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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수소결합이 ‘결합 1등’ 구리 밀어냈다…금속 선택의 새 길 열어
늘 ‘결합 1등’이던 구리가 밀려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주변의 약한 수소결합만 조절해 구리가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오랜 금속 안정성 순서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금속을 골라내는 분리 기술과 촉매 설계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비타민 B2의 핵심 구조인 플라빈(flavin)을 이용해 금속을 중심으로 여러 분자가 둘러싸 결합한 ‘금속 착물’을 개발하고, 금속 주변의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을 조절해 기존 ‘어빙-윌리엄스 계열(Irving–Williams series)’과 반대되는 금속 안정성 경향을 구현했다고 6일 밝혔다.
어빙-윌리엄스 계열은 철·니켈·구리처럼 다른 물질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이금속이 주변 분자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를 순서로 나타낸 경험 법칙이다.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 아연(Zn) 가운데 일반적으로 망간에서 구리로 갈수록 안정성이 높아지고, 특히 구리가 매우 안정한 결합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금속 안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뜻하는 ‘전자 구조(electronic structure)’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다시 말해 어떤 금속이 더 잘 붙는지는 각 금속이 원래 가진 특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이 순서를 바꾸려면 금속을 직접 붙잡는 분자인 ‘리간드(ligand)’를 새롭게 만들거나, 금속과 주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인 ‘배위 구조(coordination structure)’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작용하는 ‘수소결합’에 주목했다. 수소결합은 분자와 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비교적 약한 힘으로, 주변 구조를 일정한 형태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플라빈의 일부 화학 구조를 변형한 ‘플라빈 유도체’를 이용해 망간부터 아연까지 서로 다른 금속을 넣되, 각 금속을 둘러싼 분자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금속 주변의 기본 조건을 같게 한 뒤, 수소결합이 각 금속의 안정성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수소결합이 특히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필요한 구조 변화를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리는 주변의 결합 구조를 조금 변형해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를 만들면서 더욱 안정해지는 특성이 있다. 사람이 몸을 조금 움직여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구팀이 만든 구조에서는 주변의 수소결합이 구리를 단단히 잡아주면서 이러한 ‘편한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얻었던 이점이 줄어들면서, 기존과 반대되는 ‘반(反) 어빙-윌리엄스 경향(anti-Irving–Williams trend)’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구리가 ‘결합 1등’에서 밀려났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마다 정해져 있다고 여겨졌던 ‘잘 붙는 순서’를 주변 환경을 바꿔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금속이 섞여 있을 때 원하는 금속은 잘 붙게 하고 다른 금속은 덜 붙게 만들 수 있다면, 필요한 금속만 골라내거나 회수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원하는 금속이 더 잘 작용하도록 주변 환경을 조절하는 촉매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의 단백질과 효소가 철·구리·아연 등 여러 금속 가운데 필요한 금속을 골라 사용하는 것처럼, 생명체의 작동 원리를 본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생체모사 시스템(biomimetic system)’을 설계하는 데도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윤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구리의 안정성을 낮췄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졌던 결합 안정성의 순서를 주변 환경을 통해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원하는 금속을 선택적으로 붙잡거나 반응시키는 새로운 화학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덴마크에서 개최된 국제배위화학학술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ordination Chemistry, ICCC)에서도 주목받았다. 제1 저자인 KAIST 화학과 임하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이번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해 한국인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임하늘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9월 3일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When Copper Falls: Overriding the Irving–Williams Stability Trend through Outer-Sphere Hydrogen Bonding, DOI: 10.1021/jacs.6c10430
※ 저자 정보: 임하늘(KAIST, 제1 저자), Neetu Singh(KAIST, 공동 제2 저자), 권성연(IBS, 공동 제2 저자), 서창현(KAIST, 제3 저자), 정낙관(KRISS, 제4 저자), 백윤정(KAIST, 교신저자) 등 총 6명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우수신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KAIST 국제협력처의 ‘신진연구자 대상 미국 국제공동연구 오픈트랙 사업’및‘KARA Partnership 연구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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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만 ‘쏙’ 골라내는 원자 크기 그물망 설계…청정수소 정제 새 길 열어
여러 기체가 뒤섞인 혼합가스에서 수소만 쏙 골라낼 수 있는 ‘원자 크기 그물망’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고분자 안에 작은 수소 분자만 선택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해,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분리막 내부에 원자나 분자 크기인 옹스트롬(Å) 수준의 초미세 수소 이동통로를 만들고, 이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완결성(Network Completeness)’을 통해 수소 분리 성능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1Å은 100억 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만 분의 1 수준이다.
수소는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질소 등 다른 기체와 섞여 나오는 경우가 많아 수소만 높은 순도로 골라내는 분리·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수소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분리막’이다. 분리막은 크기가 다른 모래알을 체로 걸러내듯 작은 수소는 통과시키고, 상대적으로 큰 다른 기체는 걸러내는 ‘아주 촘촘한 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동안 기체 분리에는 분자가 지나가는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금속유기골격체(MOF)와 공유결합유기골격체(COF) 같은 다공성 소재가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결함 없이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고분자 분리막은 얇고 넓게 만들기 쉽고 가공이 편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유리하지만, 기체가 지나가는 아주 작은 공간을 원하는 크기로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가공하기 쉬운 고분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위해 고분자 사슬을 서로 이어주는 연결 물질인 ‘가교제’를 이용해 촘촘한 그물망 구조를 만들었다. 고분자를 실이라고 한다면 가교제는 실과 실을 이어주는 매듭과 같다. 이 매듭을 이용해 작은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초미세 통로를 고분자 내부에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연결의 ‘개수’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로가 아무리 많더라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수소가 제대로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의 연결이 얼마나 완전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가교 연결 완성도(Bridge Connectivity Degree, BCD)’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매듭이 얼마나 많은가’를 주로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매듭들이 제대로 이어져 하나의 온전한 그물을 만들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리막(ms-oDMB-DB50)은 가교 연결 완성도가 73%에 달했다. 그 결과 수소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성능과 질소가 섞인 기체에서 수소만 골라내는 성능이 원재료(DB50)보다 동시에 크게 향상됐다. 즉, 수소는 잘 통과시키면서 다른 기체는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빠르고 정교한 체’를 구현한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분리막 내부에 3Å 이하의 초미세 공간이 다수 만들어진 것도 확인했다.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큰 기체는 들어가기 어렵고 작은 수소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간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소보다도 작은 헬륨 분자를 활용했다. 아주 작은 구멍에 그보다 더 작은 구슬을 넣어보는 것처럼, 헬륨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해 초미세 구멍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성과 내구성도 확인했다. 새로 개발한 분리막은 1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운전해도 수소 분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정도도 기존 최고 성능 수준의 고분자 분리막보다 약 2배 높았다. 수소를 잘 골라내는 성능뿐 아니라 실제 공정에서 필요한 튼튼함까지 갖춘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수소 분리막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에 작은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이 공간들을 서로 잘 연결해 수소가 지나갈 수 있는 온전한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도로가 아무리 많아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목적지까지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번 연구는 수소가 지나가는 ‘길의 완성도’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분리하려는 기체의 크기와 특성에 맞춰 초미세 통로를 만드는 ‘맞춤형 분리막’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 기술이 다양한 고분자 분리막으로 확장되면 수소 정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천연가스 정제 등 특정 기체만 선택적으로 골라내야 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홍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내부의 작은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고성능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태현 교수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고분자를 촘촘하게 연결해 수소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초미세 그물망을 만들었다”며 “향후 수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홍주 박사(현 KIST 박사후연구원)가 제 1저자로, 최수현 연구원이 제 2저자로 참여했으며 배태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Network completeness enables angstrom-scale transport pathways in polymer membranes, DOI: 10.1038/s41467-026-73860-0
※ 저자 정보: 이홍주((전) KAIST, (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1저자), 최수현(KAIST, 제2저자), 배태현(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2025년도 글로벌 C.L.E.A.N 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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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움직이던 기체 ‘줄 세웠다’…탄소 포집·수소 저장 새 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는 골라 잡고,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는 작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담아야 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체를 ‘얼마나 많이 담을까’를 넘어, 원하는 모양으로 ‘줄 세우는’새로운 소재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에 적용되면, 탄소는 더 잘 골라 잡고 수소는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맞춤형 소재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아주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린 다공성 물질 안에서 기체를 결정처럼 규칙적으로 ‘줄 세우고’, 원하는 기체 배열을 만드는 소재까지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한 구멍에 기체를 담거나 골라낼 수 있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했다. MOF는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미세한 구멍에 기체를 담을 수 있어 일종의 ‘분자 스펀지’와 같다. 연구팀은 수많은 MOF 구조를 탐색해 기체가 제멋대로 흩어지지 않고 결정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가스 격자(Gas Lattice)’ 현상을 찾아냈으며, 나아가 AI를 활용해 원하는 기체 배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다공성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데도 성공했다.
*금속-유기 골격체(MOF):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해 만들어진 물질로,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있어 기체 저장·분리 등에 활용되는 다공성 소재
지금까지 다공성 소재 연구에서는 기체가 얼마나 많이 흡착되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기체 분자 역시 소재 내부의 빈 공간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붙는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체가 들어가는 미세 공간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기체가 자리 잡는 위치와 배열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 기체를 담는 ‘그릇’의 크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기체가 어디에 자리 잡을지까지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일 원소 기체인 제논(Xe)을 이용해 이를 확인했다. 방대한 금속-유기 골격체 구조를 탐색한 결과, 특정 코발트 기반 다공성 물질(Co-CAU-36) 안에서 제논이 규칙적인 격자를 이루는 현상을 찾아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GCMC) 결과, 제논은 기공 안에 제멋대로 흩어지는 대신 ‘체심 입방 격자(BCC)’라는 일정한 결정 형태로 정렬됐다. 상자 안에 공을 아무렇게나 쏟아 넣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 공을 하나씩 맞춰 놓은 것처럼 제논 원자들이 일정한 위치에 규칙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MOF의 미세한 기공이 일종의 ‘틀’ 역할을 해 제논 원자들이 자리 잡을 위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즉, 기체 자체에 극한의 조건을 가해 결정화하는 것과 달리, 기체가 들어가는 공간을 이용해 규칙적인 배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서로 다른 기체를 섞었을 때는 흥미로운 분리 현상도 나타났다. 산업적으로 분리 가치가 높은 제논(Xe)과 크립톤(Kr)을 함께 넣자 제논이 먼저 규칙적인 껍질 형태의 격자를 만들고, 크립톤은 그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 두 기체가 뒤섞이는 대신 서로 다른 공간에 나뉘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혼합기체를 분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주로 소재에 더 잘 달라붙는 기체를 선택적으로 잡아내는 방식에 주목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기체가 만드는 ‘배열’에 따라 서로 다른 기체가 공간적으로 나뉘는 새로운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원하는 모양으로 기체를 배열하려면 어떤 소재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도전했다.
이를 위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유전 알고리즘을 결합했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좋은 소재를 하나씩 찾아가는 대신, 원하는 기체 배열을 먼저 정하고 AI가 이에 적합한 다공성 구조를 거꾸로 찾아가는 ‘역설계’ 방식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체심 입방(BCC)은 물론 면심 입방(FCC) 형태로 기체를 배열할 수 있는 새로운 다공성 구조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좋은 스펀지를 먼저 찾고 그 안에서 기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기체를 이런 모양으로 배열하고 싶다’는 목표에서 출발해 그에 맞는 스펀지 구조를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향후 이 기술이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 다양한 기체로 확대되면, 목적에 따라 필요한 기체를 선택적으로 포집·분리하거나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소재 설계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분자의 위치와 배열에 따라 화학반응이 달라지는 촉매 분야에서도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는 소재 설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체를 다공성 물질 안에서 결정처럼 줄 세운 첫 사례”라며 “기체를 얼마나 많이 담을지만 고민하던 데서 나아가, 원하는 배열까지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분자에 적용하면 목적에 맞는 분리·저장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영훈 박사과정과 김도훈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김승우 석사과정과 임윤성 박사가 제2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Framework-templated gas lattices in metal-organic frameworks, DOI: 10.1038/s41467-026-74776-5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 이종소재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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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 성능 목표를 넘어선 PEMFC 복합재분리판 개발
수소연료전지는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을 운행하면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동력원이다. 그러나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와 열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의 흐름을 관리하는 핵심 부품인 분리판은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과 상용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기존 분리판은 주로 무거운 금속이나 깨지기 쉬운 흑연으로 제작되며, 가격이 높고 대량으로 생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김성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볍고 강하면서도 전기와 열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복합재 분리판을 개발했다. 핵심은 서로 다른 탄소 소재의 장점을 결합한 독창적인 샌드위치 구조이다. 중앙에는 카본블랙과 환원 그래핀 산화물로 만든 초박형 흑연화 시트를 배치하고, 그 양쪽에는 다중벽 탄소나노튜브가 고르게 분산된 팽창흑연층을 형성했다. 전체 구조는 열과 화학물질에 강한 고성능 고분자인 폴리벤족사진을 이용해 하나로 결합했다.
개발된 분리판은 전기전도성, 내식성, 수소 차단성, 방열성 및 기계적 강도 등 연료전지 분리판에 요구되는 주요 성능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의 주요 성능 목표를 충족하거나 초과했다. 또한 기존 복합재 분리판보다 적은 양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압력에서 제조할 수 있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공정 부담을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고성능과 제조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복합재 분리판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의 대량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드밴스드 컴포짓 앤 하이브리드 머티리얼즈(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 IF 21.8)’에 2026년 7월 13일 자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 Polybenzoxazine composite bipolar plates with hierarchical sandwich architecture of freestanding laser-induced graphitized sheet core and MWCNT-dispersed expanded graphite skin layers for PEMFCs
DOI : https://doi.org/10.1007/s42114-026-01962-w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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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원인 물질이 치료 ‘스위치’를 켠다
치매를 악화시키는 물질이 치료를 시작하는 ‘스위치’가 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H₂O₂,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종)를 이용해 병든 뇌에서만 약물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차세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이철호·김경심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직무대행 황금숙) 이영호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든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Prodrug)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전구약물은 처음에는 약효가 없지만 몸속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형 치료제로 바뀌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를 만나야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돼 병든 뇌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치료제'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산화수소가 정상보다 많이 생성된다. 지금까지는 이를 제거해야 할 유해물질로만 여겨졌지만, 연구팀은 오히려 이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구약물(BE-1, BE-2)은 건강한 뇌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는 뇌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나면 활성형 치료 물질(AP-1, AP-2)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 포함 활성산소종들을 줄이는 동시에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이 서로 뭉쳐 독성이 강한 응집체(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도 막아준다.
연구팀은 첨단 분석기술을 이용해 활성화된 약물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큰 덩어리로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효과는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도 확인됐다. 약물은 혈액-뇌 장벽(BBB, 혈액 속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지를 조절하는 보호막)을 통과해 실제 뇌 안에서 치료 물질로 바뀌었다. 장기간 약물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산화 스트레스가 감소했고,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도 줄어들었다. 또한 새로운 물체를 기억하거나 길을 찾는 행동 실험에서도 인지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특정 단백질 하나만 표적으로 하는 기존 치매 치료제와 달리, 병든 뇌의 환경 자체를 이용해 약이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매 치료 전략을 제시했으며, 앞으로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임미희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과산화수소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병든 조직에서만 약이 활성화되는 이번 기술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복합 질환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이지민·홍은서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Small(IF 12.1, 화학 분야 상위 10%)에 2026년 5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 Prodrug Approach for Activity-Based Chemical Modulation toward Multiple Pathological Targets in Alzheimer's Disease, DOI: 10.1002/smll.7401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세종과학펠로우십,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KRIBB 및 KBSI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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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정보 넘어 에너지 설계자로...DNA가 촉매 성능 높인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는 분자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DNA 염기서열(유전정보를 구성하는 A·T·G·C의 배열)을 설계해 촉매 주변의 화학 환경을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수준에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DNA를 설계해 수소 생산 효율과 원하는 화학물질 생성량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 연구팀이 금 나노입자(1~100nm 크기의 초미세 금 입자) 촉매 표면에 ‘단일가닥 DNA(한 줄로 이뤄진 유연한 DNA 분자로, 원하는 길이와 구조로 설계할 수 있어 반응 환경을 조절하는 나노 코팅재 역할을 하는 물질)’를 입혀 촉매 주변의 미세한 화학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소 생산이나 친환경 화학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전기화학 반응(전기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에서는 촉매 자체뿐 아니라 촉매 주변의 산도(pH)와 이온 분포 같은 국소 반응 환경(촉매 바로 주변에서 형성되는 미세한 화학 환경)이 성능을 좌우한다. 그러나 기존에는 특수 고분자(분자가 길게 연결된 플라스틱 형태의 물질) 코팅재를 이용해 이를 조절해 왔으며, 나노미터 수준에서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가닥 DNA(single-stranded DNA·한 줄로 이루어진 DNA)’에 주목했다. DNA는 음전하를 띠고 있어 주변 이온(전하를 띠는 원자나 분자)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길이와 염기서열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염기서열을 바꾸면 DNA 내부의 네트워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촉매 표면에 맞춤형 나노 코팅층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 표면에 다양한 염기서열의 DNA를 결합한 뒤 전기화학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촉매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단순한 코팅층의 두께가 아니라 DNA 염기서열에 따라 형성되는 내부 네트워크 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같은 두께의 코팅층이라도 DNA 내부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반응에 필요한 이온들의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같은 폭의 도로라도 도로망이 어떻게 설계됐느냐에 따라 교통 흐름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실시간 표면증강라만분광법(레이저를 이용해 분자의 화학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반응 과정을 관찰한 결과, DNA 층이 수산화 이온(OH⁻)의 이동을 조절해 촉매 주변의 국소 pH를 변화시키는 기능성 계면층(물질과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층)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쉽게 말해 DNA 층이 촉매 주변에서 이온의 이동을 안내하는 '교통관제센터' 역할을 하며, 어떤 이온은 더 빠르게 이동하도록 돕고 어떤 이온은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DNA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반응 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수소 발생 반응과 글리세롤 산화 반응(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글리세롤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반응)에 적용했다. 그 결과 DNA 염기서열에 따라 수소 생산 효율이 크게 달라졌으며, 화장품·의약품 원료로 활용되는 글리세르산(glycerate)의 생성 선택도(특정 생성물이 만들어지는 비율) 또한 향상됐다. 이는 복잡한 촉매 구조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DNA 서열만 조정해 원하는 반응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를 유전정보 저장체가 아닌 전기화학 반응을 제어하는 정밀 나노소재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DNA 서열 설계를 통해 촉매 표면의 산도와 이온 이동을 조절함으로써 향후 수소 생산과 바이오매스(식물이나 농업 부산물 등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 전환 등 탄소중립 기술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오상연, 이태경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박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5월 5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Programmable Single-Stranded DNA Layers as Modulators of Nanoscale pH at Electrocatalytic Interfaces, DOI : 10.1021/jacs.6c02995
※ 저자 정보 : 오상연, 이태경 (KAIST, 공동 제1 저자), 전재연, 우진세, 이창호, 김용하 (KAIST, 공동 저자) 및 박지민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지원사업, 글로벌매칭형사업, 신진연구자인프라 지원사업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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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수소연료전지 성능 높이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 개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은 높이고 에너지 손실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황승준 교수팀은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화학생물공학부 류재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내부에서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설계 전략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촉매는 화학 반응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물질이다. 배터리나 연료전지에서는 전기를 만드는 반응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촉매는 보통 가운데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분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는 반응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금속 종류를 철(Fe) 대신 코발트(Co)나 니켈(Ni)로 바꾸거나, 금속 주변의 분자 구조(리간드)를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쉽게 말해, 촉매 자체의 재료나 형태를 바꿔 더 잘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 조절해 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쉽게 비유하면, 이번 연구는 ‘요리 도구 자체를 바꾸는 대신, 주방 환경을 조절해 요리를 더 잘되게 만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존 촉매 연구는 프라이팬 재질을 바꾸거나 모양을 새롭게 만드는 방식에 가까웠다. 반면 이번 연구는 프라이팬은 그대로 두고, 주변의 온도와 공기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해 음식이 더 잘 익도록 만든 방식이다. 즉, 촉매 자체를 새로 만드는 대신 촉매 주변의 전기적 환경을 조절해 반응이 더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촉매 주변에 ‘양이온(+)’을 배치해 아주 작은 전기장을 만들면,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응이 더 안정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은 기존 12% 수준에서 최대 52%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원하는 반응을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과 수명,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산소 환원 반응(ORR·산소가 전자를 받아 전기를 만드는 핵심 반응)은 수소차용 연료전지(Fuel Cell·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와 금속-공기 전지(Metal-Air Battery·금속과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등 차세대 에너지 장치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반응이다.
연구팀은 또한 이번 원리가 이산화탄소(CO₂)나 수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촉매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과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촉매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주변의 전기적 환경만으로 반응 특성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차세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에너지 촉매 기술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화학과 조휘율·강봄 박사과정생과 KAIST 김동영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Localized Cation Unlocks Unique Activity–Selectivity Trends in Molecular Oxygen Reduction Catalysis, DOI: pubs.acs.org/doi/10.1021/jacs.5c18246
주저자 정보: 조휘율(박사과정, POSTECH), 강봄(석박사통합과정, POSTECH), 김동영(박사 후 연구원, KAIST)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및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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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뚫듯 기포 막힘 해결해 고효율 그린수소 생산 구현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물을 전기분해해 청정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전해 과정에서 생기는 기포가 통로를 막아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마치 꽉 막힌 도로에 고속도로를 뚫듯, 기포를 빠르게 내보내고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신석민) 김성준 박사 연구팀, 건국대학교(총장 원종필) 이장용 교수 연구팀과 함께 촉매 활성 자체를 높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촉매층 내부에서 물과 기체가 지나가는 ‘길’을 새롭게 설계해 수전해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종이처럼 얇은 2차원 메조다공성 탄소(2D mesoporous carbon·나노 크기의 미세한 구멍이 많은 얇은 탄소 구조체) 나노시트를 활용해 물질들이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는 저굴곡(low-tortuosity·물질 이동 경로가 꼬이지 않고 직선에 가까운 구조) 구조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좁고 복잡한 골목길 대신 물과 기체가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고속도로 같은 통로’를 촉매층 안에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결함(defect)이 도입된 탄소 표면에 루테늄(Ru) 나노클러스터(nanocluster·수 nm 크기의 초미세 금속 입자)를 안정적으로 고정해 수소 발생 반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시간 구동 시에도 촉매가 손상되지 않도록 계면(interface·서로 다른 물질이 맞닿는 경계면) 구조를 제어했다.
이 기술을 통해 수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포가 촉매층 내부에 쌓이지 않고 빠르게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고전류가 흐르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반응이 유지됐다.
그 결과 80℃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17.1 A cm⁻²의 성능을 기록하며 미국 에너지부(DOE)가 제시한 2026년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는 단위 면적당 흐르는 전류량을 의미하는 수치로, 값이 높을수록 더 많은 수소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낮은 귀금속 사용량(0.09 mgRu cm-2) 조건에서도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촉매에 사용되는 귀금속 루테늄의 양을 크게 줄인 수준으로, 수전해 시스템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진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좋은 촉매’를 만든 것이 아니라, 수소가 만들어지는 길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기존 수전해 장치는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기포가 내부에 쌓이며 물과 전기의 흐름을 막아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기포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촉매층 구조를 바꿔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기술은 앞으로 친환경 수소를 더 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수소는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생산 비용이 높고 시스템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기존 고성능 수전해 장치는 비싼 귀금속을 많이 사용해야 해 대규모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적은 양의 귀금속만으로도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친환경 발전 시스템, 수소차·친환경 모빌리티, 탄소중립 산업 공정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자체뿐 아니라 에너지가 흐르는 길까지 함께 설계해 수전해 효율을 높인 기술”이라며 “적은 양의 귀금속만으로도 고효율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해 향후 친환경 수소 생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변재호 박사과정생과 반민경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최고의 세계적 학술지인 Joule(줄)에 2026년 5월 22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9월 16일자 Joule 정식 호에 수록될 예정이다.
※ 논문명: Outperforming water electrolysis through catalyst layer structuring with defective 2D mesoporous carbon, DOI : 10.1016/j.joule.2026.102478
※ 저자 정보: 변재호 (KAIST, 공동 제1 저자), 반민경 (KAIST, 공동 제1 저자) 및 이진우 (KAIST, 교신저자),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교신저자), 이장용 (건국대학교, 교신저자) 포함 총 18 명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AEM수전해기술육성’ (RS-2024-00467234),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 (RS-2023-00235596), 교육부의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RS-2025-25424765), 한국화학연구원 (KS2522-10), 그리고 롯데케미칼 탄소중립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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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섞을수록 강해진다” 고엔트로피 설계로 수소 생산 3배↑
보통은 물질을 섞으면 불안정해지지만, 오히려 더 많이 섞을수록 더 안정해지는 ‘고엔트로피’현상이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전지 안에서 수소 이온이 더 잘 움직이고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나도록 만들어, 수소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수소 가격을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성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설계를 통해 전지의 반응 속도와 출력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새로운 ‘산소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산소 전극 소재는 전지에서 수소를 생산할 때 산소가 생성되는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구성 요소다.
물에서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술은 미래 청정에너지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프로톤 전도성 전기화학 전지(PCEC)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이때 수소 이온이 내부를 이동하면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높은 효율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지 내부 산소 전극에서 반응 속도가 느려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여러 금속 원소를 동시에 도입해 무질서도를 높이는‘고엔트로피’전략에 주목했다. 보통 많은 원소를 섞으면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지만, 적절한 조성에서는 엔트로피가 극대화되면서 오히려 안정한 단일 구조를 유지하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극 구조 안에서 금속 원소가 들어가는 자리(A-site)에 7종의 금속 원소(Pr, La, Na, Nd, Ca, Ba, Sr 등)를 동시에 도입한 ‘고엔트로피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산소 전극’을 설계했다. 이 전극은 금속과 산소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금속이 함께 들어간 ‘이중 구조’에 여러 원소를 섞은 고엔트로피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금속이 뒤섞이면서 전극 내부의 전하 이동과 산소 관련 반응이 더욱 원활해지고, 그 결과 전기 생산과 수소 생성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나게 된다.
특히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결과, 전극 내부에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산소 결함 형성 에너지가 기존보다 6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더 쉽게,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또한 TOF-SIMS(물질 내부에서 이온의 분포와 이동을 확인하는 분석 기법) 분석 결과, 수소 이온 이동 속도도 기존보다 7배 이상 빨라졌다. 이는 전극 내부에서 수소가 생성되는 과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능 역시 크게 향상됐다. 새 전극을 적용한 전지는 650℃에서 기존보다 약 2.6배 높은 전력 밀도(1.77 W cm⁻²)를 기록했으며, 수소 생산 성능도 약 3배(4.42 A cm⁻²) 향상됐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전기와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500시간 동안 진행한 수증기 조건 테스트에서도 성능 저하가 0.76%에 그쳐, 장시간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함을 확인했다.
이강택 교수는 “엔트로피라는 열역학 개념을 활용해 전극의 반응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여 수소경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기계공학과 오세은 박사과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인철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벤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IF: 26.0) 지난 2025년 12월 16일 字 게재되었다. 또한 해당 논문은 연구의 파급력을 인정받아 표지논문 (Front cover) 으로 선정되었다.
※ 논문명: Unveiling Entropy-Driven Performance Enhancement in Double Perovskite Oxygen Electrodes for Protonic Ceramic Electrochemical Cells,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3176
※ 주저자: 오세은(KAIST, 제1저자), 정인철(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1저자), 김동연(KAIST, 제2저자), 김형근(KAIST, 제2저자), 이강택(KAIST, 교신저자)
이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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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가스 전기로 제어해 치료도구로 전환...황화수소 ‘두 얼굴’
‘달걀 썩는 냄새’로 알려진 독성 가스가 치료 도구로 바뀌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황화수소를 전기 신호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부작용 없이 원하는 부위만 치료하는 정밀 의료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 연구팀이 황화수소의 생성과 전달을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전기화학 기반 ‘황화수소 전달 바이오전자(Bioelectronic)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흔히 ‘달걀 썩는 냄새’로 불리는 황화수소(H2S)는 그간 악취와 독성을 지닌 위험 물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포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 신호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수소는 단백질의 구조를 미세하게 변화시켜 기능을 조절하는 ‘화학적 스위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도 조절이 까다롭고 특정 부위에만 정밀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스위치처럼 황화수소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자연계 박테리아의 순환 시스템에서 착안해, 생체에 무해한 원료인 티오황산염(Thiosulfate, S2O32-)에 전기를 가해 황화수소를 생성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이는 기존의 화학적 투여 방식보다 안전성과 제어 정밀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다양한 금속 전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은(Ag) 전극’이 가장 효율적인 소재임을 확인했다. 이는 은(Ag) 전극이 다른 금속에 비해 황화수소 생성 반응을 선택적으로 촉진하고, 전자 전달 효율이 높아 생성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압의 세기와 자극 시간만으로 황화수소의 방출량과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나 치료 부위에 맞춰 최적의 시점에 전달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이 인간 유래 세포(HEK293T)에 적용한 결과, 전기 신호를 통해 세포 내부에서 통증과 자극을 감지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이온 채널(TRPA1)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활성산소 증가 등으로 손상된 상태(산화 스트레스)에 놓인 세포에 적용했을 때, 황화수소가 세포의 균형을 회복시키며 치유 효과를 나타냈다. 세포 독성은 거의 관찰되지 않아,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도 확인했다.
박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독성 물질로만 여겨졌던 황화수소를 전기 신호로 정밀하게 제어해 생체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전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계 및 심혈관계 질환 치료를 위한 정밀 의료기기뿐 아니라, 실시간 건강 관리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AIST 임리안 석사, 이창호 박사과정, 이재웅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지한 교수가 공저자로, 박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월 19일 자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Bioelectronic Synthesis of Hydrogen Sulfide Enables Spatiotemporal Regulation of Protein Modification and Cellular Redox,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b3401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지원사업과 글로벌매칭형사업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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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수소차 심장’ 설계...차세대 ‘슈퍼 촉매’ 개발
기후 위기 시대, 수소차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의 심장’인 연료전지는 여전히 높은 가격과 짧은 수명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핵심 원인은 백금 촉매다. 전기를 만드는 결정적 물질이지만 반응은 느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며, 제조 비용도 높다. 한국 연구진이 이 난제를 풀 실마리를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총장 유홍림) 화학생물공학부 이원보 교수팀과 함께 인공지능(AI)으로 촉매의 ‘원자 배열’경향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기술은 마치 퍼즐을 맞추기 전 어떤 조합이 퍼즐 완성에 유리한지 미리 계산해 보는 것과 같다. AI가 금속 원자들의 배열 속도를 먼저 계산해 줌으로써, 더 성능이 좋은 촉매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AI가 아연이 백금-코발트 원자 배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기존의 백금-코발트(Pt-Co) 합금 촉매는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금속간화합물(L1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온도의 열처리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입자가 뭉치거나 구조가 불안정해져 실제 연료전지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 양자화학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AI를 통해 촉매 내부에서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배열되는지를 정밀하게 예측했다.
그 결과, 아연(Zn)이 원자 배열을 촉진하는 매개 원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연을 도입하면 원자들이 제자리를 더욱 쉽게 찾아, 보다 정교하고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원리다. 즉, AI가 ‘원자 배열이 만들어지는 최적의 경로’를 먼저 찾아낸 셈이다.
AI 예측을 바탕으로 실제 합성한 아연-백금-코발트 촉매는 기존 백금 촉매 대비 더 높은 활성과 뛰어난 장기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계산한 ‘가상의 설계도’가 실제 실험실에서 고성능 촉매로 구현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특히 이번 기술은 수소 승용차, 장거리 운행이 필요한 수소 트럭, 수소 선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탄소중립 핵심 산업 전반에서 촉매 수명 연장과 제조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은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촉매의 원자 배열 경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실제 합성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AI 기반 소재 설계가 차세대 연료전지 촉매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장현우 박사과정과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류재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에 2026년 1월 15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Machine Learning-Guided Design of L1₀-PtCo Intermetallic Catalysts: Zn-Mediated Atomic Ordering, DOI: https://doi.org/10.1002/aenm.202505211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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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 촉매를 종이처럼 펼쳤더니...수소에너지 판 바꾸다
촉매는 수소를 만들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좌우하는 수소 에너지의 ‘보이지 않는 엔진’이다. 기존 촉매는 만들기 쉬운 알갱이 형태였지만 귀금속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수명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알갱이 대신 종이처럼 얇은 시트 구조를 도입해, 촉매 재료가 아닌 ‘형태의 혁신’으로 귀금속 사용량을 줄이면서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 연구팀이 값비싼 귀금속 촉매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 수준인 초박막 나노시트 구조를 적용해, 기존 촉매의 효율과 내구성 한계를 함께 극복한 데 있다.
수전해 장치와 연료전지는 수소 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지만, 촉매로 사용되는 이리듐(Ir)과 백금(Pt)이 희귀하고 고가라는 점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 촉매는 작은 입자 형태여서 실제 반응에 활용되는 면적이 제한적이고, 장시간 사용 시 성능 저하가 불가피했다.
연구팀은 알갱이처럼 뭉쳐 있던 촉매를 종이처럼 얇고 넓게 펼쳐, 수전해 촉매로는 지름 1~3마이크로미터, 두께 2나노미터 이하의 초박막 이리듐 나노시트를 개발해, 같은 양의 이리듐으로도 반응에 참여하는 면적을 크게 늘린 것이다. 덕분에 적은 금속으로도 더 많은 수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에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촉매 지지체로 활용이 어려웠던 산화티타늄(TiO₂) 위에 초박막 나노시트들이 서로 이어져 연결된 ‘전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산화티타늄도 안정적인 촉매 받침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해당 촉매는 상용 촉매 대비 수소 생산 속도가 38% 향상됐으며,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가까운 고부하 조건(1 A/cm²*)에서도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특히 이리듐 사용량을 기존보다 약 65% 줄인 조건에서도 상용 촉매와 동일한 성능을 보여, 귀금속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 1 A/cm²: 1제곱센티미터당 1암페어의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실제 수소 생산 장치를 강하게 가동한 조건을 의미
연구팀은 이 초박막 나노시트 설계 전략을 연료전지 촉매에도 적용해,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백금-구리 촉매를 만들어 반응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촉매는 연료전지 평가에서 백금 질량당 성능이 상용 촉매 대비 약 13배 향상됐으며, 실제 연료전지 셀에서도 약 2.3배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또한 5만 회의 가속 내구성 시험 이후에도 초기 성능의 약 65%를 유지해 기존 촉매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백금 사용량을 약 60% 줄이고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조은애 교수는 “값비싼 귀금속을 훨씬 적게 사용하면서도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는 수소 에너지의 비용을 낮추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박막 나노시트 구조를 공통 핵심 기술로, 하나는 수소 생산용 촉매에, 다른 하나는 연료전지용 촉매에 적용한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리듐 나노시트 연구는 신동원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해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Nano(IF 16.0) 2025년 1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Ultrathin Iridium Nanosheets on Titanium Oxide for High-Efficiency and Durable Prot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DOI: 10.1021/acsnano.5c15659)
백금-구리 나노시트 연구는 이상재 박사와 양현우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Nano Letters(IF 9.6) 2025년 1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Ultrathin PtCu Nanosheets: A New Frontier in Highly Efficient and Durable Catalysts for the Oxygen Reduction Reaction, DOI: 10.1021/acs.nanolett.5c04848)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인력양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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