를 한번 바뀐 상태에 붙잡아 두는 ‘잠금장치’를 찾아냈다. 이 잠금장치를 풀어 세포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세포 내 분자 네트워크에서 한번 일어난 상태 변화를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 회로를 규명하고, 이를 제어해 세포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원천 제어 기술 ‘루트(ROOT)’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해 성질과 기능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자극이 사라져도 변화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이라고 한다.
이를 스위치에 비유하면, 외부 자극이 손을 떼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일반 스위치와 달리 한번 켜지면 손을 떼도 계속 켜져 있는 것과 같다. 세포 안에서도 처음 변화를 일으킨 자극이 사라졌는데도 특정 분자들이 서로를 계속 활성화하면서 바뀐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가역성은 세포가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쉽게 이동하고 침투할 수 있는 성질을 갖게 되는 상피-간엽 전이(EMT)처럼 질병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세포 안에 이러한 상태 변화를 유지시키는 회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떤 분자가 다른 분자를 활성화하고, 그 분자가 다시 처음 분자를 활성화하는 ‘양성 되먹임 회로(Positive feedback loop)’가 수천 개 이상 존재한다.
이는 마이크 두 개를 서로 가까이 댔을 때 작은 소리가 서로 증폭되면서 계속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외부 자극으로 시작된 변화라도 세포 내부의 분자들이 서로를 계속 활성화하면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변화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그동안에는 이처럼 수많은 회로 가운데 어떤 회로가 실제로 세포를 ‘돌아올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지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루트(ROOT, Revelation Of the Original circuit of irreversible Transition)’기술을 개발했다.
루트는 세포 안의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컴퓨터 논리 모델로 구현하고, 외부 자극이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전 과정을 모사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회로 가운데 세포를 변화된 상태에 계속 붙잡아 두는 핵심 회로들의 집합인 ‘비가역성 커널(Irreversibility kernel)’을 찾아낸다.
쉽게 말하면 복잡하게 얽힌 수천 개의 전선 가운데 문을 실제로 잠그고 있는 전선만 골라내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세포가 왜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지 그 원인이 되는 일종의 ‘분자적 잠금장치’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잠금장치를 발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이용해 세포 상태를 되돌리는 두 가지 제어 방법도 제시했다.
첫 번째 ‘리셋 제어(Resetting control)’는 세포의 비가역적인 성질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현재의 세포만 변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잠금장치는 그대로 두되, 잠긴 문을 열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려놓는 것과 비슷하다.
두 번째 ‘역전 제어(Reversing control)’는 비가역성을 만드는 원인 자체를 제거해 세포가 서로 다른 상태 사이를 보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문을 한번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게 만드는 잠금장치 자체를 해제해, 이후에는 문을 다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B세포 분화와 폐암의 상피-간엽 전이,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세포(Enterocyte) 및 베타세포 분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연구에서 알려진 세포의 상태와 분화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들과 일치하는 원인 회로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또한 실제 실험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분자 네트워크에서도 세포 상태를 효과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제어 방법을 제시해 기술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미는 ‘세포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를 넘어 ‘세포는 왜 스스로 돌아오지 못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가 잠긴 문을 열 방법을 찾는 연구였다면, 이번에는 수많은 장치 가운데 실제로 문을 잠그는 핵심 잠금장치가 무엇인지 찾아낸 셈이다.
향후에는 암이나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고착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세포를 비정상적인 상태에 붙잡아 두는 핵심 회로를 찾아 이를 제어함으로써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조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번 변하면 되돌아가지 않는 세포의 원인 회로를 찾아내고, 이를 제어해 세포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핵심”이라며 “향후 암과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세포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종완 박사와 장성훈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이종훈 박사와 코빈 호퍼(Corbin Hopper) 박사과정 학생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온라인판 8월 18일 자에 게재됐다.
※ 논문명: The structural origin of irreversible transitions in biological networks, DOI: 10.1073/pnas.260080012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기초연구실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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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말라가게 하는 '악액질' 잡았다
"잘 먹는데도 계속 살이 빠집니다.” 암 환자의 몸을 서서히 말라가게 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암 악액질(Cancer-associated cachexia)'을 막을 새로운 길이 열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뇌의 신호를 차단해 근육 손실을 막고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RNA 치료 전략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와 김진국 교수 공동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 (주)토르 테라퓨틱스(THOR Therapeutics, 대표 송민호)가 공동연구를 통해 이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GFRAL의 작동을 억제해 암 악액질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암 악액질은 전체 암 환자의 50~80%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암세포가 몸의 대사를 교란하면서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고 극심한 쇠약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항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까지 낮아지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치료제는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수준에 머물러 근육 손실과 대사 이상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암 악액질의 원인이 몸이 아닌 뇌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암세포가 분비하는 GDF15(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15, 암이 진행될 때 많이 분비되는 신호 단백질)가 뇌간의 GFRAL(세포가 신호를 받아들이는 단백질)과 결합하면‘먹지 말고 몸에 저장된 근육과 지방을 쓰라’는 신호가 전달돼 몸이 점점 쇠약해진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팀은 김진국 교수 연구팀과 함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특정 유전자의 작동을 선택적으로 막는 RNA 기반 유전자 치료 기술)를 이용해 GFRAL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쉽게 말해 암세포가 보내는‘몸을 말라가게 하라'는 명령을 받는 스위치를 꺼버린 것이다. 이 치료제는 RNA(유전정보를 단백질로 만드는 중간 전달물질) 단계에서 GFRAL 생성을 막아 암 악액질을 일으키는 신호 자체를 차단한다.
연구팀은 이미 암 악액질이 진행 중인 실험쥐에 이 치료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근육과 지방 손실이 크게 줄고 무너졌던 대사 기능이 회복됐다. 특히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연구 종료 시점(약 50일) 기준 생존율은 비투여군 20%, Gfral ASO 투여군 90%로 큰 차이를 보여 암 악액질 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식욕만 높이는 기존 치료와 달리 몸을 말라가게 만드는 신호 자체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근육 손실과 대사 이상을 함께 개선했으며, 앞으로 기존 항암 치료와 병행해 암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치료 효과와 생존율까지 높일 수 있는 차세대 항암 보조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민호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뇌간의 핵심 수용체를 RNA 수준에서 직접 표적해 암 악액질의 근본 원인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속 비임상 연구와 약물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차질 없이 진행해 2030년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개발에 착수하고, 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과학대학원 홍현정 박사, (주)토르 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의과학대학원 박민성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송민호 교수와 김진국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7월 27일 게재되었다.
※ 논문명: Therapeutic Gfral silencing via antisense oligonucleotides ameliorates cancer-associated cachexia and extends survival in tumor-bearing mice DOI : https://doi.org/10.1016/j.xcrm.2026.102939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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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스스로 ‘여기 있다’ 알리게 한다...면역·유전자 치료 한 번에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눈을 피해 숨어 살아남는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암세포가 스스로 ‘여기 있다’는 위험 신호를 보내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하고, 동시에 유전자 치료제까지 전달하는 새로운 항암 플랫폼을 개발했다. 면역항암과 유전자 치료를 하나의 나노입자로 구현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천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고, 다양한 유전자 치료제를 세포 안까지 전달하는 ‘나선형 폴리펩타이드 나노입자’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면역원성 세포사멸은 암세포가 죽으면서 주변 면역세포에 위험 신호를 보내 공격을 유도하는 현상이다. 폴리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길게 연결된 고분자 물질을 뜻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외부 침입자는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암세포는 다양한 면역 회피 전략을 이용해 면역세포의 감시를 피한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은 항암 치료의 가장 큰 한계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에는 나노입자를 이용해 암세포에 약물과 유전자를 전달하고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나노소재의 어떤 특성이 세포에 스트레스를 유도하고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나노입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나노소재의 성분뿐 아니라 나선형으로 감긴 모양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양전하를 띠는 4차 아민(세포막과 잘 결합하는 화학 구조)과 나선형 구조가 결합하면 마치 나사처럼 세포막을 파고들어 암세포 내부까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반면 같은 성분이라도 나선형으로 감기지 않은 입자는 세포 안으로 거의 들어가지 못했고, 면역반응도 유도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선형 나노입자는 일반 세포보다 막의 전기적 특성이 다른 암세포를 우선적으로 찾아 침투한다. 이후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여러 세포 소기관의 막을 교란해 암세포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암세포는 죽어가면서 ‘여기 위험한 세포가 있다’는 구조 신호인 손상 연관 분자 패턴(DAMPs, 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을 주변으로 방출한다. 이를 감지한 면역세포는 그동안 숨어 있던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시작한다. 즉, 암세포가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면역세포에 알리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나노입자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치료제를 실어 나르는 운반체 역할도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 정보)과 작은 간섭 리보핵산(siRNA,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 물질)은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 어렵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이를 세포질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구아니디늄(Guanidinium, 유전자와 강하게 결합하는 화학 작용기)을 최적의 비율로 도입해 혈액 속에서도 입자가 쉽게 분해되지 않으면서 유전자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운반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은 흑색종과 대장암 생쥐 모델에서 면역 회피 단백질인 PD-L1(Programmed Death-Ligand 1)을 억제하는 siRNA를 나선형 나노입자에 탑재해 투여했다. 그 결과 종양 성장이 약 70~80% 억제됐으며,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도 종양 내부로 많이 침투해 항암 면역반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유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소재가 단순히 치료제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암세포가 스스로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새로운 항암 플랫폼을 제시했다”며 "면역항암과 유전자 치료를 결합한 차세대 치료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이수삼 박사는 "나노소재의 성분뿐 아니라 나선형 구조 자체가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가 차세대 면역항암 나노소재 설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수삼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바이오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터리얼즈(Biomaterials)에 2026년 5월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Helical quaternary amine polypeptide programs membrane stress to drive immunogenic cell death and cytosolic gene delivery for cancer immunotherapy, DOI: 10.1016/j.biomaterials.2026.124337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지원사업,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의과학자해외연수사업, 교육부의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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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성장 신호 켜지는 ‘스위치’ 찾았다...차세대 항암 표적 제시
세포에도 ‘성장 스위치’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충분할 때 이 스위치를 켜 성장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암세포에서 영양 신호가 이 성장 스위치를 켜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변에 아미노산(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과 같은 영양분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사용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의 ‘성장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이다.
mTORC1은 영양분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 세포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 대사를 촉진한다. 그러나 mTORC1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성장하고 증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암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mTORC1은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세포가 외부의 영양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이를 mTORC1 활성화로 연결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효소가 모여 있는 복합체인 MSC(다중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 복합체, Multi-tRNA Synthetase Complex)에 주목했다. 그동안 MSC는 단백질 합성을 돕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안의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허브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은 MSC 안에 있는 LARS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LARS1은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인식하는 효소로,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으면‘인산화'라는 변화를 겪는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작은 화학 표지가 붙어 기능이나 결합 상태가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를 비유하면, MSC는 여러 단백질이 모여 대기하는‘관제센터'이고, LARS1은 성장 스위치를 켜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신호 전달 요원'과 같다.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에 인산화라는 ‘출동 신호'가 전달되고, 이를 받은 LARS1은 함께 붙어 있던 IARS1(아이소류신을 인식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과 분리돼 MSC 밖으로 이동한다. 이후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활성화한다.
즉,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LARS1이 MSC 안에 묶여 있어 성장 신호가 켜지지 않지만,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이 MSC에서 빠져나와 mTORC1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사용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얼린 뒤 입체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 LARS1과 IARS1이 어떻게 결합해 있는지를 원자 수준에 가깝게 분석했다.
그 결과, 평소에는 LARS1과 IARS1이 단단히 결합해 있지만, 영양 신호를 받아 LARS1이 인산화되면 두 단백질의 결합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LARS1이 MSC에서 분리돼 mTORC1을 활성화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LARS1이 인산화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든 변이 단백질도 제작했다. 그 결과 mTORC1의 활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를 통해 LARS1의 인산화가 영양 신호를 세포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분자 스위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포가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을 감지한 뒤 성장 스위치를 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데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MSC가 영양 신호를 받으면 구성 단백질인 LARS1을 방출하고, 이 단백질이 세포의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현재 일부 항암제는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mTORC1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과 대사에도 필요해, 직접 억제할 경우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LARS1을 인산화시키는 효소와 그 조절 과정을 추가로 밝혀내면, mTORC1 자체를 직접 막는 대신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앞단을 보다 정밀하게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 신호가 세포의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성장 신호를 보다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성 교수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MSC를 통해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밝혀냄으로써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유진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Cryo-EM structure of the LARS1:IARS1 complex reveals a nutrient-response switch controlling mTORC1 signaling, https://doi.org/10.1038/s41467-026-74085-x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미래의료혁신대응기술개발사업(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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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에 암 찾아내는 ‘눈’ 달아...세포 속 암 돌연변이 겨냥한다
항체는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는‘유도 미사일'이지만, 세포 속 암 돌연변이는 닿지 못하는‘치료의 사각지대'였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컴퓨터로 설계한 새로운 항체로 세포 내부 암 돌연변이까지 정밀하게 겨냥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항체 치료의 한계를 넘어 난치성 암을 겨냥한 차세대 정밀 치료의 새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 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인 단백질 디자인 전문기업 ㈜테라자인(대표 오병하) 연구진이 공동으로 대표적인 암 유발 돌연변이인 KRAS(G12D)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계산적 항체 디자인 기술과 실험을 결합해 기존 방식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항체를 설계하고 질환 동물 모델에서 효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KRAS(G12D)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하는 KRAS 단백질에 특정 돌연변이가 생긴 형태로, 췌장암과 대장암, 폐암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표적인 암 유발 돌연변이다. 하지만 KRAS 단백질은 세포 내부에 존재해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직접 표적하기 어려워 오랫동안‘치료 불가능한 표적(Undruggable Target)'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세포가 오래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자연스럽게 잘게 분해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세포 안의 KRAS(G12D) 단백질도 이 과정에서 작은 단백질 조각(네오항원, Neoantigen·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구별하는 단서가 되는 단백질 조각)으로 만들어지고, 일부는 세포 표면으로 이동해 면역세포에 제시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계산적 단백질 디자인 기술과 실험적 선별 과정을 결합해 이 암 돌연변이 조각만 정확하게 인식하는 TCR 유사(TCR-like) 항체를 개발했다.
TCR(T Cell Receptor, T세포 수용체)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가 세포 표면에 제시된 단백질 조각을 읽고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찾아내는‘감지기' 역할을 한다. 이번에 개발한 TCR 유사 항체는 항체에 T세포의‘눈'을 달아준 것과 같은 원리로, 기존 항체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세포 내부 암 돌연변이의 흔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실험 결과, 개발된 항체는 정상 세포나 다른 단백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KRAS(G12D)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를 면역치료에 적용한 결과 해당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이는 기존 항체 치료가 접근하지 못했던 세포 내부 암 유발 단백질까지 치료 대상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로, KRAS뿐 아니라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병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항체는 KRAS(G12D) 돌연변이를 가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식별할 수 있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정밀 항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계산적 항체 디자인 기술은 KRAS뿐 아니라 다양한 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체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와 교신저자는 모두 KAIST 출신 연구진으로 구성됐다. ㈜테라자인 안상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오병하 교수와 ㈜테라자인 정보성 연구소장이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및 세포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온라인판에 6월 3일 게재됐다.
※ 논문명 : Discovery of TCR-like antibodies to the KRAS G12D neoantigen via in silico-in vitro workflow, DOI: https://doi.org/10.1016/j.ymthe.2026.05.032
한편 이번 연구는 ㈜테라자인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산하 한국신약개발지원센터와의 협업으로 수행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학연계 신약개발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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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숨은 열쇠’ 찾았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작동시키는‘면역 브레이크’를 해제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항암제)가 왜 일부 뇌종양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풀 실마리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암을 공격하는 주역이 T 세포뿐 아니라 종양과 연결된 림프절의 B 세포와 항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면역관문억제제의 일종인 항-CTLA-4(Anti-CTLA-4)가 종양과 연결된 종양 배수 림프절(Tumor-draining lymph node, 암세포에서 나온 항원이 가장 먼저 모여 면역반응이 시작되는 림프절)의 B 세포(B cell, 항체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돕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뇌종양을 공격하는 새로운 면역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잦고 예후가 매우 나쁜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이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다양한 암에서 뛰어난 치료 성과를 보여왔지만, 교모세포종에서는 암 주변의 강한 면역억제 환경 때문에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T 세포(T cell,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면역관문억제제의 핵심 표적으로 여겨왔다. 반면 B 세포는 백신 접종 후 항체를 생성하는 세포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뇌종양 면역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CTLA-4가 T 세포뿐 아니라 B 세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었다. 마우스 교모세포종 모델에서 항-CTLA-4를 투여하자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B 세포가 없는 마우스에서는 같은 치료를 해도 이러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B 세포가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B 세포가 활약하는 장소도 새롭게 밝혀냈다. B 세포 반응은 암세포가 있는 뇌가 아니라, 뇌와 연결된 목 깊은 곳의 림프절인 ‘깊은 경부 림프절(Deep Cervical Lymph Node)'에서 활발하게 증가했다. 특히 이 림프절에서는 항체 반응 형성에 중요한 배중심 B 세포와 여포 보조 T 세포 반응이 함께 증가했으며, 이는 이후 면역글로불린 G(Immunoglobulin G, IgG,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해 제거를 돕는 대표적인 항체) 반응 증가와 연결됐다.
생성된 IgG 항체는 뇌종양 세포 표면에 결합해, 대식세포(Macrophage, 우리 몸에서 이물질과 암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도 생체 내에서 직접 확인했다. 붉은색 형광단백질(mCherry)과 녹색 형광단백질(EGFP)을 이용한 특수 뇌종양 모델을 활용해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대식세포가 뇌종양 세포를 실제로 활발하게 제거하는 모습을 생체 내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이나 백신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B 세포 면역반응이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기능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면역치료가 종양 내부뿐 아니라 종양 배수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면역반응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기존의 T 세포 중심 면역치료 개념을 B 세포와 항체 면역까지 확장했다.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CTLA-4 면역치료의 작동 원리를 T 세포 중심으로 이해하던 기존 개념을 넘어, 종양 배수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B 세포와 항체 면역반응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임을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뇌종양을 인식하는 항체의 표적을 규명하고 림프절 기반 B 세포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난치성 교모세포종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차세대 면역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유민 박사후 연구원이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이흥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KAIST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가 연구 참여를 하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7월 10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The efficacy of immunotherapy in glioma requires distal B cell responses in tumor-draining lymph nodes. DOI: 10.1126/sciimmunol.adz2494
※ 저자 정보: 김유민, 강인, 강병훈, 박원형, 김채원, 김현진, 나정우, 권명승, 박상희, 임서현, 김현철, 구근본, 김민지, 오지은 (KAIST, 공동저자) 및 이흥규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AI-네이티브첨단바이오자율실험실과제,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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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 지방산이 암세포 성장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였다
우리 몸속 단백질인 ‘엠토르(mTOR)’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 한국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지방산이 대사되며 생성되는 지질 대사물질)가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인자인 엠토르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미영 교수, 가천대학교(총장 이길여) 의과대학 오병철 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약학대학 패트릭 윈트로드(Patrick Wintrode) 교수, 다니엘 데레지(Daniel Deredge)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참여하였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효소(생체 반응을 돕는 단백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엠토르를 제어하기 위한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엠토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했다.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생체 내 대사물질을 대량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발굴한 ‘13-HODE’ 라는 지방이 몸속에서 변하면서 생기는 지질 대사물질이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암세포에서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분자는 우리 몸에서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리놀레산(필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ALOX15(지방산 산화 반응을 유도하는 효소)’가 리놀레산을 산화시키며 13-HODE를 만든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엠토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여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분자 기전(생체 내 작동 원리)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컴퓨터 기반 분자 상호작용 분석)과 질량분석(분자의 질량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 13-HODE 농도가 매우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ALOX15 효소의 발현(유전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LOX15와 13-HODE의 생성을 증가시키면 엠토르 활성이 감소하고 암세포 성장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뿐 아니라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혁신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토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일리노이대 지에 첸(Jie Chen) 교수는 저널 프리뷰를 통해 “암세포 제어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탁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승주 박사, 김세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지난 5월 21일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저널 5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논문 제목: Mechanism by which a linoleic acid metabolite suppresses cancer cell growth by inhibiting mT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4
※주저자 정보: 박승주 박사(KAIST, 제1저자), 김세라 박사과정 (KAIST, 제1저자), 변영주 교수(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공동교신저자), 김세윤 교수(KAIST 생명과학과, 공동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선도연구센터, KAIST 퀀텀+X 학제간 융합기술개발과제, KAIST 그랜드 챌린지 사업, 교육부 중점연구소 사업 지원등을 받아 수행됐다.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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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원하는 순간·위치에서 암 치료하는 ‘스마트 항체’ 개발
기존 CAR-T(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치료 기술) 치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면 즉시 공격해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 위험이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빛이나 화학 자극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스위치형 ‘스마트 항체’ 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순간과 위치에서만 면역세포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밖 항원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엑스트라바디(Extrabody)’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면역세포가 원하는 순간에만 서로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체를 두 조각으로 분리한 뒤,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항체는 생성되자마자 항원에 결합하지만, 연구팀은 빛 또는 화학물질이 존재할 때만 두 항체 조각이 재결합해 항원을 인식하도록 구현했다.
즉, 단순히 항상 작동하는 기존 항체 시스템과 달리,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온디맨드(on-demand·필요한 순간에만 활성화되는 방식) 항체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으며, 형광 단백질뿐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 결합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됐으며, 다양한 항체 구조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했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여러 표적과 항체 형태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Modular platform·다양한 표적과 기능으로 확장 가능한 기술 구조)임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가 단순한 항원 인식을 넘어 세포 간 상호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자극이 없을 때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항원이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과정도 관찰돼, 향후 세포 간 정보 전달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아가 엑스트라바디를 합성수용체(synNotch·특정 신호를 받을 때만 세포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한 합성 생물학 기술) 및 CAR 시스템(면역세포가 특정 암세포를 인식·공격하도록 설계한 기술)에 적용했다. 그 결과 빛과 항원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세포 내부 신호가 활성화되는 ‘이중 잠금장치(double-gating·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작동하는 방식)’가 구현됐다.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Cytokine·면역세포 간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단백질) 분비,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으며, 실제 T세포 실험에서는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CAR-T 세포치료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의도적 면역 활성화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부 자극을 이용해 세포 표적 인식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라며 “향후 차세대 면역치료와 세포 기반 치료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권유리 박사와 유다슬이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5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An extracellular, optogenetic antibody platform for stimulus-gated antigen recognition and modulation of cell behavi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ASTRA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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