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시약 대신 ‘온도’만으로 DNA 합성 가능하다
“DNA를 만들려면 복잡한 화학 공정이 필수다.”
바이오 분야에서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상식을 국내 연구진이 뒤집었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온도만으로 원하는 DNA를 합성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배송 과정의 온도 변화를 전력 없이 기록하는 ‘DNA 온도 블랙박스’도 구현했다.
우리 대학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에이티지라이프텍(대표 류태훈), 이화여자대학교(총장 이향숙) 생명과학과 최한솔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온도만 조절해 원하는 DNA 서열을 합성하는 원천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DNA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다. 과학자들은 원하는 DNA를 만들어 질병을 진단하고 신약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가진 미생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바이오 기술에 활용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D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A·T·G·C)를 하나씩 연결할 때마다 화학 시약을 넣고 씻어내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이 때문에 수억 원대의 자동 DNA 합성 장비와 전문 연구시설이 반드시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온도에서만 반응하는 헤어핀 DNA’를 개발했다. 위 헤어핀 DNA는 머리핀처럼 접혀 있다가 일정한 온도에서만 펼쳐지는 특수한 DNA 구조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작동하는 여러 종류의 헤어핀 DNA를 하나의 시험관에 넣고, 온도만 순서대로 바꾸는 방식으로 원하는 DNA를 차례대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DNA를 만들기 위해 화학 시약을 계속 교체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필요한 재료를 하나의 시험관에 넣어두고 온도만 바꾸면 DNA가 순서대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복잡한 시약 교체나 대형 장비 없이도 일반적인 온도 조절 장치만으로 DNA를 합성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DNA를 만드는 ‘방법’ 자체를 바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화학 시약이 DNA 합성 과정을 하나하나 제어했다면, 이번에는 누구나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온도’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DNA를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연구는 물론, 신약 개발과 정밀의료 등 다양한 바이오 산업의 진입 장벽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무전원 ‘DNA 온도 블랙박스’도 구현했다. 이 장치는 평소에는 동결건조 상태로 보관하다가 사용 직전 물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작동을 시작한다. 이후 배송 과정에서 언제, 얼마나, 어떤 순서로 온도가 변했는지를 DNA 서열에 자동으로 기록한다. 또한 일정 온도 이상에 노출되면 색이 변해 이상 여부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백신과 바이오의약품, 세포치료제, 신선식품 등 저온 유통이 중요한 제품의 품질 관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학 시약 대신 온도만으로 DNA를 합성할 수 있다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한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이라며 “DNA 합성을 더욱 쉽고 경제적으로 만들어 바이오 기초 연구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무전원 DNA 온도 블랙박스와 같은 새로운 산업 응용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최장호 연구원과 GIST 김진호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2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Programmable one-pot polymerase-mediated DNA synthesis via temperature control
※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4890-4
※ 관련동영상I: https://drive.google.com/file/d/1bUtzC83qIm1k-hNFKTb09yFPhfsD4iU-/view?usp=drive_link
※ 저자 : 최장호(KAIST, 공동 제1저자), 김진호(GIST, 공동 제1저자), 최한솔(이화여자대학교, 교신저자), 최영재(KAIST,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 바이오파운드리기반기술개발사업, 신진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기초연구실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국의 슬러시’ 향한 첫걸음...KAIST, 글로벌 학생창업 플랫폼 첫 구현
미국의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 핀란드의 슬러시(SLUSH), 프랑스의 비바테크(VivaTech)처럼 유망 창업가와 투자자, 기업, 대학이 연결되는 글로벌 혁신 플랫폼이 학생 창업 분야에서도 구현됐다. 우리 대학이 10여 년간 축적해 온 창업 교육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학생 창업가를 연결하는 글로벌 학생창업 플랫폼을 처음 선보이며 국제 창업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우리 대학은 창업원이 글로벌 학생 창업가 양성을 위해 운영한‘E5 KAIST Global Program'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 6월 19일 최종 데모데이(Final Demo Day)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E5 KAIST Global Program'은 2012년부터 운영해 온 KAIST 대표 학생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E5 KAIST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한 첫 사례다. E5는 Educated(교육), Excited(흥미), Encouraged(용기), Enthusiatic(열정), Experienced(경험)의 5개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교육부터 시장 검증, 사업화까지 창업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교육 모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 대학생과 예비 창업가들이 국경을 넘어 협업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약 3개월간 온라인 교육, 전문가 멘토링, 고객 검증,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을 거쳐 최종 데모데이에 참가했다.
올해 처음 열린 프로그램에는 카자흐스탄, 중국, 싱가포르, 아제르바이잔, 슬로바키아, 몽골, 일본, 베트남 등 8개국 대학 소속 학생 창업팀이 참여했다. 참가팀들은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뉴로테크놀로지, 디지털 헬스케어, 기후테크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 기반 창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함께 구체화했다.
지난 19일 열린 최종 데모데이에서는 기술 혁신성, 시장성, 글로벌 확장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됐으며, 중국 북경대학교의 '패스트스웜(FastSwarm)' 팀이 1위를 차지했다. 패스트스웜은 AI 기반 군집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다수의 로봇과 자율이동체가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위는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교 (Nazarbayev University), 카자흐-브리티시 기술대학교 (Kazakh-British Technical University) 연합팀인 ’데자르그 AI(Desargues AI)'가 차지했다. 이 팀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수학적 증명 자동 생성 및 검증 기술을 제안했다. 3위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의 '리얼AI(RealAI)' 팀으로, 로봇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가공·운영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데이터 인프라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참가팀들은 뇌파 기반 뉴로피드백, 디지털 재활 헬스케어, 시각장애인 지원 AI, 탄소 제거 기술, AI 기반 비즈니스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기반 해법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기간 동안 글로벌 창업 전문가와 투자자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으며 기술 검증과 시장 적합성을 점검했다. 또한 다양한 국가의 학생 창업가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는 경험을 쌓았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NTU) 리얼AI팀의 CTO인 파델 칸다패스(Fadel Kandapath) 학생(로보틱스 전공)은 "글로벌 E5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주요 벤처캐피털(VC) 전문가들로부터 3개월간 1대1 멘토링을 받으며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며 "기술 개발을 넘어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사업화 과정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상팀에는 소정의 상품이 수여됐으며, 참가팀들은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KAIST 창업생태계 내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 기회를 갖게 된다. 향후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한 지원도 이어질 예정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E5 KAIST 글로벌 프로그램은 KAIST의 창업 교육 모델을 세계와 연결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세계 각국의 학생 창업가와 대학, 투자자, 산업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학생창업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글로벌 창업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그동안 1인 N랩(1인 창업 연구실), 무제한 휴학 제도 등 창업 친화적 제도를 도입하며 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또한 IDIS-KAIST 실리콘밸리 캠퍼스 구축과 글로벌 창업 교육 및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국제 수준의 창업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이번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세계 각국의 청년 혁신가들이 함께 배우고 협력하는 글로벌 학생창업 플랫폼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딥테크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뇌로 로봇 움직이고 느끼는”세계 최초 Brain-to-Robot 기술 개발 나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이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2026년 0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공경철 교수는 보행 보조 외골격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를 창업하고 국제 사이배슬론(Cybathlon·장애인 보조기술 국제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이끈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김정 교수는 로봇 피부 기술 연구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세계적 연구자로, 두 연구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뇌신경 인터페이스와 외골격 로봇을 결합한 Brain-to-Robot 플랫폼 연구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미국 뉴럴링크(Neuralink), 싱크론(Synchron) 등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실제 움직임과 감각을 동시에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상 목표, 즉 뇌 신호가 실제로 무엇을 제어하고 어떤 감각을 되돌려 받는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신호 해독 기술 자체의 발전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접근인 Brain-to-Robot은 외골격 로봇을 직접 제어 대상으로 삼아 사용자의 행동 의도를 뇌 신호로 읽어 로봇을 움직이고, 동시에 로봇이 감지한 지면 반력(바닥이 발을 밀어내는 힘)·관절 토크(관절 회전력)·촉각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완전한 양방향 인터페이스 구현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외골격 로봇 제어와 감각 피드백(되돌려 전달되는 감각 정보)을 모두 포함한 완전한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은 아직 세계적으로 구현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에서 우리 대학 연구팀은 핵심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웨어러블 로봇 제어와 AI 기반 동작 의도 해석 기술을 개발하며, 로봇이 감지한 감각 정보를 Brain Chip(뇌 신호 처리 반도체)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체성감각 인터페이스(신체 감각 전달 시스템) 설계를 수행한다. 김정 교수 연구팀은 장애인을 대신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로봇 피부와 AI 기반 체성감각 해석 기술 개발을 맡는다.
또한 연구팀은 뇌 신호를 로봇 제어 명령으로 변환하고, 로봇이 감지한 감각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AI 기반 인코딩·디코딩(신호 변환·해석) 알고리즘 개발도 추진한다. 수백 개 채널에 달하는 피질 신호(대뇌피질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극도로 짧은 지연시간의 폐루프(closed-loop·신호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순환 제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 과제다.
본 플래그십 과제의 사업화는 공경철 교수가 창업한 엔젤로보틱스(KOSDAQ:455900)가 맡는다. 연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부터 실제 보급까지 전주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경철 교수는 “이번 기술이 성공하면 사지마비 장애인이 병원을 넘어 실제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걷고 물건을 집으며 손끝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재활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국내외를 통틀어 시도된 적 없는 세계 최고난도 수준의 융합기술인 만큼, 장기 안전성 확보와 임상 검증, 인허가 체계 마련이 기술 개발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서 안전성·유효성 검증, 임상 근거 축적, 위험관리 체계 구축, 뇌신호 데이터 보호 및 사이버보안, 윤리적 수용성 검토도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우리 대학에는 뇌 인터페이스 분야의 다양한 원천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계공학과 박형순 교수 연구팀은 뇌신경계 질환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뇌신경계 의도인식 인터페이스(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뇌신호로 파악하는 기술) 기반 웨어러블 재활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전산학부 조성호 교수 연구팀은 AI 기반 뇌신호 해석 기술을 개발 중이다.
뇌인지과학과 이지훈 교수 연구팀은 초저전력 바이오·뉴럴 인터페이스 회로(생체·신경신호를 저전력으로 연결·처리하는 반도체 회로), 무선 신경 신호 계측(전선 없이 신경신호를 측정하는 기술), 온디바이스 AI 기반 폐루프(closed-loop·신호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순환 제어 구조) 신경조절 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전기및전자공학부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초소형 멀티모달 신경 전극(여러 종류의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자극할 수 있는 초소형 전극) 기반의 고해상도 신경신호 측정 기술과 정밀 뇌자극 연구를, AI시스템학과 제민규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신경인터페이스를 위한 AI 기반 반도체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 및 시스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은 고정밀 뇌신호 계측(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과 신경자극 기반 뉴로엔지니어링(neuroengineering·신경공학)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번 Brain-to-Robot 플래그십 과제는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세계 최고난도 융합연구”라며 “KAIST에는 뇌 인터페이스, AI, 반도체, 로봇 분야의 다양한 연구진이 관련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Brain-to-Robot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시대 대학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출범
우리 대학이 대학 구성원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통합하고 디지털 정신건강 연구를 연계하는 'KAIST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Mind Care & Growth Center)'를 공식 출범하고, 이를 기념해 10일 대전 본원 장영신학생회관 조수미홀에서 국제 심포지엄 '인간행동과 정신건강(Human Behavior and Mental Health)'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는 교내에 분산돼 있던 심리상담, 정신건강 진료, 위기지원 기능을 통합한 조직으로, 기존 상담센터를 확대·개편해 출범했다. 학생과 구성원이 여러 지원 창구를 개별적으로 찾아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상담·진료·위기지원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센터는 단순한 상담 지원 조직을 넘어 정신건강 현장의 경험과 KAIST의 연구 역량을 결합한 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AI, 뇌과학, 디자인, 인문사회과학, 수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진이 참여해 디지털 정신건강 연구를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사전 참가 신청이 조기 마감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KAIST 교수·연구원·학생을 비롯해 디지털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구성원의 마음 건강 지원과 디지털 기반 정신건강 연구의 미래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조강연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디지털 뇌건강 연구센터 '뉴로스케이프(Neuroscape)' 설립자이자 세계 최초 FDA 승인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 '엔데버Rx(EndeavorRx)' 개발자인 애덤 가잘리(Adam Gazzaley) 교수가 맡는다.
가잘리 교수는 VR 인지훈련과 멀티모달 센싱 등 디지털 멘탈헬스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임상·공학·디자인·AI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뉴로스케이프(Neuroscape)의 융합 연구 모델은 KAIST가 지향하는 다학제 협력 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수학·뇌공학·AI·컴퓨터공학·디자인·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KAIST 교수진이 라이트닝 토크를 통해 미래 연구 방향을 발표하고, 뉴로스케이프와의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센터는 정신건강 지원뿐 아니라 관련 연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두영 센터장은 최근 조철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이 정신건강 진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공동연구를 발표했다.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11명의 실제 진료 경험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생성형 AI가 감정 정리와 자가관리, 치료 접근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환자의 취약성이나 사용 맥락에 따라 과의존, 왜곡된 신념 강화, 고위험 상황에서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정신건강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를 '임상적으로 양가적인 기술'로 규정하고, 인간 치료자를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전한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적 신뢰성과 임상 검증, 위기 상황 대응 체계, 의료진의 감독과 거버넌스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디지털 헬스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JMIR) 에 2026년 6월 2일 게재됐다.
※ 논문 제목: Mapping Practice-Based Signals of Generative AI in Psychiatric Care: Qualitative Study of Korean Psychiatrists’ Experiences, Interpretations, and Implementation Priorities, DOI: 10.2196/96556
※ 저자: 김명성(UNIST 의과학대학원, 제1저자), 안유석(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국립교통재활병원, 제1저자), 조철현(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신저자), 정두영(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신저자)
AI 기술의 확산과 함께 대학 구성원의 정신건강 지원은 단순한 상담 서비스를 넘어 정서적 회복력과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의존 증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사람의 마음을 돕고 치유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두영 KAIST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장은 "건강한 정신이 바탕이 돼야 훌륭한 연구 성과도 가능하다"며 "마인드 케어 & 성장센터를 우리나라 대학 정신건강 솔루션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차원적 정신노동까지 대체하는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AI로 인한 인간 정신문화의 붕괴"라며 "우리의 사상이 도구를 지배해야지, 도구가 사상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사전 참가 신청이 조기 마감됐으나, 관심 있는 일반인은 행사 당일 현장 참석이 가능하다. 다만 일부 편의 제공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유전정보 넘어 에너지 설계자로...DNA가 촉매 성능 높인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는 분자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DNA 염기서열(유전정보를 구성하는 A·T·G·C의 배열)을 설계해 촉매 주변의 화학 환경을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수준에서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DNA를 설계해 수소 생산 효율과 원하는 화학물질 생성량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 연구팀이 금 나노입자(1~100nm 크기의 초미세 금 입자) 촉매 표면에 ‘단일가닥 DNA(한 줄로 이뤄진 유연한 DNA 분자로, 원하는 길이와 구조로 설계할 수 있어 반응 환경을 조절하는 나노 코팅재 역할을 하는 물질)’를 입혀 촉매 주변의 미세한 화학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수소 생산이나 친환경 화학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전기화학 반응(전기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에서는 촉매 자체뿐 아니라 촉매 주변의 산도(pH)와 이온 분포 같은 국소 반응 환경(촉매 바로 주변에서 형성되는 미세한 화학 환경)이 성능을 좌우한다. 그러나 기존에는 특수 고분자(분자가 길게 연결된 플라스틱 형태의 물질) 코팅재를 이용해 이를 조절해 왔으며, 나노미터 수준에서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가닥 DNA(single-stranded DNA·한 줄로 이루어진 DNA)’에 주목했다. DNA는 음전하를 띠고 있어 주변 이온(전하를 띠는 원자나 분자)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길이와 염기서열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염기서열을 바꾸면 DNA 내부의 네트워크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촉매 표면에 맞춤형 나노 코팅층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 표면에 다양한 염기서열의 DNA를 결합한 뒤 전기화학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촉매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단순한 코팅층의 두께가 아니라 DNA 염기서열에 따라 형성되는 내부 네트워크 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같은 두께의 코팅층이라도 DNA 내부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반응에 필요한 이온들의 이동 경로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같은 폭의 도로라도 도로망이 어떻게 설계됐느냐에 따라 교통 흐름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실시간 표면증강라만분광법(레이저를 이용해 분자의 화학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반응 과정을 관찰한 결과, DNA 층이 수산화 이온(OH⁻)의 이동을 조절해 촉매 주변의 국소 pH를 변화시키는 기능성 계면층(물질과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에서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층)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쉽게 말해 DNA 층이 촉매 주변에서 이온의 이동을 안내하는 '교통관제센터' 역할을 하며, 어떤 이온은 더 빠르게 이동하도록 돕고 어떤 이온은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DNA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반응 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수소 발생 반응과 글리세롤 산화 반응(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글리세롤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반응)에 적용했다. 그 결과 DNA 염기서열에 따라 수소 생산 효율이 크게 달라졌으며, 화장품·의약품 원료로 활용되는 글리세르산(glycerate)의 생성 선택도(특정 생성물이 만들어지는 비율) 또한 향상됐다. 이는 복잡한 촉매 구조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DNA 서열만 조정해 원하는 반응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박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를 유전정보 저장체가 아닌 전기화학 반응을 제어하는 정밀 나노소재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DNA 서열 설계를 통해 촉매 표면의 산도와 이온 이동을 조절함으로써 향후 수소 생산과 바이오매스(식물이나 농업 부산물 등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 전환 등 탄소중립 기술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오상연, 이태경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박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5월 5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Programmable Single-Stranded DNA Layers as Modulators of Nanoscale pH at Electrocatalytic Interfaces, DOI : 10.1021/jacs.6c02995
※ 저자 정보 : 오상연, 이태경 (KAIST, 공동 제1 저자), 전재연, 우진세, 이창호, 김용하 (KAIST, 공동 저자) 및 박지민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지원사업, 글로벌매칭형사업, 신진연구자인프라 지원사업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재생의료 패러다임 바꿀 3차원 줄기세포 배양 기술 제시
줄기세포를 많이 넣어도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줄기세포는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자라거나 손상된 부위를 회복시키는 데 활용되는 세포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설계한 3차원 배양 기술을 개발해 이 줄기세포의 생존력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줄기세포 치료의 한계를 넘어, 재생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가 실제 몸속처럼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인공 바닥(배양 기판)’에 고분자 매트릭스(배양 기판 표면을 코팅하는 인공 구조체)를 적용하고, 그 위에서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hADSCs, 지방 조직에서 얻는 줄기세포)를 입체적으로 배양하는 3차원 플랫폼을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보다 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채취가 쉽고 잘 증식하며 면역 거부 반응이 적어 치료용 세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2차원(2D, 평면) 배양 방식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늙고 기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포를 덩어리 형태로 키우는 3차원(3D, 입체) 배양 기술이 연구돼 왔지만, 세포가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거나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록산(실리콘과 산소로 이루어진 생체친화적 고분자 물질)이 촘촘히 가교화된(그물처럼 단단히 연결된 구조) 합성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폴리-지(poly-Z)’로 명명했다.
이 물질은 배양 기판 표면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꾸어서 세포 배양 배지(세포를 키우는 영양 용액)에 함유되어 있는 알부민 단백질의 흡착을 촉진하고, 그 결과로 세포들이 바닥에 부착되지 않고 자기조립을 통해 3차원의 스페로이드(세포 덩어리) 구조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폴리-지를 활용한 3차원 배양 환경에서 형성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세포외기질(세포 주변을 둘러싸며 지지하는 구조물)의 생성이 증가되어 실제 몸속과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기존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실험 결과, 폴리-지 기반 3차원 배양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분화능력(필요한 조직으로 바뀌는 능력)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이 향상됐으며, 체내에서 살아남는 시간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성 대장염과 급성 간손상 동물 모델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는 같은 양의 줄기세포를 투여하더라도 더 오래 살아남고 더 활발하게 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단순히 세포를 덩어리로 만드는 것을 넘어, 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세포가 실제 몸속에서 접하는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풍부하게 조성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세포를 단순히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몸속과 비슷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테그린(integrin,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단백질)과 FAK 신호전달(세포가 외부 신호를 받아 내부 반응으로 바꾸는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줄기세포의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가 주변 환경을 더 잘 감지하고 활발하게 반응하면서 스스로의 기능을 더 잘 발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체내 이식 후 세포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도 함께 향상됐다.
전상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합성 고분자 기반의 정밀한 3차원 배양 환경을 통해 줄기세포의 기능과 치료 효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염증성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차세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서창진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mpact Factor: 14.1)' 3월 31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논문명: Polymer Matrix-Based 3D Culture Significantly Enhances the Differentiation and Immunomodulatory Functions of Human Adipose-Derived Stem Cells
※ https://doi.org/10.1002/advs.202518704.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단의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KAIST InnoCORE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독성가스 전기로 제어해 치료도구로 전환...황화수소 ‘두 얼굴’
‘달걀 썩는 냄새’로 알려진 독성 가스가 치료 도구로 바뀌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황화수소를 전기 신호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부작용 없이 원하는 부위만 치료하는 정밀 의료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지민 교수 연구팀이 황화수소의 생성과 전달을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전기화학 기반 ‘황화수소 전달 바이오전자(Bioelectronic)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흔히 ‘달걀 썩는 냄새’로 불리는 황화수소(H2S)는 그간 악취와 독성을 지닌 위험 물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포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 신호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황화수소는 단백질의 구조를 미세하게 변화시켜 기능을 조절하는 ‘화학적 스위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농도 조절이 까다롭고 특정 부위에만 정밀하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스위치처럼 황화수소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자연계 박테리아의 순환 시스템에서 착안해, 생체에 무해한 원료인 티오황산염(Thiosulfate, S2O32-)에 전기를 가해 황화수소를 생성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이는 기존의 화학적 투여 방식보다 안전성과 제어 정밀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다양한 금속 전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은(Ag) 전극’이 가장 효율적인 소재임을 확인했다. 이는 은(Ag) 전극이 다른 금속에 비해 황화수소 생성 반응을 선택적으로 촉진하고, 전자 전달 효율이 높아 생성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압의 세기와 자극 시간만으로 황화수소의 방출량과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나 치료 부위에 맞춰 최적의 시점에 전달이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이 인간 유래 세포(HEK293T)에 적용한 결과, 전기 신호를 통해 세포 내부에서 통증과 자극을 감지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이온 채널(TRPA1)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활성산소 증가 등으로 손상된 상태(산화 스트레스)에 놓인 세포에 적용했을 때, 황화수소가 세포의 균형을 회복시키며 치유 효과를 나타냈다. 세포 독성은 거의 관찰되지 않아, 인체 적용 가능성에 대한 안전성도 확인했다.
박지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독성 물질로만 여겨졌던 황화수소를 전기 신호로 정밀하게 제어해 생체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전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경계 및 심혈관계 질환 치료를 위한 정밀 의료기기뿐 아니라, 실시간 건강 관리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KAIST 임리안 석사, 이창호 박사과정, 이재웅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김지한 교수가 공저자로, 박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월 19일 자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Bioelectronic Synthesis of Hydrogen Sulfide Enables Spatiotemporal Regulation of Protein Modification and Cellular Redox,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b3401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지원사업과 글로벌매칭형사업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노화·비만에도 잘 작동하는 mRNA 플랫폼 개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mRNA 백신은 차세대 의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mRNA 의약품은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 정보를 전달해 치료 효과를 내는 방식이지만, 고령층이나 비만 환자에서는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제기돼 왔다. 한국 연구진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 단백질 생성 효율을 높이는 mRNA 핵심 구간을 새롭게 설계해, 노화·비만 환경에서도 효과가 유지되는 차세대 mRNA 플랫폼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영석 교수와 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남재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mRNA의 핵심 조절 영역인 ‘5′ 비번역 영역(5′ untranslated region, 5′UTR)*’ 서열을 정밀 설계한 새로운 mRNA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5′ 비번역 영역(5′UTR): mRNA에서 단백질 생산을 시작하고 효율을 조절하는 구간으로, 이 부분의 설계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양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음
연구팀은 방대한 생물정보학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세포 환경에서도 단백질이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도록 하는 5′UTR 서열을 찾아냈다. 이를 적용한 결과, 노화·비만 전임상 모델에서도 단백질 생성과 면역 반응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mRNA는 긴 단일 가닥 RNA 분자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생산 설계도이다. mRNA는 단백질 생산을 시작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5′UTR, 특정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단백질 암호화 영역(coding sequence, CDS), mRNA가 세포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돕는 3′ 비번역 영역(3′UTR), 그리고 안정성을 높여 단백질 생산을 돕는 poly(A) 꼬리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5′UTR과 3′UTR은 단백질의 종류를 결정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단백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조절하는 중요한 구간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 두 영역들은 백신이나 치료제 등 다양한 mRNA 의약품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핵심 바이오공학 플랫폼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여러 조직과 세포 환경에서 단백질 생산 능력이 뛰어난 5′UTR 서열을 찾기 위해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 활성도를 분석하는 대규모 조직 전사체 분석(RNA-seq), 개별 세포 수준의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cRNA-seq), 실제 단백질 생성 효율을 측정하는 리보솜 프로파일링(Ribo-seq)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노화나 비만 상태에서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산화 스트레스) 단백질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새롭게 설계한 mRNA 치료제를 노화·비만 전임상 모델에 적용한 결과,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생산력과 면역 반응이 기존보다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mRNA 백신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제, 면역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방대한 생물 데이터를 분석해 mRNA가 단백질을 더 잘 만들도록 하는 설계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며 “이 기술은 특히 고령층이나 비만 환자처럼 의약품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도 mRNA 백신과 치료제가 잘 작동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학교 윤수빈 박사와 KAIST 조형곤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세포 치료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IF=12.0)’에 1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Designing 5′UTR sequences improves the capacity of mRNA therapeutics in preclinical models of aging and obesity, DOI: https://doi.org/10.1016/j.ymthe.2025.12.060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및 바이오의료개발사업, 식품의약품안전처 감염병 대응 혁신기술 지원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감염병 예방 치료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계은행·아프리카 연합과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해법 모색
우리 대학은 케냐 정부가 주최하고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KAIST 과학기술과 글로벌발전연구센터(KAIST Global Center for Development and Strategy, G-CODEs)가 공동 주관한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정책 지식교류 플랫폼(Jobs for Youth in Africa Knowledge Exchange)’가 3월 3일부터 5일까지(현지 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급 정책 실행 플랫폼으로, 아프리카 20여 개국 정부 관계자와 국제기구, 민간 부문, 학계, 개발협력 파트너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KAIST는 디지털·인공지능(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모델을 제시하며 기술과 정책을 연결하는 글로벌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했다.
아프리카는 2050년까지 청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높은 실업률과 비공식 고용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행사는 2025년 르완다 키갈리에서 출범한 ‘아프리카 청년 일자리 실천공동체(Jobs for Youth in Africa Community of Practice, CoP)’의 두 번째 대면 회의로, 회원국 간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 가능한 실행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살림 음부리아 (Salim Mvurya) 케냐 청소년·창조경제·스포츠부 장관은 개회식에 참석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국가 및 대륙 차원의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행사는 △ 근거 기반 청년 고용 전략 △ 디지털·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 선행학습 인정(RPL)을 통한 노동시장 성과 개선 △ 기업 환경 개혁 및 가치사슬 연계 강화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KAIST 박경렬 교수는 ‘디지털·AI 기반 고용 시스템 혁신’ 세션에서 한국의 디지털 전환 경험과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와 기술 기반 고용 플랫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KAIST 박가영 교수는 ‘글로벌 카페 세션’을 통해 국가 간 확산 가능한 청년 고용 프로젝트 사례를 연결하고 상호 학습을 촉진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케냐 정부와 세계은행이 추진 중인 ‘국가 청년 역량강화 기회 확대 사업 (National Youth Opportunities Towards Advancement, NYOTA)’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직업훈련, 일자리 매칭, 창업 지원을 통합한 청년 고용 모델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정책 설계와 실행 과정을 공유하는 실천적 학습의 장으로 운영됐다.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한–세계은행 협력기금을 통해 동아프리카 청년 고용을 위한 디지털 혁신 사업에 참여해 왔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기술 기반 정책 혁신을 선도하는 글로벌 협력 허브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박경렬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는 디지털 전환, 산업 전략, 교육 개혁이 결합된 구조적 과제”라며 “KAIST는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식 교환 플랫폼(Knowledge Exchange)은 아프리카 청년 고용 의제를 국제 협력의 핵심 아젠다로 재확인하고, 정책 실행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한 자리로 평가된다. 내년 초에는 KAIST를 모델로 한 나이로비 콘자시 소재 케냐과학기술원 캠퍼스에서 후속 워크숍이 개최될 예정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AI가 포착한 우울증
주요 우울 장애 등 정신건강 질환은 주관적 설문과 면담으로 진단한다. 복합적이고 모호한 ‘우울감’은 우울증 진단의 가장 큰 한계로 꼽혀왔다. 국내 연구진이 AI로 일상행동을 분석해 우울증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동물 모델의 일상적인 행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일상행동 속에서 성별과 중증도에 따른 우울증 증상을 탐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팔다리 움직임, 자세, 표정 등 신체 운동 양상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감정과 정서 상태가 운동 능력으로 드러나는 현상인 ‘정신운동(psychomotor)’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동물의 자세와 움직임을 3차원으로 분석해 우울 상태에 따른 미세한 행동 변화를 자동으로 포착할 수 있는 AI 플랫폼‘클로저(CLOSER, Contrastive Learning-based Observer-free analysis of Spontaneous behavior for Ethogram Representation)’를 개발했다.
클로저는 인공지능 기법인 (contrastive learning) 알고리즘을 활용해 행동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행동 변화까지 정확하게 구분해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과 가장 유사한 만성 예측 불가능 스트레스(CUS, Chronic Unpredictable Stress)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행동만으로 일상 속 우울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그 결과, 클로저는 성별과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우울 상태를 정확히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사후 분석 결과, 스트레스는 운동 능력 자체보다는 행동의 빈도와 행동 흐름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우울증 모델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변화한 행동 음절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수컷 생쥐에서는 주변을 탐색하거나 회전하는 행동이 감소한 반면, 암컷 생쥐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오히려 증가했다. 이러한 일상행동 변화는 스트레스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또한 연구팀은 우울증의 발생 원인이 행동 패턴에 반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염증 기반 우울증 모델과 스트레스 호르몬 기반 우울증 모델을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염증으로 우울 상태를 만든 경우에는 일상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콜티코스테론)만 투여한 경우에는 행동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일상적인 행동 관찰만으로도 우울증의 원인이나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상태를 구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로 우울증 환자 치료에 사용되거나 임상시험 중인 항우울제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우울증 모델에 항우울제를 투여한 결과, 스트레스로 인해 변화했던 행동 음절(기본적인 행동 단위)과 행동 문법(행동의 흐름과 패턴)이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우울제마다 사람의 행동을 회복시키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행동만 살펴봐도 어떤 약이 더 잘 듣는지 구분할 수 있는 ‘행동 지문(behavioral fingerprint)’을 찾아냈다. 이는 앞으로 사람마다 행동 변화를 분석해 가장 잘 맞는 항우울제를 골라주는 맞춤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기반 일상행동 분석 플랫폼을 우울증 진단에 접목해, 우울장애의 맞춤형 진단과 치료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전임상 프레임워크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성과”라며, “향후 정신질환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과 정밀의료로 이어질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오현식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주도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2025년 12월 30일 게재됐다.
※논문명: AI-driven decoding of naturalistic behaviors enables tailored detection of depressive-like behavior in mice,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7559-x
한편,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계도전 R&D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콧속에 뿌렸더니 호흡기 바이러스 잡았다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가 빠른 호흡기 바이러스는 백신만으로 완벽히 막기 어렵다. 우리 대학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가 지녔던 ‘열에 약하고 코 점막에서 금방 사라지는’ 한계를 AI 기술로 극복한 비강(콧속) 투여형 항바이러스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정현정 교수,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 공동 연구팀이 AI로 인터페론-람다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재설계하고, 이를 비강 점막에 잘 확산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전달 기술과 결합해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를 범용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15일 밝혔다.
인터페론-람다(IFN-λ)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선천면역 단백질로, 감기·독감·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를 치료제로 만들어 비강에 투여할 경우 열·분해효소·점액·섬모운동에 취약해 실제 효능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AI 단백질 설계 기술을 이용해 인터페론-람다의 구조적 약점을 정밀하게 보완했다.
먼저, 단백질의 헐거운 루프(loop) 구조로 흔들리던 부분을 단단한 스프링처럼 고정되는 나선형(helix) 구조로 바꿔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단백질끼리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뭉침)가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표면을 물과 잘 섞이도록 설계하는‘표면 엔지니어링’을 적용했고, 단백질 표면의 당사슬(glycan) 구조를 추가하는‘글라이코엔지니어링(glycoengineering)’을 도입해 단백질을 한층 튼튼하고 안정하게 재설계했다.
그 결과 새롭게 제작된 인터페론-람다는 50℃에서 2주를 버틸 만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끈적한 비강 점막에서도 빠르게 확산 되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여기에 단백질을 ‘나노리포좀(nanoliposome)’이라는 미세 캡슐에 담아 보호하고, 그 표면을 ‘저분자 키토산(chitosan)’으로 코팅해 코 점막에 오래 붙어 있도록 점막 부착력(mucoadhesion)을 크게 강화했다.
이 전달 플랫폼을 인플루엔자 감염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콧속 바이러스가 85% 이상 감소하는 강력한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이 기술은 간단히 코에 뿌리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점막 면역 플랫폼으로, 계절성 독감은 물론 예기치 못한 신·변종 바이러스에도 신속히 대응할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기대된다.
김호민 교수는 “AI 기반 단백질 설계와 점막 전달기술로 기존 인터페론-람다 치료제의 안정성과 체류 시간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점막에 오래 머무르는 이번 플랫폼은 엄격한 냉장 유통시스템(콜드체인)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활용 가능한 혁신 기술로, 다양한 치료제·백신 개발로의 확장성이 크다. 또한 AI 단백질 설계부터 약물 전달 최적화, 감염 모델을 통한 면역 평가까지 다학제 융합 연구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윤정원 박사, 생명과학과 양승주 박사, 의과학대학원 권재혁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1월 20일)'와‘바이오머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 11월 21일)’에 연달아 게재됐다.
※ 논문명 : Computational Design and Glycoengineering of Interferon-Lambda for Nasal Prophylaxis against Respiratory Viruses, Advanced Science, DOI: 10.1002/advs.202506764
※ 논문명 : Intranasal Nanoliposomes Delivering Interferon Lambda with Enhanced Mucosal Retention as an Antiviral, Biomaterials Research, DOI: 10.34133/bmr.0287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이노코어 프로그램(InnoCORE, AI-혁신신약연구단),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한국 보건 산업진흥원(KHIDI)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KAIST 대규모 융합연구소 운영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박테리아로 무지개색 친환경 섬유 만들었다
친환경 섬유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왔지만, 다양한 색상을 가진 섬유를 단일 공정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그동안 불가능에 가까웠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 한계를 넘어, 박테리아가 스스로 섬유도 만들고 색도 만들어 무지개색 친환경 섬유를 박테리아 공배양(두 가지 이상의 미생물을 같은 환경에서 동시에 배양)으로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기존의 석유 기반 염색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며, 대량 생산 가능성까지 확인돼 지속 가능한 섬유 및 착용형 바이오 소재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19일,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색상의 박테리아 셀룰로오스(색이 입혀진 미생물 섬유)를 단일 공정(원스텝)으로 생산하는 모듈형 공배양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박테리아 셀룰로오스는 특정 박테리아(주로 콤마가타이박터 자일리누스, Komagataeibacter xylinus)가 영양분을 소비하며 스스로 합성하는 천연 고분자 섬유다. 높은 순도와 강도, 우수한 보습력을 갖춘 데다 생분해성까지 갖춰 기존의 석유 기반 섬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색이 거의 흰색에 가까워 섬유 산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기존 염색 공정은 석유 유래 염료와 독성 시약에 의존해 환경오염 우려가 크고, 공정 역시 복잡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 대사공학 기반의 색소 생합성 기술과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생산균의 ‘공배양 전략(한 미생물은 색소를 만들고 다른 미생물은 섬유(셀룰로오스)를 만들면 두 기능이 하나의 공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합된 전략)을 통합한 ’원스텝 제조 플랫폼(복잡한 여러 단계를 하나의 공정으로 통합해 한 번에 생산하는 기술)‘을 구축했다.
즉 연구팀은 색을 만드는 대장균과 섬유를 만드는 박테리아를 함께 키워, 박테리아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입혀진 섬유가 한 번에 만들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별도의 화학적 염색 없이 적색·주황·황색·녹색·청색·남색·자색 등 전 스펙트럼의 무지개색 섬유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기술은 색소를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고도설계해 천연 색소를 과량 생산하고 세포 외부로 효율적으로 분비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대장균이 색소를 너무 많이 만들면 그 색소가 세포 안에 쌓여서 대장균이 스스로 힘들어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대장균의 몸(세포막) 구조를 조절해, 대장균이 만든 색소를 밖으로 잘 배출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 결과, 대장균은 부담 없이 색소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자연계에서 보라색 색소는 분자 구조가 복잡해 미생물이 스스로 대량으로 합성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보라색의 안정적 대량 생산’ 자체가 고도화된 생명공학 기술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보라색을 내는 비올라세인·디옥시비올라세인은 단순 색소가 아니라 항산화, 항염, 항균, 항암 가능성까지 연구되는 기능성 바이오 소재이며 의약·화장품 산업에서도 가치가 높다.
보라색(비올라세인 계열)은 생합성 경로가 복잡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은데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16.92 g/L)*으로 생산했다는 것은 이 플랫폼이 극도로 높은 생산성·기술적 성숙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다.
*디옥시비올라세안(deoxyviolacein) 16.92 ± 0.10 g/L, 비올라세안(violacein) 8.09 ± 0.17 g/L, 프로비올라세안(proviolacein) 1.82 ± 0.07 g/L, 프로디오시비올라세안(prodeoxyviolacein) 936.25 ± 9.70 mg/L
연구팀은 섬유를 만드는 박테리아와 색을 만드는 대장균을 함께 키워서, 박테리아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색이 섬유에 입혀지도록 만드는 기술을 만들었다. 여기에 빨강·주황·노랑 색소를 만드는 기존 카로테노이드 생산 균주도 이용하여, 결과적으로 무지개 전 색상의 친환경 섬유를 한 번에, 화학 염색 없이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기술은 기존 섬유 염색 공정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장 공정에도 적용 가능한 대량 생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섬유, 착용형 바이오소재 등 다양한 기능성 생체소재 생산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지속 가능한 섬유 및 바이오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번에 개발한 통합 생물제조 플랫폼은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별도의 화학 처리 없이 단일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화학공학과 주항서(Zhou Hengrui) 박사과정생이 제 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Trends in Biotechnology’에 11월 12일 게재됐다.
※ 논문명: One-pot production of colored bacterial cellulose ※ 저자: 이상엽(KAIST, 교신저자), Zhou Hengrui(KAIST, 제1저자), Lin Pingxin(KAIST, 제2저자), 정기준(KAIST, 제3저자) 총 4명 DOI: 10.1016/j.tibtech.2025.09.019
이번 연구는 KAIST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에 의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후환경연구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